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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로요이의 시간
유즈키 아사코 외 지음, 권남희 옮김 / 징검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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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보니 제게도 소설 속 반전 같은 순간이 있었나 곱씹게 되네요. ^^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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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치유 그림 선물
김선현 지음 / 미문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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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하듯 담담하게 그림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이 책은 작품 설명을 많이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그림과 제가 현재 느끼는 감정들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읽다보면, 저자의 말솜씨에 이끌려 작품을 함께 보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듭니다. 

매 작품마다 감정의 결들을 어루만집니다. 특히 홍순영의 '기억 -사소한 기념비' 작품은 가슴을 쥐는 듯한 통증과 함께 울컥하게 만드는 힘이 있고, 김연화의 자작나무 그림들 속에서 희망과 슬픔을 보기도 합니다.이렇듯 매 작품마다 감정 하나하나 건드리는 것은 아마도 오랜 시간 심리상담을 해온 저자의 경험이 담겨 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많은 위로의 말보다 한 장의 그림이 우리의 마음을
위로할 때가 있습니다. 아픈 마음을 회복하고
나를 좀 더 사랑하는 데 필요한 시간.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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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마음 사전 아홉 살 사전
박성우 지음, 김효은 그림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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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일곱 살 터울의 오빠는 대학 입학 전 신문 배달로 번  돈으로 내게 자물쇠가 달린 일기장을 선물했다. 당시 나는 사춘기 성장통을 겪으며 오빠와 툭 하면 싸우고 남남처럼 지내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오빠의 선물은 조금 뜬금없고 당화스러운 것이었다. 더욱이 오빠의 일기장을 훔쳐보며 엄마에게 오빠의 일거수일투족을 일러바치는 동생이었던지라 나는 선물을 받고도 마음에 찔려 고맙다는 표현도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에게 검사받는 일기가 아니라 내 마음의 일기를 쓰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다. 열네 살 때부터 스물네 살까지 써온 일기는 단순히 일과를 마무리하는 일기가 아니었다. 시도 때도 없이 요동치는 감정들을 붙잡고  글로 옮기다 보니, 장소 가리지 않고 펜만 있으면 미친 듯이 휘갈겼다.

<아홉 살 마음 사전>은 단박에 나의 시선을 잡은 책이었다. ​사전 안에 가나다순으로 나열된 마음 말들은 사춘기적 내 마음을 오롯이 담았던 일기장을 떠올리게 했다. 마음을 표현하는 80개의 말은 아이들이 일상에서 겪는 경험을 보기로 들어 소개하고 있다. 첫 번째로 등장한 '감격스러워'라는 말은 "뿌듯하거나 기뻐서 가슴이 뭉클해지다"라는 뜻을 달았다. 그리고 그 아래엔  아이가 새싹을 들여다보고 있는 그림이 크게 차지하고 있다.  "씨앗을 심은 화분에서 싹이 돋았어."라고 그림에 덧붙은 글은 '감격스러워'의 속뜻에 한걸음 더 나아간다. 그림 속 아이의 표정은 귀엽고 앙증맞아 자꾸 눈길이 간다. <나는 지하철입니다>의 김효은 작가의 그림이란다. 여기에 보기글을 세 가지 더하니, 마음 말 구성이 꽤 알차졌다.  

똑똑히 봤지? 내 뒤에 두 명이나 있던 거!"

달리기 시합에서 꼴찌만 하다가 드디어 3등을 했을 때의 마음."

'역시 난 머리가 나쁘지 않아.'

2단도 못 외우다가 구구단을 다 외웠을 때 드는 마음


말썽꾸러기인 내가 선생님한테 칭찬받을 때의 마음.


 

 


 

마음 사전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마치 아이들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웃음이 새어나오기도 하고, 때론 아이의 속 깊은 마음에 가슴이 아려지기도 한다. 한편, 아이들이 느끼는 다채로운 감정들을 뭉뚱그리거나 외면하거나 무시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다. '아파'라는 말은 자신과 놀다 팔을 다친 동생을 졸졸 따라가는 오빠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다.  "나랑 놀다가 동생이 팔을 다쳤어." 라는 상황글은 우리 모두 그림 속 오빠가 되어 함께 아픔을 느끼게 만든다. 물론 저마다 상황에 따라 느끼는 마음 상태도 다르겠지만, 아이와 함께 남이 느끼는 감정을 생각하고, 이야기하기에 이 책은 여러모로 안성맞춤이다.


