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살리고 사랑하고
현요아 지음 / 허밍버드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불행 울타리를 두르고 어둠과 싸우는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사랑과 연대의 편지" 💌

이 책은 손에 잡혔을 때, 단번에 읽어나갈 수도 있겠지만, 나는 숨을 고르며 천천히 읽어나간 경우에 속한다. 스스로 생을 끊은 동생의 죽음으로 어느날 갑자기 자살 사별자가 된 한 사람이 겪은 이별에 대한 충격, 상처와 고통이 아프게 와닿았고 내 생애 처음으로 겪게 된 죽음인 외할머니의 별세와 정신없이 치워졌던 장례 과정들, 남겨진 할머니의 흔적들, 오열하던 엄마의 모습들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저자가 밝힌 조울증, 범불안 장애, 자살 사별자, 가정 폭력의 피해와 학교에서는 따돌림을 겪었던 과거의 많은 아픔과 상처들이 그저 넋두리로만 들렸다면, 나는 끝까지 이 책을 읽어낼 수 없었을텐데, 이야기를 읽는동안 나 조차도 몰랐던 내 안의 불안, 우울, 상처들을 깨달았고, 끊임없이 떠오르는 질문에 답을 하는 동안, 나를 둘러싼 불행 울타리를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지, 어떤 결정을 하면 행복할 수 있을지를 곱씹어 생각하게 되느라 천천히 읽을 수 밖에 없었다.

🎐
어떤 날엔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기에 심장에 무거운 도끼를 꽂아 둔 채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하는지 불현듯 억울함이 몰려왔다가도, 회사에 출근해서는 동생과의 이별의 순간을 지우기 위해 애를 써야했고, 웃어야 했고, 다정한 말을 베풀어야 했던 그녀. 참았던 슬픈 감정은 퇴근 하고서야 터졌고, 그때서야 맘껏 울고 화를 내었다는 이야기들이 가슴을 멍먹하게 했다. 어느 쪽이 진짜 모습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였다고 회자하는데 영원한 작별 앞에서 충분히 애도하는 기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다.

사람이라면 1인분의 그릇을 채워야 한다고, 쓸모 있는 사람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그녀의 절망적인 마음에도 환기할 수 있는 시간이 더해지자 희망이 일렁이고, 용기가 생겼다. 고인 아픔들을 방류해내자 죽음 보다는 삶이 보였다. 글을 읽는 나에게도 그 온기가 전해졌다. 마음의 병을 앓고 있지 않는 현대인은 없을 것이다. 불행 배틀은 이제 그만. 나보다 더 힘든 사람에게서 위로 받는건 진정한 상처 치유가 될 수 없고, 스스로 부딪혀 불행 울타리 밖의 밝음을 마주할 때 비로소 진짜 나를 살리고 사랑할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될 것이다.

✍ "당신은 어떤 선택지를 품고 있나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