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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곰은 모르는 이야기 신나는 새싹 52
구스타보 롤단 지음, 김지애 옮김 / 씨드북(주)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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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곰은 모르는 이야기』 

구스타보 롤단 / 김지애 옮김/ 42쪽/ 씨드북/ 2016/ 12,000원 


아빠 곰은 글을 쓴다. 곰의 감수성과 서정성을 담아 인간 이야기를 써서 출판사로 보내지만 매번 퇴짜를 맞는다. 아들 곰은 아빠랑 마냥 놀고 싶지만 아빠는 매일 글에 매달리고, 심지어 아이를 첫 독자로 삼는다. 지루하다 못해 졸음이 쏟아지는 이야기를 듣다가 지친 아이는 급기야 아빠의 글을 조금, 아주 살짝 잔인하고 스릴 있는 내용으로 고쳐보기로 한다. 맙소사! 아들이 손 댄 줄 모르고 보낸 원고를 드디어 출간하자는 연락이 왔다. 대체 글이 어떻게 달라진 걸까? 


‘보이지 않는 날개가 바람에 펄럭이기라도 하는 듯 여인은 스스륵 미끄러지듯 다가와...’ 


‘여인은 시커멓고 무시무시한 털복숭이 날개를 펄럭이며 다가와 더러운 손톱으로 사람들을 마구 할퀴었다.’


위는 아빠의 원문이고 아래는 아들이 고친 글이다. 책을 함께 읽은 한 학생이 말했다. 아빠의 글은 시 같고, 아들의 글은 만화책 같다고. 속이 뻥 뚫리는 한줄 평이었다. 그렇게 놓고 보니 이 책은 문학의 취향 이야기를 하려는 건가? 싶었다.

원제는 『곰 이야기』. 책은 곰 이야기인데 곰은 인간 이야기를 쓰는 설정이다. 이야기와 이야기가 맞물린 구조가 일단 흥미롭다. 그런가하면 퇴고라는 과정과 흥미진진한 이야기 작법을 알려주는 것도 같다. 결말을 보면 또 다른 소감이 꼬리를 문다. 글 쓰는 것은 어렵다는 아들의 깨달음을 통해 창작가의 고통을 작가가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도 같다. 한편 서정적이면서 잔인한 이야기를 쓰겠다는 아빠의 결심이 그저 결심에 그친 결말로 봐서 사람(? 곰?)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교훈도 말해주는 것 같다. 


펜으로 표현된 그림에 색이라고는 주황색뿐이다. 한 가지 색으로 포인트를 적절히 잘 살리면서 책 속에서 아빠와 아들이 쓴 이야기도 주황색으로 표시해 글자와 그림에 통일성을 부여했다. 이러한 색의 사용은 여백이 많은 그림책을 볼 때 그림에 훨씬 집중하도록 만드는 효과를 준다. 단순하지만 시선을 사로잡은 그림과 재미와 교훈, 반전과 해학까지 가득 채운 이야기가 조화로운 그림책이다. 작가의 다른 그림책을 한국에서 더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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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큰 걸까, 작은 걸까? 국민서관 그림동화 225
도노우치 마호 지음, 김숙 옮김, 다카야나기 유이치 감수 / 국민서관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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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큰 걸까, 작은 걸까?』 

도노우치 마호 글, 그림/ 김숙 옮김/ 40쪽/ 10,000원/ 국민서관/ 2019.08.29


첫 장면은 어른들의 허리 아래 펼쳐지는 어린이의 눈높이 풍경이다. “도치, 많이 컸는걸?” 하는 어른의 말에 도치는 한껏 위로 시선을 향하며 생각한다. 나는 나의 크기라고. 자신의 생각을 확인하고 싶었던 도치는 할머니를 찾아간다. 할머니 역시 ‘도치는 언제나 도치의 크기지’라고 말씀해주시고는 도치와 함께 알쏭달꽁 ‘크기 여행’을 떠난다. 


먼저 고래와 생쥐처럼 확 눈에 띄는 비교부터 시작한다. 예전에 눈으로 만든 움집에 도치는 들어가고 할머니는 못 들어갔던 추억도 두 사람의 크기를 비교하는 기준이 된다. 가까운 곳에서 개미가 나비 날개를 나르는 모습과 먼 바다에 떠 있는 요트의 모습을 비교하며 원근법을 이해해보기도 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크고 작음을 알려주던 할머니는 이야기 속의 모든 동물이 지구에 함께 사는 친구라는 점도 환기시켜준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몸이 아주 커다랗게 변한다면 뭘 하고 싶냐고 도치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여행을 마치는 순간, 도치는 역시 ‘나는 나의 크기’라며 바라보는 시선과 기준의 중요함을 깨닫는다. 