<아홉 살 마음 사전>의 독자를 단순히 아이에게 한정짓지 말고. 어른도 <아홉 살 마음 사전>을 읽으며 우리 아이의 마음을 더 잘 들여다보는 데에 길잡이로 삼았으면 좋겠다. 지금은 사회적 감수성을 키우는 책이 전혀 아깝지 않은 세상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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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사랑해
아네스 안.프란체스카 안 글, 노석미 그림 / 시공주니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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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바를 뒤집어 입었다. 아뿔싸. 버스 손잡이를 잡으려고 잠바 주머니에 스마트폰을 쑤셔 넣다가 알았다. 민망함도 잠시. 살짝 주위를 돌아보니 다들  스마트폰 보느라 옷을 뒤집어 입은 여자에겐 관심도 없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잠바를 고쳐 입었다. 내 옷의 상표가 이렇게 긴 줄은 몰랐다. 요 얇은 바람막이 잠바가 뭐라고. 상표 안에 글자도 참 빼곡히도 채워넣었다. 정류장 앞 옷 가게  쇼윈도우 도시락 가방과 천 가방을 어깨에 멘 여자가 구부정하게 서 있었다. 미용실에서 머리만 좀 잘랐다면, 조금 봐줄만 했는데.. 앞머리는 어느새 새치로 희끗희끗해지고 볼살은 빠져 아래 턱은 도드라졌다. 이런 내가 이젠 익숙해졌다.

 

내 나이 서른 일곱. 결혼한지도 6년이 됐다. 그중 여자로 엄마로 정신없이 오간 3년이라는 시간을 거치며 내 삶은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 일주일 전 1박 2일로 속초로 여행갔다왔다. 마침 결혼기념일이었으나 특별히 서로를 위해 준비한 것은 없었다. 신문지를 깔고 삼겹살과 집에서 가져온 상추와 백김치를 놓았다. 속초에 왔다면 회 한 접시라도 먹어야 할 텐데, 둘 다 회 맛을 모르니, 메뉴는 자연스레 고기로 됐다. 아이는 집에 없는 큰 텔레비전과 침대에 신이 나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남편과 나는 뉴스를 보며 여유있게 저녁을 먹었다. 찬은 없지만, 식사는 꽤 성찬처럼 느껴졌다. 심리적 포만감은 한동안 이어졌다. 이젠 곱게 살기 글러먹었다고 생각한 인생이지만, 이만큼 삶을 꾸려온 내가 내심 기특하고, 대견스러웠다. 물론 함께 이만큼 걸어온 남편에게도 고마움이 컸다. 서로 흔들리지 않고 여기까지 함께 걸어왔다는 것이 감동스러워 혼자 울컥해지도 했다.

 

 

아빠가 엄마를 만났을 때

엄마는 달나라 공주님 같았어.

환한 모습이 눈부시게 아름다웠지.

 

 

엄마가 아빠를 만났을 때

아빠는 해나라 왕자님 같았어.

환한 모습이 눈부시게 멋졌지.

 

<고마워 사랑해> 라는 그림책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 문장도 그림도 예쁘다. 첫눈에 반했다 라는 감정을 이토록 그림으로 절묘하게 잘 묘사할 수 있을까. <고마워 사랑해>는 새 생명이 태어나는 과정을 그린 그림책이다. 보통 이런 주제의 그림책은 정보 전달에 치중해 어렵고 복잡한 그림이나 설명이 끼어들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그림책에서는 새 새명이 태어나는 데 제일 중요한 동력인 사랑이라는 감정을 온전히 전달하는 데 힘을 쓴다. 여기에 노석미의 그림은 그림책의 메시지를 더욱 강렬하고 단순하게 그리고 힘 있게 전달한다.

 

