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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ㅣ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문경민 지음 / 우리학교 / 2025년 1월
평점 :
'슬픔을 건너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으셨다는 작가님의 바람대로 소설 <브릿지>는 음악하는 예고 아이들의 풋풋하면서도 건강한 성장을 다룬 소설이었다.
도약은 더뎠고 추락은 순간이었다. p.24
실기시험의 긴장감 속에서 살아가는 예고 아이들에게 음악이란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을 터. 숙희할머니 장례를 치룬 인혜는 최악의 실기 등수를 기록하며 망연자실하게 되는데.. 한때는 스승과 제자 사이였던 엄정현 선생님과의 악연 앞에서 더더욱 깊은 모멸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거기다 엄정현 선생님과 관련해 실기 시험 점수가 부당하게 채점되었다는 소문을 듣고 원망과 분노의 날 선 감정은 점점 더 깊어만 갔으니..
인혜가 할머니와 데면데면하게 지냈던 시간 동안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할머니와 연수가 아는 사이였다는 것도 모자라, 할머니가 왜 연수에게 반도네온이란 비싼 악기를 선물해준 것일까. 할머니의 임종 전 119에 전화한 사람이 연수일까, 아니면.....?
"현에 활을 긋는데 마음속에 수많은 동그라미가 그려지는 것 같았다." p.78
인혜는 속에 박힌 새빨갛고 홧홧한 그것을 토해 내고 만다. p.156
제 줄의 현을 떠받치고 굳건히 서 있는 작은 브릿지가 어쩐지 자신의 모습 같다. 곧 시작될 연주를 기다리다 인혜는 깨닫는다. 슬픔은 건너가는 것이라는 걸- 고요가 흐르듯 허물어지며, 인혜가 예감한 정확한 그 순간에 첫 음이 시작되었다. p.195
첼로의 한복판에 서서 현의 울림을 몸통에 전달하는 납작한 나뭇조각, '브릿지' 🎻
버틸만큼 버티다가 현의 장력이 감당되지 않을 정도로 버거우면 결국 휘어져버려 첼로의 소리를 제대로 담아낼 수 없다는 이야기가 가슴 아릿하게 와닿았다. 우리네 삶과도 같아서.
꿈과 현실 사이에서 길을 헤매는 아이들의 고민은 물론 가족의 단단한 사랑과 믿음, 오해와 용서, 화해, 우정, 정체성, 관계 회복, 성장 등을 뭉클하면서도 가슴 뛰는 이야기로 그려내어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는데 :-)♡
특히 인물들의 심리를 어쩜 이리도 세밀하게 표현해내시는지 감탄하며 읽었던 것 같다. 첼로와 반도네온 연주 영상을 찾아서 직접 들어보기도 했는데 소설속에도 나온 '재클린의 눈물'과 '리베르 탱고', 넘 좋았다!
이 책은 상실과 고마움, 미안함, 그리움의 감정을 어떻게 체화시켜야 하는지, 꿈과 나다움의 발견,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읽으면 좋겠다. 전작인 <훌훌>도 얼른 읽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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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소중한 책과
소정의 원고료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