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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영화. 오늘의 감독. 내일의 대화. - 민용준 인터뷰집
장성용 사진, 민용준 인터뷰어 / 진풍경 / 2022년 8월
평점 :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처음엔 영화인들의 전문언어(?)들이 생경하기도 했다. 초록 검색창으로 용어의 뜻을 알아보며 읽었는데, 초보 영화인도 쉽게 읽을 수 있게 주석을 달아주셨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
<미쓰 홍당무>, <보건교사 안은영>의 이경미 감독 인터뷰 중 "제가 모르는 걸 시작하면 그렇게 시작한 걸 알기 위해 주파수를 열고 더 많은 신호를 받아들이게 되는 거죠." (P.467) 라는 말처럼, 영화가 만들어진 흥미로운 여정을 깊이 들여다보는 일은 나에게도 새롭게 주파수를 여는 일임과 동시에 평범했던 시야가 풍요롭게 확장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아서 뿌듯하기도 했다.
인터뷰어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 인터뷰이가 마음을 열지 않으면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제대로 묻고 적절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 인터뷰이에 대한 철저한 사전 조사와 준비과정이 필요할 것이고, 인터뷰를 하는 동안 진심어린 경청과 편안한 리액션과 교감이 있었기에 그 다음 질문으로 자연스레 물꼬가 트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런면에서 민용준 작가의 인터뷰는 치밀하면서도 섬세했고, 유연하게 이끌어나간 대화들이 좋았다. 13인의 감독들과의 대화속에서 멋진 답변을 이끌어낸 심도있는 질문들이 특히 책을 다 읽은 시점에서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멋졌다.
13인의 감독 이름에서 모종의 공통점이 있다면, 한 차례 이상 여성 서사를 다룬 적이 있는 감독들이라는 점인데, 이런 공통의 분모위에 각자의 개성있는 연출의 차이를 인터뷰 속에서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책을 읽고 나면 필시 영화를 보는 관점이 더 새롭고 다채로워질 것 같고, 넓게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다양한 시점으로 관찰하고 받아들이게 될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윤가은 감독의 <우리집>을 중간에 찾아봤는데, 어린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설정한 배경들의 디테일한 요소들이 눈에 쏙쏙 들어오고 또 그걸 찾으며 감상하는 스스로가 놀라웠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건가 싶었다. 긴 여운이 남아 다시 책을 펼치는 과정도 있었다. 700페이지라는 분량의 밀도 높은 대화와 영화의 스틸 컷 같은 인터뷰 사진, 예쁜 벽돌책 같은 감각있는 디자인까지 멋졌던 책.《어제의 영화. 오늘의 감독. 내일의 대화》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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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제공을 받아서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