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개봇이 사라졌다! 아이스토리빌 46
황선애 지음, 이갑규 그림 / 밝은미래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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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 집에 일하러 온 로보뜨여, 뭐여. 허구한 날 밥하고 설거지하고 빨래 돌리고. 빨래만 돌리는 겨? 널고 개고.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겨? 사십 년 동안 너 이만큼 잘 키워 줬으면 됐지, 도영이에 이제는 예찬이까지. 나도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한다." (p.19)

책을 읽다가 이 대목이 어찌나 마음에 확 와닿던지요. 주말부부인 저희 집도 친정 부모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첫째가 태어나서 조금 수월해질 때까지 자라면 친정 부모님의 황혼 육아도 끝나는 줄 알았는데, 둘째가 태어난거죠. 친정 부모님이 둘째 임신소식에 절망을 하시던게 기억이 납니다. 물론 내리사랑으로 지금은 둘째가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지만 말예요. '황혼 육아'의 고충을 너무 잘 알고 있고, 남일 같지가 않아요.

그런데, 김도영과 김예찬의 외할아버지인 박기봉 할아버지가 황혼 육아 중이었고, 나중에 알게 됬지만 그 분야에서는 완벽하리만큼 고수라서 할아버지의 뇌를 복사하고 싶어하는 무리가 나타나게 됩니다. 그곳은 바로 2089년 호모롭세계의 호모로보티쿠스였어요!

11살 김도영과 동생 김예찬이 우연히 할아버지가 메모해 놓은 이상한 번호로 전화를 걸게 되면서, 로봇의 뇌를 가진 인간들의 세계 즉, 호모로보티쿠스들이 사는 세계인 호모롭세계를 알게 되는데요. 김도영과 동생 예찬이, 거기다 도영이의 절친인 구지섭까지 대책 없이 호모롭 세계로 모험을 떠나게 되고, 나중에 아이들을 구하려고 한걸음에 달려온 박기봉 할아버지 앞에 흥미진진한 사건들이 펼쳐집니다.

표지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뿜뿜 드러내는 원기둥 모양 몸통에 바퀴 달린 로봇인 닥터 썬의 무시무시한 음모 때문에 손에 땀을 쥐는 위기가 찾아오고. 빨래 개는 할아버지 로봇(빨개봇), 멍텅구리 꼬마 로봇(멍꼬봇), 자꾸자꾸 똥 사는 로봇(똥싸봇), 완벽한 귀염둥이 로봇(예찬봇)은 과연 무사히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 과민성 대장 증후군 때문에 시도때도 없이 똥 신호가 오는 구지섭 덕분에, 위기를 기회로 삼는 반전과, 곳곳에서 웃음 코드가 팡팡 터지는 SF 판타지 동화였어요.

📚 "완벽한 뇌니 신체니 세상에 그런 게 어딨어? 이거 잘하는 놈이 있으면 저거 잘하는 놈 있는 거고. 그렇게 부족한거 서로 채우고 도와가면서 사는 거지. 안 그려?" (p.130)

맞벌이, 황혼 육아, 재혼 가정 등의 사회적인 문제를 따뜻하고 코믹한 시선으로 그려낸 동화여서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함께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로봇 알파고와의 바둑이 떠오르기도 했고, 완벽한 두뇌를 가진 로봇이 점점 진화해서 인간들을 지배하려고 지구를 침공하는 영화들도 생각났습니다. AI가 공부 습관까지 분석해서 문제 난이도를 조절해주는 학습기로 공부하는 지금의 우리 아이들은 과연 어떤 미래를 상상하게 될까요? 코로나 시국으로 비대면이 일상화되자, 로봇기술이 더 빨리 더 많이 진화하고 있는데 과연 미래의 2089년은 어떤 모습이 될지, 즐겁고 기발한 상상을 더해 볼 동화였습니다. 로봇처럼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조금씩 부족한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 채워 주며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라는 메시지가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동화작가 황선애 선생님의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수상작'인 《빨개봇이 사라졌다!》꼭 한번 읽어보세요.

📖 밝은미래 출판사에서 도서제공을 받고 직접 읽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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