사실, ​고도의 훈련과정이나 다름없는 결혼 생활은 우리의 첫 마음을 잊게 만든다. 남편에게 품었던 강렬한 감정도 사그라들고, 출산하고 처음으로 아이를 안았을 때. 그 벅찬 감정도 희미해진다. 시간이 더 흐르면, 우린 더 서로에게 무덤덤해질 것이다. 이대로 휩쓸렸다간 얼마 안 되는 사랑의 기억들이 다 공기중으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불안하다. 오늘도 자꾸만 시간에 저항하는 방법들을 찾게 된다. 그래서일까? 노석미의 그림은. 심장충격기처럼. 잊고 있던 사랑의 리듬을 다시금 찾는 데에 아주 최고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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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씨 사계절 그림책
조혜란 지음 / 사계절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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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인데 봄 같지 않다. 미세먼지에 두 발 꽁꽁 묶인 채로 아이와 집안에서 투닥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돈을 쓰지 않고 아이와 놀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해 보지만 예전만큼 의욕이 나서지 않는다. 아마도 아이보다 내가 더 밖에서 놀고 싶은가 보다. 그렇다고 돈 써가며 키즈카페에 가는 건 내가 싫고. 도서관에 가는 건 아이가 그닥 좋아하지 않으니. 그저 뿌연 하늘이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지난 주말, 월화수목금 내리 우중충한 하늘만 보다가 토요일, 일요일 하늘이 모처럼 파랬다. 공기도 맑았다. 남들처럼 요란스럽게 외출을 못하지만 이대로 집에 있어서는 안될 것 같았다. 일요일 오전, 아이와 함께 집앞 동산을 산책했다. 소꿉놀이 장바구니를 들고 산으로 갔다. 흙도 만지고, 쑥 끄트머리도 뜯어보기도 하고,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로 흙 위에 끼적이기도 했다. 삼십 분 정도 봄나들이 하고 산에서 내려오는 나무 계단에 서서 아이와 함께 장바구니에 담은 도토리를 던졌다. 별 거 아닌데도, 아이도 나도 신이 났다.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오지만)

​멀리 나가지 않아도, 돈을 쓰지 않아도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요즘 들어 많이 드는 생각이다. 아이에게 좋은 풍경 보여준답시고 차 끌고 나가면 솔직히 풍경에 대한 감흥보다 음식과 기념품 따위에 마음이 뺏길 뿐이다. 그럼에도 움직이지 않으면 아이에게 아무것도 안해주는 것 같아 미안해진다. 2년마다 떠돌아야 하는 신세라 왕래하는 이웃도 친구도 없고, 경제적으로 풍족한 환경도 아니니, 부모 노릇은 더 어렵게만 느껴진다.

 

 

 

 

잠자기 전, 아이와 <상추씨> 그림책을 보았다. 매일 자동차만 찾아대는 아이가 뜨거운 햇빛을 받은 상추들이 픽픽 쓰러져 있는 그림에 좀처럼 눈을 떼지 못했다. 빨간 장화를 신은 아이가 상추를 심고 가꾸는 과정을 바느질로 한땀 한땀 표현한 그림책이다. 상추 위에 올려진 고기와 회가 올려져 있는 표지 그림은 무척 익살스럽다. 그런데 정작 네 살배기 아이는 표지 그림에 시큰둥하다. 봄이고 하니 푸릇푸릇한 색감이 돋보이는 그림책을 읽고 싶어 고른 책인데, 의외로 네 살배기 아이의 마음에도 와닿는 모양이다. 요 며칠, 잠자리에서 아이와 <상추씨>를  몇 번이고 읽었다.

 


 

비바람 맞고, 햇빛을 듬뿍 받은 상추가 푸른 잎사귀를 뽐낸다. 물을 뿌려주니 상추가 환하게 웃는다. 덩달아 내 기분도 좋아진다. 어렸을 때 집 마당에 심어놓은 상추밭이 떠올랐다. 여린 잎이 무성하게 돋은 밭은 보기만 해도 기분 좋게 했지만, 그것도 잠시. 순식간에 장대같이 자란 상추가 꽃을 피웠을 때는  단단하고 억세 보이는 상추 줄기가 괜스레 볼썽사납게 느껴졌다.  엄마는 상추고 뭐고 마당을 싹 정리했다. 나에게 상추밭의 기억은 그 즈음에서 멈춰 있다. 상추꽃에서 씨를 받는 장면은 내가 늘 놓쳤던 일상의 한 장면이다. 난 왜 매번 지저분하다고 느겼을까. 상추꽃 안에 숨어 있는 씨앗들을 발견했다면. 좀 더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어째 생각의 흐름을 바꿀 지점을 놓친 느낌이다.

 

 

맨 뒷장에 붙어 있는 작은 편지 봉투 안에는 상추씨가 들어 있다. 조만간 주말에 아이와 상추씨를 화분에 심을 생각이다. 대단한 부모가 아니어서 아이가 원하는 것을 다 해 줄 수 없지만. 앞으로 상추씨를 심는 것처럼 아이와 별 거 아닌 것들로 일상을 채워나갈 것이다. 아이의 인생에서 나와 상추씨 심은 기억은 차츰 뒷전으로 밀려나갈 테지. 그러나 왠지 그 기억들이 아이의 인생의 밑거름이 될 것 같은 밑도 끝도 없는 믿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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