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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자키스 지음, 박상은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1월
평점 :
"이곳에서 나는 몹시 행복하다네. 단순한 행복이자, 영원한 것들에서 솟아나오는 행복이지."
<원점으로 돌아오다>라는 소설에서 작가님의 필명이
'호르바'인 이유가 조르바와 연관이 있다고 책에서 읽은 적이 있어요. 아무리 좋은 고전이라지만 열 번 넘게 읽을 정도로 애정을 가지고 필명까지 지을 정도라니..
조르바는 대체 어떤 인물일까 궁금했지요! 😯
<책은 도끼다>에서도 박웅현 작가님이 지중해 문학 중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이 책을 꼽았고,
개인적으로 생각의 저변을 가장 많이 좌우했던 책 중 한 권이라고 극찬을 하셨기에 이번 문예춘추사의 신간책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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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리스의 지성이라 불리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대표작입니다. <오디세이아>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노벨상을 받지 못한 것이 모두 의아해할 만큼 훌륭한 작가로 알려져 있어요. <그리스인 조르바>는 저자의 경험담을 소설 형태로 엮은 것이고, 특히 조르바가 실존인물이라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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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으로부터 '책벌레'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지식인인 '나'는 괴짜 노인 '조르바'를 선착장에서 우연히 만나 광산 개발을 위해
크레타 섬으로 향하고, 오르탕스 부인의 여관에 묶게 되면서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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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이상으로 가득한 나약한 지식인인 '나'의 관점으로 바라본 조르바는 호탕하면서도 걸림이 없는 '자유인' 그 자체였습니다. 웃고 싶을 때 웃고, 기분이 좋으면 기쁨을 발산하기 위해 춤을 춰야했으며 모든 것을 난생처음 보는 것처럼 대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이 독특했지요. 콩을 먹을 땐 콩만 말하고, 산투르를 연주할 땐 산투르만 생각하는.. 매 순간 자신의 눈높이에서 자유와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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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살 것인가,
당장 내일 죽을 것처럼 살 것인가.. 삶을 대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을 텐데요.
'조르바'는 지금 당장 죽을 것처럼 현실에 실존하는 인물로 그려졌고, 그런 그를 '나'는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는게 흥미로웠습니다. 머리로 생각하고 계산하면서, 이성적인 판단으로 감정을 누르며 사는 보통의 사람들에게 조르바의 존재는 신선한 충격일 것입니다.
여성을 대하는 조르바의 말과 행동에서는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
지금 이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인 '카르페디엠'을 잘 실천한 사람이라는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
붓다에 관한 글을 쓰고 있었던 지식인인 '나'에게
최후의 인간은 붓다였고, 최초의 인간은 조르바였다는
깨달음도 인상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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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빛났고, 바다는 한숨을 쉬며 조개껍데기를 핥았다. 반딧불이 하나가 배 밑에 작고 야릇한 전등을 밝히고 있었다. 밤의 머리카락이 이슬에 촉촉이 젖었다.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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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 따윈 하지 말게, 보스."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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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에 아직 잎은 없었지만 잔뜩 물이 오른 봉오리는 금방이라도 움틀 듯 부풀어 있었다. 모든 싹마다 빛을 향해 스스로를 터뜨리려는 새순과 꽃,
열매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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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인간에게 그랬던 것처럼 조르바에게 우주란
중대하고도 강렬한 광경이다. 별빛이 머리 위로 미끄러지고 파도가 관자놀이에 부딪힌다. 그는 뒤틀린 이성에 구애받지 않고 대지로, 물로, 동물로, 하느님으로 살았다.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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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지중해와 자연을 표현한 서정적이면서 섬세한 문장들이 책 곳곳에서 발견되어 좋았습니다. 참된 행복의 의미와 자유를 내 삶에 비추어 생각해볼 수 있었고,
지성에서만 답을 찾으려는 현대인들에게 색다른 경험이 될
고전 문학, 자유인 조르바가 궁금하신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
도서를 제공받아서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