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나 이별 사무실 - 손현주 장편소설
손현주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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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생을 살다보면 언젠가는 꼭 이별을 마주한다. 학교를 졸업하며 친구들과 이별하고, 키우던 반려견과 이별하고, 사랑했던 연인과 이별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별을 경험할 때 마다 슬픔, 죄책감, 괴로움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과 부딪힌다. 이 감정들은 우리에게 많은 고통을 안기지만 잠시동안의 아픔을 이겨내면 추억, 그리움, 애틋함이라는 새로운 감정을 만나게도 해준다.

그렇기에 인간에게 있어서 이별이라는 것은 여러가지 감정을 경험하게 해주고, 보다 성숙한 인간으로 자라날 수 있게 해주는 필수불가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우리는 빨리빨리, 대충대충이라는 트렌드에 걸맞게 이별 또한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후다닥 해치워버리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천천히 이별을 경험하면서 얻는 다양한 감정들마저 시간이 아깝기 때문에 그저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으로 밥을 때우듯 그렇게 간편하게 해결해버리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도로나 이별 사무실"에는 다양한 의뢰인들이 찾아온다. 여자친구와 자잘한 감정소비 없이 빨리 헤어지고 싶어서, 자신을 구속하는 남편에게 벗어나고 이혼하고 싶어서, 수험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고시원을 탈출하고 싶어서 등등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사무실을 찾는다.

우연히 이 사무실에 취직하게 된 주인공은 직원으로 일하면서 사람들의 이별을 돕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남자친구와의 이별을 거부하는 여자를 위해 이별파티를 열어주기도 하고, 욕을 하고 화를 내는 남편에게 부인 대신 이혼서류를 건내기도 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다른사람들의 이별을 도와주며 이별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배워가며 성장한다.

그래서 "도로나 이별 사무실"은 한 사람의 성장소설이라고도 볼 수 있다. 주인공은 이별 사무실에서 자신이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을 느껴보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배워나간다. 이별을 피하는 사람들을 통해 이별의 감정을 대신 배워나가는 주인공을 보며 때론 안쓰러워 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응원을 하며 소설을 읽어내려갔다.

나는 이제까지 몇번의 이별을 겪었을까? 친구들과, 사랑하는 사람과, 추억이 깃든 물건과 헤어지며 겪었던 수많은 감정들은 나에게 힘든 고통의 시간을 주었지만 동시에 나를 한층 더 성숙하게 만들어주기도 했던 것 같다.

도로나 이별 사무소는 "이별을 대신 해드립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시작했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당신이 이별을 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로 바꾸어 운영하게 된다. 이별을 대신 해줄 수는 있지만 이별의 아픔은 그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다. 그렇기에 이별은 대신 해주는 것이 아니라 도와준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이다.

이 세상에 다양한 이별을 앞둔 사람들이 이 소설을 읽고 이별의 상처에서, 슬픈 감정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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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도노 하루카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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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간 격렬한 찬반 논쟁! 독자 평점 5점 혹은 1점!"

논란의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을 보고 급 호기심이 생겨서 읽어보게 되었다. 일본 소설은 한국소설보다 굉장히 자극적인 내용과 표현이 많기 때문에 오랜만에 뭔가 마음이 동요(?)되고 두근두근한 소설을 읽고 싶어서 선택했다.

책 내용은 200페이지가 되는 짧은 분량에 내용도 함축적이라 1시간? 2시간만에 후다닥 읽은 것 같다. 그런데 금방 읽은 것 치고 여운이 많이 남아서 소설의 내용이 머리속에 오랜시간동안 맴돌았다.

