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낡아가며 새로워지는 것들에 대하여
원철 지음 / 불광출판사 / 2021년 6월
평점 :
.
#낡아가며새로워지는것들에대하여
#원철스님 #불광출판사 #불철주야
"오래된 것들에 축적되는 것은 시간만이 아니다. 수많은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있다. 그 이야기는 다시 새로운 만남으로 이어진다."
너무나 와닿는 말이었다.
이렇듯, 저자인 원철스님은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 한자문화권의 의미 있는 곳을 찾아 5년간의 답사와 고증으로, 제목처럼 낡아가는 것들에게 새로움을 부여해준다.
60p.
📚 한반도 땅끝에서 절집과 종갓집이 만났고 시대와 사람이 만났고 터와 인간이 만났고 또 인간과 인간들이 만났다. 그리하여 이야기를 만들었고 그 옛이야기는 지금 사람들의 눈과 귀를 통해 또다시 새로운 만남이 이루어지면서 각색된다. 지금도 많은 이야깃거리들이 어디선가 만들어지고 또 누군가에 의해 보태지면서 켜켜이 쌓여 가고 있을 터이다.
197p.
📚 임진란 당시 이순신 장군은 "초파일에 관등觀燈했다."는 기록을 난중일기에 남겼다. 전쟁이 주는 극도의 긴장감과 중압감 속에서도 연등을 바라보며 심리적으로 많은 위안을 얻었을 것이다. 승군들은 7년 동안 전란에 참여하면서도 해마다 5월(음력4월)에는 틈틈이 밤마다 연꽃잎 모양 따라 종이를 비볐다.
221p.
📚 일점일획도 빼거나 더하지 말라는 불문율이 통용되는 경전이 그랬다. 60만 개 글자로 이루어진 방대한 <화엄경>을 신라의 의상대사는 뛰어난 솜씨로 핵심만 추려 210자로 줄였다. 보약처럼 너무 졸였기 때문인지 다라니 대접을 받았다. (중략) 생육신으로 유명한 매월당 김시습 선생도 그랬다. 한때 설잠이란 법명으로 승려 생활을 한 그는 1476년서울 근교 수락산의 폭천 주변의 작은 집에 머물면서 '의상 210자"에 주해를 달고 서문까지 썼다.
✍ 대학교 학부시절에 역사문화 답사를 다녀본 적이 있는 터라, 역사문화 기행으로 쓴 저자의 신간책은 너무나 흥미로웠다. 하나의 장소에 관련된 역사적 인물들을 소환하고 고전의 명문名文과 선시를 찾아내어 풍성함을 더하면서 하나의 맛깔나는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내는 스님의 필력은 정말 찬사가 나왔다. '기대를 머금고 가는 길도 길이요, 헛걸음치고 돌아오는 길도 길이다' '고사목 그루터기에서 사람 꽃이 핀다' '세우는 것도 건축이요, 부수는 것도 건축이다' 등 문장 하나 하나가 어쩜 이리도 절묘하게 잘 지어졌을까 싶기도 했다. '문을 닫은 자가 다시 열 것이다'는 낭백 선사의 유언이 중국 명나라 때 금산 대사의 방 벽에 씌인 글과 시공간을 초월한 비밀통로처럼 연결될 때는 조금 소름이 돋았다. 매월당 김시습이 의상 210자에 주해를 달고 서문까지 썼지만 몇백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도 전문가들 외에는 접근조차 여러운 외국 글(한문)이 된 것을 부산 금정구 범어사의 무비스님이 한글 번역 작업에 나서 <법성게 선해>라는 해설서를 내셨다고. 범어사 인근 마을 신선처럼 산다는 동네 '선동仙洞'에 있는 상현사를 찾아 매월당 설잠(김시습)스님 영정 앞에 책 간행을 고하고 한글본을 올리기도 했다는데, 선동에 가끔 산책을 다니면서도 마을 이름의 유래에 관심을 가져보지도 않았는데, 그 뜻을 알고나니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고, 상현사라는 절이 있다고 하니 꼭 한번 찾아가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답사하던 때도 생각나고 설레이기까지 했다. 한 여름에 시원한 나무 그늘에 앉아 비록 마스크는 꼈지만, 스님이 다녀오신 장소들과 거기에 얽힌 스토리텔링을 듣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와 힐링이 되었다.
불광출판사로부터 도서제공을 받아서 직접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