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큰 걸까, 작은 걸까? 국민서관 그림동화 225
도노우치 마호 지음, 김숙 옮김, 다카야나기 유이치 감수 / 국민서관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큰 걸까, 작은 걸까?』 

도노우치 마호 글, 그림/ 김숙 옮김/ 40쪽/ 10,000원/ 국민서관/ 2019.08.29


첫 장면은 어른들의 허리 아래 펼쳐지는 어린이의 눈높이 풍경이다. “도치, 많이 컸는걸?” 하는 어른의 말에 도치는 한껏 위로 시선을 향하며 생각한다. 나는 나의 크기라고. 자신의 생각을 확인하고 싶었던 도치는 할머니를 찾아간다. 할머니 역시 ‘도치는 언제나 도치의 크기지’라고 말씀해주시고는 도치와 함께 알쏭달꽁 ‘크기 여행’을 떠난다. 


먼저 고래와 생쥐처럼 확 눈에 띄는 비교부터 시작한다. 예전에 눈으로 만든 움집에 도치는 들어가고 할머니는 못 들어갔던 추억도 두 사람의 크기를 비교하는 기준이 된다. 가까운 곳에서 개미가 나비 날개를 나르는 모습과 먼 바다에 떠 있는 요트의 모습을 비교하며 원근법을 이해해보기도 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크고 작음을 알려주던 할머니는 이야기 속의 모든 동물이 지구에 함께 사는 친구라는 점도 환기시켜준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몸이 아주 커다랗게 변한다면 뭘 하고 싶냐고 도치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여행을 마치는 순간, 도치는 역시 ‘나는 나의 크기’라며 바라보는 시선과 기준의 중요함을 깨닫는다. 


이처럼 『나는 큰 걸까, 작은 걸까?』는 다른 ‘크기 비교’ 책에 비해 풍부한 서사를 가지고 있다. ‘크기’라는 사실이나 현상을 학습하는 수준을 넘어 다양한 생물과의 공생을 이야기하고, 바다 속이나 우주 공간을 여행하는 판타지로 이끌어 흥미를 더한다. 게다가 ‘나는 고유하다’는 자존감까지 자연스럽게 담아낸다. 과학과 철학을 넘나들며 다양한 연령층의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색깔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 제목을 읽지 않고 표지만 본다면 혹시 크리스마스 이야기로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빨강과 초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에 쓰인 색깔은 빨강색, 초록색을 포함해 노랑색, 흰색, 검정색 다섯 가지인데 판화기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색의 제한이 그림을 단조롭게 만들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야기가 가진 다양한 메시지를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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