이처럼 『나는 큰 걸까, 작은 걸까?』는 다른 ‘크기 비교’ 책에 비해 풍부한 서사를 가지고 있다. ‘크기’라는 사실이나 현상을 학습하는 수준을 넘어 다양한 생물과의 공생을 이야기하고, 바다 속이나 우주 공간을 여행하는 판타지로 이끌어 흥미를 더한다. 게다가 ‘나는 고유하다’는 자존감까지 자연스럽게 담아낸다. 과학과 철학을 넘나들며 다양한 연령층의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색깔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 제목을 읽지 않고 표지만 본다면 혹시 크리스마스 이야기로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빨강과 초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에 쓰인 색깔은 빨강색, 초록색을 포함해 노랑색, 흰색, 검정색 다섯 가지인데 판화기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색의 제한이 그림을 단조롭게 만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야기가 가진 다양한 메시지를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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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간 사자 웅진 세계그림책 107
미셸 누드슨 지음, 홍연미 옮김, 케빈 호크스 그림 / 웅진주니어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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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에 간 사자』 

미셸 누드슨 글/ 케빈 호크스 그림/ 홍연미 옮김/ 40쪽/ 11,000원/ 웅진주니어/ 2007


2010년 여름, 남편과 대형서점에 갔다.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해 처음으로 그림책 코너 앞에서 신중을 기했다. 이것저것 들춰보다 손에 잡힌 『도서관에 간 사자』를 함께 읽었다.


도서관에 사자가 나타났다면 어떨까. 대부분 사서 맥비 씨처럼 크게 놀랄 것이다. 하지만 관장님은 사자가 ‘뛰지 않기‘, ‘큰 소리 내지 않기’ 등 규칙을 위반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두라고 했다. 맥비 씨를 제외한 도서관의 모든 이들이 사자를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사자는 스스로 도서관을 떠났다. 관장님의 부상을 알리기 위해 복도를 뛰고 소리를 지른 뒤였다. 관장님은 그 날 이후, 아무리 도서관이라도 규칙을 지킬 수 없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인정했고 사자가 돌아온 도서관은 전과는 조금 다른 따뜻한 활기를 찾았다. 


태어날 아이에게 읽어주려면 적어도 6-7년은 기다려야 했지만 우리는 이 책을 선택했다. 사자가 일종의 상징이라면 나이, 성별, 인종에 관계없이 도서관은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라는 당연한 메시지가 뜻밖의 울림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등을 몸소 실천하는 관장님의 태도에 안도했다. 또 사자와의 우정을 통해 규칙보다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된 관장님의 극적인 변화 역시 감동적이었다. 배경은 도서관이지만 더 큰 공동체의 비전으로 보였다. 


작가 미셸 누드슨은 도서관 사서였다는데 전직을 알고 나니 도서관 이야기를 디테일하게 풀어낸 것에 수긍이 갔다. 흥미로운 것은 사자상이 지키고 있다는 뉴욕공립도서관을 그림책의 배경으로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11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뉴욕공립도서관과 사자상은 아동 문학의 단골 소재이기도 한데 『위대한 돌사자, 도서관을 지키다』, 『도서관에서 길을 잃었어』 등에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이 책의 아쉬운 부분은 그림이다. 케빈 호크스의 그림은 따뜻하게 느껴지지만 글과 유기적인 호흡을 한다기보다는 글을 설명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인상이 강하다. 하지만 최근 어린이 뮤지컬(2020~)로 각색되어 인기리에 상영 중일 만큼 탄탄한 서사가 충분히 매력적인 그림책이다. 



* 『위대한 돌사자, 도서관을 지키다』 (마거릿 와일드 글, 리트바 부틸라 그림, 2013) 

* 『도서관에서 길을 잃었어』 (조쉬 펑크 글, 스티비 루이스 그림,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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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럼포의 왕 로보』

윌리엄 그릴 글, 그림 / 박중서 옮김 / 88쪽 / 15,000원 / 찰리북 / 2016


「커럼포의 왕, 로보」는 세계적인 동물학자이자 동물문학가인 어니스트 톰프슨 시턴의 단편 소설(1898)이다. ‘시턴의 동물이야기’ 중 가장 유명한 에피소드로 2016년 윌리엄 그릴에 의해 동명의 그림책으로 재탄생했다.  


