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학자의 세계 - 인체의 지식을 향한 위대한 5000년 여정
콜린 솔터 지음, 조은영 옮김 / 해나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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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 입학해서 미술해부학을 배웠던 게 떠올랐다.《인체해부와 묘사법》이란 전공책을 이번 《해부학자의 세계》를 읽으면서 20여 년만에 꺼내어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해부학은 복잡하고 정교하고 어려운 분야이기에 미술가들은 유용한 정도 만큼만 배우지만, 의학이나 예술적인 측면 모두를 헤아려도 해부학자들이 남겨놓은 역사적인 발자취는 위대하고 존경스럽다. 그 귀한 자료들 덕분에 편하게 배울 수 있었으니.

시대와 문화의 흐름에 따라 종교와 전쟁, 기술의 혁신으로 발전을 거듭해온 해부학의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었던 이 책은 희귀 도판만해도 240여 컷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르네상스 시대는 예술과 과학 양 분야에서 해부학이 발전한 이례적인 시대로 유명한 예술가이자 해부학자이기도 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에 대한 기록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다빈치는 왁스로 뇌실의 주형을 만들어 전통적인 해부 지식과 달리 그 안에 체액이 없다는 것을 증명했고, 죽상동맥경화증을 처음으로 기술했다. 해부학에 대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열정은 실로 대단한!

당시엔 그가 연구하고 관찰한 결과가 책으로 쓰여지지 않았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가 남긴 소묘도 1900년이 되어서야 인쇄되어 후세에 전해진 것이다.

해부학을 파고든 예술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해부학 지식이 뛰어났던 미켈란젤로는 다비드 조각상, 피에타 등의 방대한 결과물에서 뛰어난 인체묘사를 보여준다. 단순한 모방이 아닌 실제 해부를 통해 쌓은 경험적 지식을 바탕으로 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해부학은 허공에 존재하지 않았다. 해부학의 발전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형성되었고, 종교적 관행에 의해 제한되거나 잔혹한 전쟁과 부상병 치료 중에 발전했으며, 해부학 자체나 전혀 다른 분야의 기술 혁신으로 진보했다." p.361

"이 책은 과거의 이정표적인 해부학 서적과, 그림과 인쇄술로 책을 제작해 서재를 가득채운 위대한 해부학자들을 기념한다." p.379

해부학의 역사에서 자주 간과되어 온 해부학자의 실험실이 되었던 몸과 그 영혼에 관한 저자의 말이 와닿았다.

죄를 지어서 사형을 당했거나 가난해서 죽기 이전에 두 영혼의 사랑으로 태어난 소중한 존재들이었다는 것, 그 이름 모를 시신들의 희생으로 해부학과 나아가 인류의 발전이 이루어졌음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고대 세계의 해부학자인 헤로필로스와 갈레노스, 중세 해부학자인 만수르 이븐 일리야스와 마그누스 훈트.. 르네상스 시대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현미경 시대의 렘브란트 등 시대에 따른 해부학자들을 비교하며 읽는 재미가 있었고.

의학의 기틀을 세운 해부학 책 150여 권을 망라한 교양서의 느낌이 물씬 풍겼던 만큼 인체 지식에 관심있는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내용들이라 좋았던 것 같다.

현재는 영상 기술을 사용해 더 다양하고 혁신적인 발전을 이뤄나가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기록들이 모여 새로운 역사의 이정표가 되는 그런 날이 또 오겠지..

의학, 예술, 역사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다.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서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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