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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페이지 인문학 여행 한국편 - 인문학 전문가 김종원의 지적 안목을 넓혀주는 열두 달 교양 수업
김종원 지음 / 길벗 / 2022년 11월
평점 :
●우리가 미처 몰랐던 뜻밖의 한국 교양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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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달 수에 맞춰 문화와 미술, 철학과 음악, 과학과 경제 등 전방위적인 관점에서 본 한국이라는 나라의 모든 것을 깊이있게 꾹꾹 눌러담은. 열두 달 교양 백과사전과 같은 책이 출간되어 너무나 반갑고 감사했다. 얼마전에 출간된 <부모 인문학 수업>을 다 읽지도 못한 와중에 신간을 접하게 된 나는 작가님이 lte급으로 글을 쓰시나 싶었는데, 오랜 기간동안 준비하지 않으면 불가능할 정도로 방대한 양, '어디서도 접하기 힘든 내용'들을 정성껏 담아 내셨음을 곧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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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재미있는 점은 열두 개의 주제를 열두 달로 나누고, 365일 동안 1일 1페이지씩 인문 교양을 쌓을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었고, 월마다 소주제와 관련 있는 여행지 소개와 큐알코드를 활용하여 추가 정보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 등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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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月 문학ㆍ2月 미술ㆍ3月 건축ㆍ4月 음악ㆍ5月 문화ㆍ 6月 종교ㆍ7月 음식ㆍ8月 역사ㆍ9月 철학ㆍ10月 과학ㆍ11月 경제ㆍ12月 공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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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김훈 작가님의 <하얼빈>이라는 책을 읽고 있어서 그런지, 1月 문학 분야 5日에 실린 <최고의 책>과 13日에 실린 <칼의 노래> 내용이 그 중 인상 깊었다. 안중근 의사는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척살한 뒤 일제의 고문에 조금도 뜻을 굽히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법정에서 이토 히로부미의 열다섯 가지 죄를 지적하며 '대한의군 참모중장의 자격으로 적장 이토를 처단한 것'이라고 당당하게 외쳤는데, 저자는 안중근 의사가 외친 열다섯 항목의 내용이 최근 100여 년 동안 한국에서 발행된 그 어떤 책보다 위대하다고 생각해서 '최고의 책'이라고 칭송했고, 때로 책은 종이가 아닌 한 사람의 '삶의 엮음'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지금 가장 고독한 자가 그 옛날 가장 고독했던 자를, 날것 그대로의 순수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쓴 글인 <칼의 노래>도 꼭 문학으로 접하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그 외에도 박완서 작가, <난중일기>, <삼국유사> 등의 내용을 통해 "작가는 세상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만큼 쓸 수 있다"는 메시지가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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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한국 미술을 감상하고 시대 배경과 관련하여 작가의 삶을 더듬어 볼 기회가 별로 없었기에, '그릴 수 있다면 고통도 예술이다'는 안견의 <몽유도원도>, '눈에 보일 때까지 시선을 돌리지 않는 집요한 관찰력'의 대가인 당대 최고의 화가 김홍도의 <행려풍속도>, <마상청앵도>, <서직수 초상>과 진경 산수화를 그린 천재화가 겸재 정선의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었다. 한국미술사를 대학에서 배웠어도,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의 발견이 흥미로웠다. 특히 간송미술관에 소장된 <마상청앵도>로부터 김홍도의 음악적 감성을 발견하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 감사했다. 아름다운 멜로디가 잔향처럼 들린다는 이 작품, 꼭 감상해보면 좋을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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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는 멜로디로, 화가는 그림으로 다르게 표현할 뿐 언제나 영감은 하나다, 예술은 그걸 발견하는 자의 것이고 발견한 '그 무엇'을 자신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표현하면 된다는 이야기가 깊이 와닿았다. 출세에 뜻을 두고 죽(竹)과 산수(山水)를 그리던 시절에, 세상이 외면하던 영모화조화를 그리던 화가들을 특별히 다룬 점도 좋았다. 🏷"인격이 고상하고 정신 수준이 높다면, 세상의 평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언제나 기준을 바꾸는 건 세상이 아닌 자신의 뜻을 가진 개인의 힘에서 비롯되는 법이니까. 그리고 그 소신이 빛을 발하는 때는 반드시 온다."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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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이야기한다. "가장 강하고 가장 폭력적인 증오는 언제나 문화 수준이 가장 낮은 곳에서 보게 될 것이다."라고. 그 뒤 국민들의 지적 수준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모든 삶을 바쳐 <파우스트>를 완성했다. 괴테의 말에 영감을 얻어 멋진 인문 교양서를 집필해주신 작가님께 감사한 마음이 든다. 평소 읽던 책의 폰트보다 작아서 처음엔 놀랬지만, 얼마나 많은 내용을 풀어내고 싶으셨는지 짐작이 갔다. 책을 읽고나니, 앞으로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서 새롭고 특별한 영감을 얻을 수 있기를, 삶을 더 즐겁고 풍요롭게 만들어갈 수 있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해보게 되었다. 두고두고 아껴서, 읽고 또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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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서평단으로 도서제공을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