19세기 말, 뉴멕시코 주 커럼포 일대. 겨우 다섯 마리 무리로 마을 목장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늑대 로보가 악명을 떨치고 있었다. 현상금 천 달러에 위풍당당 등장한 사낭꾼들은 하나같이 초라하게 퇴장했다. 영리한 로보가 독약과 덫을 우습게 여겼기 때문이다. 사냥꾼 시턴 역시 약이 잔뜩 올랐다. 그러다 시턴은 로보의 아내, 블랑카를 이용하는 작전을 펼쳤고, 끝내 로보는 연막을 피하지 못했다. 여기까지가 소설의 마침표다. 


총 6장으로 구성된 그림책 『커럼포의 왕 로보』가 결말에 담아낸 것은 ‘변화’다. 멸종위기의 회색늑대가 야생동물보호운동으로 9천 마리까지 늘어난 기적을 언급하며 로보로 인한 시턴의 변화, 시턴으로 인한 세상의 변화를 조명한다. 이것이 2017년 볼로냐 라가치(논픽션 부분 수상)에서도 주목받은 이유일 것이다. 우리나라 변역 역시 그 부분을 강조하고 싶었을까? ‘세상을 바꾼 한 마리 늑대 이야기’라는 부제를 더했다. 


소설과 그림책의 ‘그림’을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시턴의 동물삽화는 스캐치성 관찰화로 동물학자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반면 그릴의 그림책은 그림만으로도 이야깃거리가 넘친다. 만화와 같은 편집효과를 잘 살려 늑대와 인간을 도식화한 그림은 그들의 대립과 서사에 집중하도록 한다. 그런가하면 전면을 할애하는 풍경화는 서사를 압도하고, 특히 초상화 같기도, 영정 같기도 한 로보의 얼굴로 가득 채워진 장면은 독자를 압도한다. 


소설에서 시턴은 도적 로보를 잡은 영웅이지만, 그림책에서 시턴은 야생동물보호운동을 펼친 의인이다. 동물을 관심의 대상이 아닌, 생명체로 존중하려는 나로서는 그림책이 훨씬 감동적이다. 지구의 안녕을 위한 생태계 시점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그 지점이 바로 내가 이 책을 주변에 자주 소개하는 이유이며, 읽을 때마다 목이 메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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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입는 내 옷 탐구 생활 행복한 관찰 그림책 3
사토 데쓰야 지음, 아미나카 이즈루 그림, 강방화 옮김 / 웅진주니어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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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입는 내 옷 탐구생활』 

사토 디쓰야 글/ 아미나카 이즈루 그림/ 강방화 옮김/ 40쪽/ 웅진주니어/ 2018/ 12,000원 


한 겨울에 린넨 원피스나 한 여름에 울 스웨터를 입겠다는 아이와 승강이를 벌이던 때가 있었다. 내가 철마다 옷 정리를 제대로 못한 탓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지만 바쁘다 못해 정신없는 등원 시간에는 아이의 엉뚱한 선택에 화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육아 동지들과 비슷한 경험을 공유할 때면 ‘우리 애만 그런 건 아니구나’하는 안도로 웃어넘겼다. 


본격적으로 아이가 옷에 대해 자기주장을 하게 된 시기가 6-7세였으니 한창 탐구심이 남다를 때였다. 『매일 입는 내 옷 탐구생활』을 그때 읽었더라면 아이에게 화 낼 필요가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제가 『옷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이고, 부제가 「섬유이야기」인 이 책은 섬유의 특성에 따라 계절과 상황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고 알려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섬유의 종류와 제조 과정, 특성을 생활과학 측면에서 담고 있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한 겨울 다정해 보이는 네 가족의 거실 풍경. 그 중 일곱 살 정도로 보이는 소녀가 자신이 입은 스웨터의 품질표시를 찾아보며 ‘울’이 무엇인지 궁금해 한다. 이어서 초원에 양들이 모여 있는 모습과 그 하단에 울을 섬유로 만드는 과정이 주석처럼 달려 있다. 본문은 “~해요”체로, 과정 설명은 “~한다”체로 어미를 달리하고 배경색도 확실히 구분한 점이 눈에 띈다. 이와 같이 <옷을 입는 상황 -> 궁금증 -> 섬유제조 과정 설명>의 반복을 통해 실크, 면, 합성섬유 등을 알아보고 미래의 섬유와 의복에 대한 물음표까지 남겨준다. 또한 다양한 의복의 라벨과 세탁기호까지 살펴보며 품질표시 보는 법, 옷 관리법까지 배워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매일 입는 내 옷 탐구생활』은 섬유과학과 색채공학 연구가인 사토 데쓰야(글)와 의류회사 직원이었던 일러스트레이터 아미나카 이즈루의 협업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두 작가의 전공과 경력을 알고 나니 글과 그림의 조화가 납득되었다.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정보 전달을 서사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것도 인상적인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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