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의 종말 - 하버드 의대 수명 혁명 프로젝트
데이비드 A. 싱클레어.매슈 D. 러플랜트 지음, 이한음 옮김 / 부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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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궁금하다. 알라딘에서 ‘종말’을 검색해본다. 노화의 종말, 평균의 종말(아주 잼나게 읽은 책), 육식의 종말, 소유의 종말, 에로스의 종말, 노동의 종말, 리추얼의 종말, 빈곤의 종말, 탄소사회의 종말, 편항의 종말, 역사의 종말... 1페이지에서만 찾은 종말이 이 정도다. 인간이 원하는 끝, 단절이 생각보다 많은 모양이다. 


<노화의 종말>로 돌아와서. 작가는 ‘노화는 질병이다’라고 주장한다. 늙으면 여기 저기 하나씩 고장나고 불편한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 노화를 치료?할 수 없게 만든다면서. 아마도 수많은 이들이 원하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는 것”에 대해 생물학적인 연구로 가능성을 입증하는 그의 이야기 중 가장 솔깃했던 부분은 노화를 질병으로 볼 때 노화에 따른 중증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분야에 항상 뒤따르는 것은 ‘윤리적’ 문제. 과연 인간이 (건강하게) 120~150살까지 사는 게 좋은가? 복지, 의료, 노동 문제들의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며 그 와중에 엄청난 사회적 논쟁과 피로도가 야기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더라도 평균수명을 연장하려한다면 자본논리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나? 결국 수명 문제까지 양극화에 (이미 어느 정도 연루되어 있지만) 탑승하게 된다면 어쩌나... 등등. 흠흠. 


중간중간 생물학적 연구 과정에 대한 부분에서는 이게 뭔소리야...라며 대충 읽은 감이 없지 않지만 전체적인 맥락으로 보면 최근 읽은 과학분야 도서들을 놓고 볼 때 흥미로운 이슈였다. 요고 한 권으로는 부족할 것 같으니 관련 분야 책을 한 두 권 연속해서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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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그 자체의 감각 - 의식의 본질에 관한 과학철학적 탐구 Philos 시리즈 26
크리스토프 코흐 지음, 박제윤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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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이 돌아왔어요!” 


의학드라마(영화)에서 꼭 한 번은 들을 수 있는 대사다. 생과 사에서 의식은 중요한 영역에 해당된다. 그런 만큼? 이 책의 저자 역시 의식을 측정을 다루었다. <뇌사-혼수상태-식물상태-최소의식상태-잠금증후군-인지> 로 본다면 앞의 3단계에서 의식이 있는가 없는가의 여부를 측정할 수 있다면 환자와 보호자의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9장) 


신경과학자 크리스토프 코흐는 철학의 대상이었던 ‘의식’을 과학탐구 영역으로 끌어들인 논쟁적 과학철학자라고 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의식은 경험이다“를 증명하고 있다. 이는 <통합정보이론>으로 뒷받침 되는데 어휴.. 이 논증에 접근이 상당히 어렵다. 풀이도 어렵지만 납득도 어려운 면이 있다. (사실 납득이 어렵다고 하기에 내가 이 이론을 제대로 해석했는지도 잘 모르겠;;) (8장) 


‘엘르’ 편집장이던 장 도미니크 보비가 뇌졸중으로 눈만 깜빡이며 <잠수종과 나비>라는 책을 썼다. (영화로도 제작됐다.) 과학적 수사에 탈진할 때 쯤 이 사례가 책에서 언급되어 상당히 반가웠다. 저자는 여러 영화와 드라마를 인용한다. <블레이드 러너>, <그녀(Her)>, <엑스 마키나>등의 여성 캐릭터나 <스타트랙>의 의식측정기 등이 그것이다. 이는 모두 (전체 혹은 부분적으로) ‘의식’이 무엇인지 궁금증을 남기는 작품들이다. 


그래서 드는 생각인데. 차라리 그 영화나 드라마(핑크 플로이드의 노래 가사도 등장)를 비중 있게 ”의식이 경험이다“라는 주장과 연결했다면 어땠을까. 약간의 유머도 섞어가면서. 그랬다면 더 많은 이들이 ‘의식이란 무엇인지‘에 쉽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또 책에도 살짝 언급되었는데 올리버 색스의 책이 베스트셀러인 이유도 한 번쯤 작가가 고려해봤으려나 생각해본다. 물론 ’세상에 이런 일이‘ 차원의 에피소드를 열거하는 것과 <과학+철학> 차원의 증명은 전혀 방향이 다르겠지만은. 이상 뇌과학(의학)에 참으로 무지한 독자의 안타까운 하소연으로 마무리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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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학부모로 산다는 것
박성수 지음 / 공명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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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학부모회 활동을 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정리해보고 싶었던 차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싶었다. 제목에 ‘학부모’를 썼길래. 


