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짧은 한국사 - 읽는 것만으로 역사의 흐름이 머릿속에 들어온다
김재원 지음 / 빅피시 / 202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예나 지금이나 한국사를 암기과목이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면 외울 것이 많은 애증의 학문이지만, 지금 당면한 문제의 원인을 찾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넓은 시야에서 과거와의 연결고리를 찾다보면 지금을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발견하게 될 것도 같다.

고대사에서 시작해서 근현대를 아우르는 오천 년의 역사를 짧고 간결하면서 쉽고 재미있게 서술한 이 책을 읽고보니 그동안 내가 알고 외우다시피 했었던 역사는 정말 단편적이었었구나를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한국사를 공부함에 있어서 이 책 한 권으로는 안되겠지만, 여러 역사적인 사건들이 어떻게 주변 국가, 동아시아 세계사와 맞물려서 인과관계를 맺고 흘러가는지 큰 흐름을 이해하는데 분명 큰 도움이 될 수 있고, 역사의 순간을 되돌아보며 고정관념의 틀을 깰 수 있는, 생각을 유도하는 질문들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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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기 후반 백제는 고구려와의 군사 경쟁 속에서 가야, 신라와 같은 한반도 내의 나라뿐만 아니라 동진, 왜 등의 한반도 밖 주변 나라들과 적극적으로 외교 관계를 맺는다. 백제가 선택한 이 생존법은 고구려의 군사력을 억제하는 유일한 방법이자 앞으로 닥칠 온갖 위기를 버티게 해준 결정적 한 방이기도 했다. 5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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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중에는 '뜯어고치는 김에 나라 이름도 바꾸고, 왕도 바꾸자!'라고 생각한 이들도 있었고, '왕까지 바꾸는 건 좀 아니지 않나?'했던 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적어도 이들은 고려의 가장 큰 문제가 부동산(토지)에 있음을 부정하지 않았다. 21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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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역사에서 중간에 왕이 바뀐 경우는 이후로도 두 번(중종반정고 인조반정)이 더 있는데, 네이밍이 조금 다르다. 왜 수양대군의 쿠데타는 유독 계유년의 '정난(靖難)'이라 했을까? 그리고 왜 쫓겨난 왕은 '단종'이라는 묘호까지 받을 수 있었을까? 이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단종의 치세부터 확인해야 한다. 227~22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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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의 시작은 단군 신화를 통해 잘 알고 있지만, 고조선의 마지막은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또한 고구려와 백제가 굳이 자신들의 뿌리를 부여에서 찾고 "나 부여에서 왔어"라고 하면 적어도 무시는 안 당했다는 점과 그런 부여가 삼국이라는 서사를 위해 어떻게 희생되었는지도 배울 수 있었다. 고려의 천추태후를 근친혼으로 태어났고, 이후로도 근친혼으로 자식을 낳은 괴이한 존재, 사랑에 눈이 먼 여인으로만 판단하기에는 우리의 시선이 정말 조선시대 성리학자들의 기준에만 머물렀던 것은 아닌지, 고려 초 유교가 뿌리 깊게 자리 잡지 못한 시절의 사상적 배경으로 생각하면 과연 어떨지. 생각의 틀을 깨고 유연한 사고를 확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어 역사 은근히 재미있는데? 하는 생각에 이르기도 했다.


왕의 자리 앞에서는 형제도 필요없던 이방원이 막강한 왕조 국가의 모습으로 탈바꿈 하기 위해 어떤 정치 시스템들을 가동 했는지, 즉위하고 18년이 지난 후 태종이 세종에게 왕위를 선위한 초반에 왜 양왕 통치 체제를 고수할 수 밖에 없었는지, 끝까지 왕 자리에만 집착 했었던 인물이었는지 뒤집어 생각해보니 흥미로웠다. 고대사에서 시작되어 강남 개발의 상징, 삼풍백화점의 붕괴 참사의 현장까지 몰입하며 읽다보니 어느새 역사의 산책은 끝이 나 있었다.

이렇게 한국사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넘어 재미있게 설명한 작가는 도대체 누구일까 찾아보니 유튜브에 관련 영상이 있어서 재미있게 보기도 했는데! '공부왕 찐천재 홍진경' 에도 출연하신 김재원 박사님이셨다. 초3인 첫째와 한국사를 같이 배워야하는 시점에서 고대사부터 전체 흐름을 쫙 훑어보고 나니 조금 자신감이 생겼다. 흔한 클리셰였던 '알에서 나왔다'는 건국 서사가 언제 깨어지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읽어보시길! 우리가 아는 역사의 이면에 정말 재미있는 스토리가 많다는 사실을 공감하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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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제공을 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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