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큐레이션 - 에디터 관찰자 시점으로 전하는 6년의 기록
이민경 지음 / 진풍경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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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차 에디터로서, 6년차 도쿄 생활자로서 저자가 직접 경험한 도쿄의 라이프스타일이 깊이 담겨있는 책, <도쿄 큐레이션>을 읽어 보았다. 로빈슨 크루소처럼 일본이라는 섬에 고립되어 좋든 싫든 일본과 도쿄의 속살을 부지런히 비비며 생활했다는 눈부신 여정들이 기록되어 있다.

사진과 글들이 깔끔하고 정성스레 담겨있고, 취향을 흉내낼 수는 없지만, 읽는 동안만은 그 곳의 공기와 근사한 마음들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500여 페이지에 담긴 도쿄를 천천히 호흡하면서 산책하듯 편안하게 즐겼다. "형태形 형, 빛色 색, 풍경景 경, 맛味 미, 사람人 인" 다섯 챕터로 나눠져 있어서 주제마다 여행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 이 책에 담긴 6년의 여정은 특별했다. 도쿄 최전선의 유행을 이끌어가는 첫 시작점인 '시보네'를 둘러보며 최신 트렌드의 맥을 짚어주면서도, 도심에서 뚝 떨어진 곳에 위치한 멋스러운 편집숍인 '카시카'의 공기를 전해준다. 저자를 따라 도쿄의 보석같은 곳들을 여행하다보면 어느새 감도가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취향이란 어떤 것인지, 시간을 머금은 낡은 물건의 가치는 어떤 건지를 곱씹어 생각해보게 된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청소 교육'을 따로 하면서까지 청결과 유지 관리를 중요시 한다는 점을 알고나니, 왜 거리에 쓰레기가 없는지, 왜 공공 시설물들이 낡았으나 새것처럼 반질반질한지 이해되었다. 새것들보다 더 근사한 오라를 뿜어내는 많은 장소와 오래된 물건들의 가치를 생각하다보면 내 안목도 한 단계 높아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고, 전통과 현대를 이어주고 그들만의 것으로 재해석하는 일본의 소통방식, 태도, 영감이 담긴 브랜드 속에 면면히 흐르는, 상대방을 먼저 헤어릴 줄 아는 '오모테나시'적인 성실함을 닮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유행보다는 자신만의 세계관을 만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지, 일본의 멋진 감각만이 아닌,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철학의 힘까지도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즐거운 여행이었다. 도쿄 로컬의 예리한 안목으로 선정한 어메이징한 맛집들도 가득 담겨있으니 놓치지 마시길.

출판사로부터 도서제공을 받아서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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