능력주의. 성적줄세우기. 사교육. 빈부격차. 새로운 이야기는 없었다. 공교육에 힘을 실어야 하고, 양심 있는 민주 시민을 길러야 하고, 학력주의를 내려놔야 한다는 것. 


‘어떻게’는 이미 안다. 그걸 알고 싶어하지 않을 뿐이다. 몸에 좋지만 입에 쓴 그 약을 선뜻 먹지 못하는 현실. 유기견이나 난민 문제처럼 나설 유명인이 있으면 좀 나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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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에 ‘이름’을 언급한다. 은실이 언니는 금실이냐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나는 이름에 의미부여를 하는 편이다. (정확히는 명칭이라고 하는 편이 맞다.) 순례자의 그 순례에 따른 순례씨의 개명에 쉽게 납득됐다. 


지난주 유퀴즈에 ‘이따끔’이라는 기자가 출연했다. 캐스팅의 팔할은 이름이었던 것 같다. 큰 딸과 그 방송을 보면서 진짜 간만에 배가 찢어지게 웃었다. 유쾌하고 궁금증이 많은 청년이었다. 그는 이름처럼 살아가는 느낌이었다. 멋졌다. 


작명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그게 아닐까? 삶(시간)의 담는 틀이기 때문. 순례씨는 이름처럼 살고 있다. 아마도 이름처럼 죽음을 맞이할 거다. 언젠가 이름에 대해 이야기하는 ‘나’를 상상한다. 


순례씨가, 순례주택이, 거북마을 빌라촌이 비현실적으로 보일 것 같았다. 구체적으로는 책을 읽는 아이들이 에이~ 이런 게 어딨어~ 라고 할까봐 겁이 났다. 영화화 된다면 좀 더 현실감 있게 느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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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리움
신시아 알론소 지음 / A9Press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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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쿠아리움』 (2019) / AQUARIUM (2017) 

신시아 알론소 글, 그림 / 44쪽 / 225*161mm / A9Press / 15,000원 



그림책 『아쿠아리움』을 처음 마주했을 때, 푸른색과 붉은색 사이를 펼쳐놓은 색감에 매료됐다. 물은 파랑이고 소녀의 옷과 물고기는 빨강이다. 머리카락과 수초는 다양한 채도의 보랏빛이고 길과 나무는 분홍색이다. 초록은 철저하게 배제되어 있다. 그래서일까? 숲의 푸름과 다른 청량함이 들려오면서 정말 바다냄새(물비린내)가 나는 것 같은 착각도 든다. 글 없는 그림책이라 그런지 오감을 깨워주는 느낌이다. 


표지를 보면 커다란 수초에 둘러싸인 나루터에 소녀가 엎드려 있다. 빨간 물고기 무늬 원피스에 물고기 모양 머리핀을 꽂고 막 튀어 오르는 물고기를 보면서. 본문에서 소녀는 그 물고기를 얼른 집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집안의 모든 담을 수 있는 것을 꺼내 물을 채우고 아쿠아리움을 만드는데 심취한다. 오후에 시작한 놀이는 밤이 되어도 끝날 줄 모르는데… 어느 순간 신난 자신과는 사뭇 다른 물고기의 심정을 읽었을까? 소녀는 결국 물고기를 놓아주기 위해 바닷가로 달려간다. 

소녀는 물고기를 통해 소유와 유희를 경험하고, 소중한 존재와의 유대가 나 중심이 아닌 상대에 대한 배려에 있을 수 있다고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이는 앞면지와 뒷면지의 차이에서도 읽을 수 있다. 앞에서는 온갖 담을 것 안에 물고기가 몇 마리씩 들어 있다. 뒤에서는 바다 속인 듯 푸른 배경에 소녀와 물고기들이 헤엄을 치고 있다. 이제 소녀는 물고기가 보고 싶고, 함께 놀고 싶다면 그렇게 바다로 뛰어들겠지. 


그림 작가 신시아 알론소의 『아쿠아리움』은 그의 첫 작품이다. 그림을 보면 직접 그린 것 같기도 하고, 판화로 찍은 것 같기도 하다. 작가의 인터뷰를 보니 주로 디지털 방식을 이용한다고 하는데 작업 과정이 궁금하다.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굳세고 울창하고 우뚝 솟은 나무 이야기』는 나무의 초록이 주변의 다양한 색과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볼 수 있다. 자연의 모습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려내는 신시아 알론소의 최근작은 『책이 좋은 걸 어떡해』. 과연 어떤 이야기와 그림들이 펼쳐져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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