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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 마음 - 마음의 작동 원리를 알면 삶이 쉬워진다
틱낫한 지음, 윤서인 옮김 / 불광출판사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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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움도, 행복도 마음이 만들어낸다."는 말의 의미가 깊이 와닿는데 여기서 '마음'이라는 것의 본질, 본성이 뭘까?라는 의문에 명쾌하면서도 친절한 답을 주는 책이 바로 《틱낫한 마음》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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틱낫한 스님은 마음과 마음의 작용에 대해 알려주는 유식불교의 기본 논서의 세친의 <유식삼십송>과 <유식이십송>을 바탕으로, 대승불교의 꽃이라 불리는 <화엄경>까지 포괄한 <유식오십송>을 풀어내셨다. 마음의 속성과 작동 원리, 변환하는 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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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불교, 부파불교, 대승불교 세 시대의 가르침은 물론이고 서양 심리학(대표적인 심리학자_프로이트)과 인본주의 심리학(대표적인 심리학자_칼 로저스)까지도 포괄하고 있는 불교심리학에 관한 책으로 식識의 성질을 쉽게 이해하도록 도와준다. 50게송만 처음에 들으면 아리송할 수도 있으나, 해석을 읽고 난 뒤 읽으면 쉽게 와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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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밭이니, 그 속에 온갖 씨앗이 뿌려진다. 이 마음밭의 또 다른 이름은 '일체종자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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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식불교에서는 우리의 마음에 여덟 개의 식識이 있다고 하는데, 여덟 번째인 '아뢰야식'은 나머지 일곱 가지 식의 바탕이자 근본이며 창고 역할을 하고, 우리가 경험한 모든 것을 '종자種子'(씨앗)로 저장하며 보존하면서도 씨앗들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마음밭에는 우리가 하는 말과 생각과 행동이 새로운 씨앗으로 심어지기에 알아차림mindfulness 수행을 통해 괴로움, 고통을 주는 종자를 변화시켜 그 선업善業 종자에 물을 주어야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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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땅을 믿고 부지런히 물을 주면서 종자를 가꾸듯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마음밭 속 선업善業 종자를 알아보고 물을 줄 수 있는 바른 견해를 키우는 수행, 즉 알아차림을 하는 것이다. 그릇된 인식을 진실이라고 믿고 개념화했던 분별심, 편견에 기반한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고 항상 겸손하게 자문하는 태도야말로 미혹으로 가득찬 세상에서 참모습을 접할 수 있는 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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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뢰야식에 저장된 씨앗은 조상과 친구와 사회로부터 받기도 하고 수천 년에 걸쳐 습관화된 기운을 띤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런 습기習氣가 대상을 '있는 그대로'(참모습)으로 인식하지 못하게 방해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습기가 아닌 긍정적인 습기를 익히도록 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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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경>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하나 속에 일체가 있고, 일체 속에 하나가 있다." 한 개 사물 속에 다른 모든 것이 들어 있다. 모든 것에 그 한 개가 들어 있다. 현대의 원자물리학자들은 분자 세계를 깊이 관찰한 후 안팎 개념을 버려야 했다. (중략) 한 개의 원자 속에 온 우주가 있다. 한 사람 속에 우주 만물이 존재한다. 당신 안에 내가 있고, 내 안에 당신이 있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다. 연기법에 대해서도 깊이 알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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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뢰야식 속 미혹 종자에 날마다 물을 주고 괴로운 생사윤회, 고통과 미혹의 악순환을 초래해 지옥을 만들어낸다. 분별하고 집착하며 이것과 저것은 다르고, 나와 너는 별개라고 생각해서 고통에 빠졌다. 안과 밖, 오고 감, 태어남과 죽음이라는 개념에 의지해서 분별하지만 보는 방식을 새롭게 바꾸어 #의타기성 을 보려고 한다면 미혹은 깨달음으로, 무명은 지혜로, 윤회라고 보았던 것은 실제로 열반과 진여라고 알아차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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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알아차림 종자, 자애, 이해, 기쁨 종자가 있다. 이 종자들은 마음 속 쓰레기를 아름다운 꽃으로 바꿀 수 있다. '이것'을 버려야 '저것'을 찾는게 아닌 괴로움과 번뇌를 바꿈으로써 행복과 평화에 이를 수 있다. 명상과 알아차림 수행이 왜 필요한지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50게송 중 아뢰야식을 자아로 여겨 집착하는 말나식, 말나식을 기반으로 하고 현상을 대상으로 하여 현행하는 의식, 의식을 기반으로 한 감각식, 등 팔식이 전부 서로 연결되어 의지하고 있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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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학위도 없고, 불교 지식이 높은 편도 아니지만 술술 잘 읽혔다. 중간에 이해되지 않는 단어나 구절이 있었지만 파고 들지 않기를 바란다는 틱낫한 스님의 말씀대로 흐르는 물처럼, 음악을 들을 때처럼 리듬을 타며 읽었고, 후반부에 가서는 감정이 복받쳐 오르기도 했다. '마음'이라는 넓은 밭을 지금부터라도 잘 가꿔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 최고의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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