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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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복하면 죽는다. 우리는 다 같이 살아야 한다. 투쟁." 👊

실화를 바탕으로 쓴 정보라 작가님의 자전적 SF소설!
범국민적 '투쟁'으로 대동단결 시킬 <지구생물체는 항복하라>
는 마지막 문장까지도 소중했던 소설이었습니다.

포항을 배경으로 썼다보니, 처음엔 "포항 소설"이라고 제목을 정하고 싶었고, 포항 바다와 동해, 내 나라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애정을 가지게 된 소회를 진솔하게 풀어주신 '작가의 말' 까지 빠짐없이 꼼꼼히 읽다보면
소설이 가진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 느낄 수가 있습니다.
유쾌하면서 묵직하고, 기발한 상상력까지..
검은 정장 입은 사람들, 일명 '덩어리'들이 갑자기 나타나진 않을까 이야기에 흠뻑 취해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것 같아요.

📍
행진하며 나는 미래에 대해 생각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노화와 고통과 돌봄과 상실의 미래에 이제는 방사능 오염으로 인한
질병과 장애의 두려움이 추가되었다. 나는 건강하지 않은 몸, 손상된 몸, 질병을 가진 몸, 죽어가는 몸으로 계속
저항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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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생물체, 문어, 대게, 상어, 개복치, 해파리, 고래를 소재로 짧은 단편들이 연작으로 이어지는 구성이라 부담없이 읽기에 좋았고. 관심밖이었던 사회, 우주적 사안들을 비일상적이고 꿈같은 SF와 블랙 코미디로 잘 버무려 놓은 덕분에
현실속의 나의 일, 우리의 일로 깨닫게 되는 건 순식간!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주변 환경을 우주적인 관점에서 다시 바라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사람은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고 진찰을 받고 약을 먹을 수 있다. 아픈 새들은 누가 돌봐줄까. 아픈 물고기는 누가 돌봐줄까. 우리는 언제 다 죽게 될까. (p.233)'
같은 문장을 보며
북한이 무력 도발을 감행하여 동해상과 서해상에 미사일과 포탄,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장거리 로켓, '우주발사체'를 쏘아댈 때 왜 난 바다에 살고 있는 생물들의 안전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을까 반성하게 되었고 😢,

대게 '예브게니'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잘하는) 를 통해 전하는
'인간이 아닌 생물도 똑같이 이 지구에서 살아갈 권리가
있다' 의 메시지도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

"착하거나 나쁜 동물 같은 건 없습니다. 우리는 그냥 동물입니다." , "바다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닙니다." 는 문장에서 처럼 우리 인간들만의 바다라고 생각하고, 가치 기준을 나누어 착하다, 나쁘다고 판단하는 이기심에서 벗어나
모두의 바다로 여기고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라는 미화된 표현 대신 '원전 폐수 해양 투기 반대'라고 정확하게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고 깨닫기도 했네요.

완벽하지 못한 물리적 실체들(인간)이지만 생존하기 위해, 존엄하기 위해, 자유롭기 위해 싸우고 있고..
그래서 이젠 죽음이 조금 덜 무서워졌다는 말들이 가슴에 박히는 것 같았습니다. #장애 , #노동 , #사회 , #환경, #생태계 등의 현실적인 주제들을 작가님만의 필력으로 설득력있게 풀어놓은 맛있는 글 덕분에 희망의 꿈을 놓지 않을 용기를 가져봅니다.



함께 읽고, 함께 투쟁 합시다!
도서를 협찬받아서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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