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다가, 울컥 - 기어이 차오른 오래된 이야기
박찬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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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다가울컥 #박찬일 #산문집 🥣

"세상 모든 '먹는 행위'가 트렌드가 된 지금, 박찬일은 우리에게 '먹는다는 것'은 시간과 경험을 나누고 삶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책을 통해 말하고 있다. 고마운 작가고, 고마운 주방장이다." _변영주, 영화감독 📽

다양한 매체에 요리와 술, 사람과 노포 등에 관한 글을 쓰고 강의를 하는 박찬일 쉐프의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글을 읽어보았습니다.

학창 시절 안주가 정말 맛없기로 유명했지만, 차비도 없이 가게 구석에서 잠이 들거나 술값을 외상해도 주머니 사정 뻔한 학생들에게 너른 인심을 베푸셨던 대학교 79학번 명예 학사증의 주인공 '개미집' 아주머니와 동태찌개.

제일 좋은 나무를 다듬어 세계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도마를 만들어준 마에스트로 친구와 모르타델라 샌드위치.

'모르는 게 약'이라고, 해녀의 삶과 죽음을 알고 나니 뜨거운 마음이 걸려서 막 먹을 수 없는 말똥성게의 이야기가 울컥했습니다.

사라지는 대폿집과 실비집을 찾아다니며 겨우 찾아 아껴 먹는다는 그가 소개하는 사연속에는 요리를 하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 사람들의 노고와 눈물나게 고마웠던 이야기들이 담뿍 담겨 있었습니다.

가난했던 저자의 유년 시절 에피소드를 읽는데, 어렴풋한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르기도 했네요. 지금 아이들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나 접했을 연탄과 번개탄에 얽힌 기억이 저에게도 있었거든요.

새벽 동틀 무렵, 연탄 수거차에서 흘러나오는 힘찬 음악에 맞춰 다 태운 연탄이 담긴 대야들을 머리에 이고 삼삼오오 모여들었던 어머니들의 행렬, 월급을 받으면 연탄 창고에 연탄부터 가득 쟁여놓아야 밥 안먹어도 배가 부르다고 하시던 할머니의 말씀이 떠올랐어요.

연탄불을 제때 못갈아서 꺼트리면 구멍가게에 뛰어가서 번개탄을 사오라고 저를 심부름 보내셨고, 그 연탄불에 몰래 달고나를 해먹다가 국자를 태워서 혼이 나기도 했어요. 연탄불에 구운 돼지갈비는 또 얼마나 맛있었던지..

저는 특히 외할머니께서 연탄불에 구워주시던 김 생각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참기름, 들기름을 발라 맛소금을 칙칙 뿌린 김을 반찬통에 한가득 잘라놓고 일하러 가시던 모습이 떠올라 울컥하기
했어요. 입에서 살살 녹던 그 김 맛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가장 큰 그리움이 되었답니다. 저의 소울푸드!! 💗💜

✒️
"맞아요, 선생님. 박찬일이에요.
이제 왜 전화도 안 주세요.
기름 묻은 손으로도 얼마든지 받을 수 있는데요." / p.55

"나는 진짜 만두를 정말 좋아했다. 찐개 같은 '짱꼴라'가 먹는 만두가 진짜라고들 했다. 내 호기심은 더 높아져 갔다.
찐개에게서 최초의 '진짜 중국 만두'를 얻어먹을 수 있었다. / p.209

"나도 요리사가 되어야지. 그래서 밥도 맘껏 먹고 무도
한 가마니씩 팍 썰고 그래야지." / p.238



차마 그리워 입에 올리지 못했던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니,
소중한 추억이 떠올라서 행복했습니다. 배불리 먹고 싶어 요리사가 되었지만, 사실 요리사들은 손님들을 위해 자신들의 끼니는 제 시간에 제대로 된 음식으로 먹지 못한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도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손님들께 정성껏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기 위해 칼날에 베인 듯한 상처와 화상 자국을 영광의 상처로 받아들이는 많은 요리사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네요.
주방 한 켠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시는 그 분들의 노고 덕분에 오늘도 우리가 음식으로 위로를 받고, 행복한 추억을 쌓아가는
것일 테니까요.

도서를 협찬받아서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웅진지식하우스 @woongjin_rea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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