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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층에 부커상 수상자가 산다
케이트 가비노 지음, 이은선 옮김 / 윌북 / 2024년 9월
평점 :
일자리를 찾는 동안 시린은 집에 갇혀 지냈다. 돈을 쓰기 무서워서 밖에 나갈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사람이 그리워 벨을 잘못 누른 배달원에게 말을 거는 지경에 이르렀다. p.14
엄청난 경험이었다. 그리고 가방 속에 베로니카의 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다. 그 책은 끝내지 못한 자신의 소설이 떠오를 때마다 덮쳐오는 불안감을 막아주는 부적과도 같았다. p.101
당연히 다들 이기적이라고 했죠. 모두를 위한 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돌아보지 않았어요. 그게 지금도 자랑스럽고요. 살다 보면 나를 위한 선택을 해야 하는 때가 있거든요.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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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니, 대학만 졸업하면 밝은 미래가 기다릴 것만 같았던 20대 초반 시절이 떠올랐어요. 희망과 좌절, 도전과 용기, 열정과 시련, 불안과 우울, 공감과 위로의 감정들까지도요.
사회 초년생이면서 책을 좋아하는 니나, 실비아, 시린과 그들의 아파트 아래층에 사는 92세의 부커상 수상자 작가인 베로니카의 일과 우정, 사랑과 꿈에 대한 거침없이 솔직하고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이야기가 네 컷 만화에 담겨 있는 그래픽 노블이라 한 편의 영화같기도..🫧
세대 차이를 크게 느낄 수도 있는 세 친구들과 베로니카의 만남은 책과 글쓰기라는 공통된 관심사를 통해 그 경계를 허물고, 삶에 대한 조언으로까지 이어졌는데. 92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쓰는 삶을 살고 있는 베로니카를 통해 편안한 안도감과 자신감을 얻고, 반짝반짝 성장하는 모습들을 보니 제 마음 깊은 곳에서도 두근두근 떨림이 느껴졌습니다.
빨래방에서 글을 쓰고, 한국식 찜질방인 '스파 캐슬'에서 스트레스를 풀면서 축하 파티를 하고, 소주를 마시는 모습(외국인들이 소주의 도수에 많이 놀랜다는 것을 알기에) 등 종종 등장하는 K-컬처를 발견하는 반가움과 재미는 덤인 것 같아요. 편집자, 작가의 세계를 살짝 엿볼 수 있었던 것도 흥미 요소! 위트 넘치는 그래픽 노블의 세계에 빠져들고 싶으신 분들, 사회 초년생, 청춘들께 특히 추천드리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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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단순하기는 하지만 내가 카뮈는 아니니까. 절망감이 찾아올 때도 할 줄 아는걸 하려고 해요. 글 쓰고 책 읽고 가끔 울기도 하고 당연히 잘 챙겨 먹고. 맛있는 쌀국수가 내 일주일을 바꿔놓은 기억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요?"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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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에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