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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값의 비밀 - 양정무의 미술 에세이
양정무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평점 :
이 책은 작가와 컬렉터가 미술시장이라는 무대 위에서 벌이는 여러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미술이 자본주의의 새로운 무기로 거듭나는 과정, 돈과 예술의 상관관계, 돈과 얽힌 천재 예술가들의 뒷이야기, 미술 투자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할 만한 내용들이 풍부하게 실려있어서 흥미로웠고, 그림값을 매기는 기준이 작가의 노동력과 재료값에서 작품의 가치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역사적인 순간들이 인상적이었다. 문체가 직접 이야기를 듣는 듯 부드러워서 마치 그림 산책을 나온 것처럼 재미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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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비싼 그림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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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의 시점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살바토르 문디>라는 작품이 2017년 11월 15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당시 환율 기준으로 약 4,500억원에 낙찰되어 (경매 기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 미술시장의 한해 규모보다 이 그림 한 점의 가격이 더 컸다고 한다. 비싸게 거래된 그림들이 그만큼의 값어치가 숨어 있을까? 🤔 미학적으로 접근한 미술의 논리만으로는 설명이 어렵고, 경제 논리로 접근해서 질문을 바꿔야 명쾌한 답을 내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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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사서 돈을 벌 수 있을까요?"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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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의 작품이 연평균 9퍼센트 정도의 수익이 난다고 주장하는 경제학자가 있을만큼, 미술시장은 증권시장과도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는 점도 흥미로웠지만.. 📈
작품이 완성된 후 작가의 손을 떠나 시장에서 일단 1차로 거래된 작품이 재판매되면 '오래된 가치'를 인정받아 가격이 더 상승하게 되고, 이때 아트 딜러가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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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아트 딜러인 #래리거고지언 같은 1급 중개상이 팔면 작품의 값이 달라진다는 말은 곧 브랜드가 확실한 딜러에게서 산 작품이 훗날 더 좋은 가격으로 재판매 될 수 있다는 말이된다. '팔리면 작품, 안 팔리면 쓰레기'라는 속된 표현도 있듯이 딜러의 역할과 열정, 아이디어를 높이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작가와 작품을 입도선매할 수 있는 무적의 황금 지갑 역시 딜러의 필수조건이기에, 슈퍼 딜러는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닌 듯하다. 작가 대 딜러의 수익분배 원칙은 5대 5가 전 세계적 기준이고, 100을 팔면 50은 작가에게, 50은 딜러에게 간다고 한다니 놀랍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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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중반부에는 13세기 평범한 상인 집안에서 유럽 최고의 명문가로 거듭나면서 유럽의 상류문화를 주도했던 코시모 데메디치의 스토리들이 흥미로웠고, "크레이지 재패니스"로 유명한 일화를 남겼던 일본 부자 사이토의 괴물같은 소유욕으로 전세계를 뒤흔들었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고흐의 <가셰 박사의 초상>과 르누아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를 각각 1990년 크리스티 경매와 소더비 경매에서 8,250만달러와 7,810만 달러로 사들인 후 자신이 죽으면 같이 관에 넣어 화장하고 싶다는 유언을 남겼었다는 것. 😱
명작을 소장한 소장자라고해도 전세계 미술 애호가들의
사랑과 기억이 담긴 작품을 파괴할 권리는 없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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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장을 가장 인상깊게 읽었는데 사고뭉치 동생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면서도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에 매달려 그림을 그렸던 미켈란젤로, 개인 파산과 거듭되는 불행 속에서도 그림을 그려야 했던 렘브란트, 후원자를 찾아 이탈리아 곳곳을 헤매다가 생의 말년에 이르러서야 프랑스 왕의 스카우트를 받았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이야기를 통해 위대한 예술가들도 비켜갈 수 없었던 현실적인 삶들이 와닿았다. 다양한 명화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 한국 미술시장의 가격제인 '호당 가격'에 대한 설명이 궁금했는데, 10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고, 한국 미술시장에 대한 내용은 살짝만 언급되어서 아쉬웠다. 젊은 신인작가들과 그들의 작품들을 발굴해서 가치를 부여하는 일들도 활성화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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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제공을 받아서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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