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 개정판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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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죽음을 생각했기에 나는 아직 살아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죽음을 직면하고 죽음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죽을 수조차 없다. 이미 죽어 있으므로. 살아가는 일은 죽어가는 일이므로."


✒️
<문화일보> 나윤석 기자와의 대화 中, "그는 학자인가, 소설가인가, 칼럼니스트인가."란 저자의 정체성을 묻는 질문에 '연구자 김영민'으로 통합, 수렴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자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대상으로, 해석하고 연구해서 글로 풀어냈다. 냉철하지만 따뜻하고 맛깔나게.
'설거지의 이론과 실천', '추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글을 추석 연휴에 읽은 것은 시기적절했고, (혼자 큭큭거리느라 혼났다) '좀 어렵긴 해도 흥미로워 자꾸 읽고 싶어지는 글'을 지향하신다는 저자의 바램이 와닿는 순간이기도 했다.


유한한 인생임에도 죽음을 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진지하면서도 위트 넘치는 저자의 글은 삶과 죽음의 근본적인 의미를 사색해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세상을 다각적인 시각으로 통찰할 수 있게 돕는다. 저자의 관점이 정치사상연구, 영화평론, 칼럼 곳곳에 녹아들어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고, 특히 영화 <안토니아스 라인>의 평론으로 신춘문예 당선이력이 놀라웠다. <고스트 독> 영화 평론도 좋았고,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대한 해석도 인상적이었다.


📕
"삶이 힘들어"라는 말은 대개 "취직을 하고, 괴롭히는 직장 상사가 없고, 빚이 없고, 일주일에 4일만 일하고, 봄가을에는 여행을 다니고 싶어"의 준말이다. 너무 길어서 평소에는 "삶이 힘들어"라고 말할 뿐이다. 그런 이에게 자기계발서의 달콤한 위로를 선물하는 것은 욕조가 없는 이에게 입욕제를 선물하는 것과 같다. p.230~231


우리가 아이러니하게도 악의 화신을 사랑하게 된 것은 우리가 정반대의 아이러니에 오랫동안 시달려왔기 때문인지 모른다. 우리는 이미 오랫동안 학자에게서 무지와 편견을, 긴 역사에서 부박함을, 예술지상주의에서 세속의 극치를, 성직자의 주머니에서 더러운 돈을, 혁명가에게서 보수성을, 군자에게서 파렴치함을, 권좌에서 도둑놈을, 성소에서 추악함을 보아왔다. p.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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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목표가 행복인지를 묻는 <신동아> 송화선 기자와의 인터뷰 질문에, 행복보다는 불행하지 않기를 바라고, 찰나의 행복보다는 차라리 '소소한 근심'을 누리며 살기를 원한다는 저자의 대답에 마음 깊이 공감했다. 소소한 근심이 있다는 건, 그것을 압도할 큰 근심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기에. 🥹 '오늘따라 책이 잘 안읽히네.' 란 근심도 좋아하는 책과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누리고 있다는 것과 건강을 유지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자 저절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태어나서 자라고, 상처 입고,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겪으면서 인간은 유한함을 깨닫게 되며 이는 곧 시야의 확장과 더불어 진정한 성장을 의미한다는 내용 또한 인상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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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5주년 기념 개정판을 통해 김영민 교수님을 알게 되어서 기쁘다. 추가된 개정판 서문과 송길영, 송화선, 나윤석 기자와의 인터뷰들도 재미있었다. 매년 추석 때 꺼내어 재독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도서를 협찬받아서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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