주인공 요스케는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얼굴에 대한 묘사는 안나왔지만 나름 호감형의? 남자다. 그는 강박적일정도로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정해진 규칙에도 민감하다. 그래서 겉으로 보기에는 무척 바른생활 사나이에 여자에게도 다정하다. 하지만 그의 마음 속은 겉모습과는 다르게 사람들의 감정에도 둔감하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하며, 남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에도 잘 공감하지 못한다. 얼핏보면 소시오패스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나름 남을 위해 기도하고 배려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소설은 그런 그가 어떤 한 여자를 만나면서 조금씩 변해가고, 그리고 결국엔 '파국'에 이르기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나는 요스케라는 인물이 일본 사회를 살아가는 인물들을 대변한다고 생각했다. 일본은 겉으로는 규범에 집착하며 예의를 무척 중요시하고 남에게 폐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여성에게 가학적인 판타지를 제공하는 av세계나 배틀로얄이나 악의교전 같이 아무 이유없이 사람을 죽이는 영화들이 나온다. 그리고 가끔 일어나는 충격적인 일본의 범죄들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억눌리고 뒤틀린 욕망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친절하고 다정해보이지만 속을 깊이 파고들어가면 음흉한 일본사람들. 그 사람들을 대변하는 인물인 "요스케" 그래서 이 작품이 일본사람들 사이에서 격렬한 찬반논쟁에 시달린 것이 아닐까?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크게 자극적인 내용은 아니었지만, 짧은 글에 깊은 뜻이 숨어있는듯한 소설 "파국". 인터넷 평을 찾아보니 역시나 우리나라 독자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꽤나 심한 것 같다. 짧은분량의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니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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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 대형 서점 부럽지 않은 경주의 동네 책방 ‘어서어서’ 이야기
양상규 지음 / 블랙피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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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가을에 경주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 한창 "황리단길"이 생기고 유명해지기 시작하던쯔음 이었던 것 같다. 다양한 맛집, 카페, 소품샵 등이 즐비해 있었지만 유독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서점이었다.

 

여행을 다닐 때 그 지역의 도서관과 서점을 꼭 가보는 나였기에 경주 번화가에서 만난 서점은 가뭄 속의 단비처럼 정말 반가운 곳이었다.

 

생각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책도 꽤 많았고 무엇보다 사장님의 센스가 돋보이는 책 배열이 참 인상적인 곳이었다. 시집을 색깔별로 배열하고, 장지문에 책을 진열할 생각을 하다니... 거기다 곳곳에 보이는 엔티크한 소품에 다양한 책들까지~ 서점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매력적인 이 공간에 흠뻑 빠져버렸다.

 

어서어서 서점을 2017년에 처음 방문한 뒤로 경주에 여행갈 때마다 꼭 방문했다. 일정이 급해서 그냥 책만 구경하다 나온 적도 있지만 대부분은 책을 한권 사오거나 책을 사지 못하면 굿즈로 파는 에코백이라도 꼭 사왔다. 황리단길에는 무수히 많은 가게들이 있지만 유독 내 지갑을 열게 하는 것은 이 작은 서점 한 곳 뿐이었다.

 

경주하면 생각나는 곳, 유명한 독립서점하면 생각나는 곳, 그리고 나에게 추억이 가득한 곳 "어서어서 서점"의 사장님께서 이번에 책을 내셨다고 해서 바로 구해 읽어보았다. 사장님과 인스타 친구이기도 하고 (만명이 넘는 팔로우를 가진 사장님께서 나를 팔로우해주시고 무려 좋아요도 자주 눌러주신다는!! *_*) 평소에 피드를 자주 구경하면서 참 글솜씨가 좋으시다고 생각했기에 어떤 내용이 담긴 책일까 무척 궁금했다.

 

책에는 어서어서 서점을 만들기까지의 과정과 서점을 운영하면서의 고충, 그리고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담은 잔잔한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책에 전혀 관심이 없던 사장님이 20대 중반부터 시집을 탐독하게 된 계기, 어서어서 서점을 열기까지의 험난한 과정들, 그리고 서점 최초 완판신화를 이루게 된 날까지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실려있다.

 

어서어서 서점이 인기 있는 요소는 사진찍기 좋은 예쁜 인테리어와 일반서적과 독립서적이 적절하게 섞여있는 좋은 큐레이팅 덕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책을 처방해준다는 의미로 약봉투에 책을 담아주는 "읽는약" 때문일 것이다. 요즘에 워낙 서점과 도서관마다 "책처방"이 트렌드이다보니 그런 대세에 따라 사장님도 이런 이벤트를 마련했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책을 약봉투에 담아주는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생각해 낸 것이 사장님이라고 하셔서 무척 놀랐다.

 

또한 서점을 운영하기 위해 무슨일이 있어도 영업시간을 잘 지키고, 손님들이 원하는 책을 잘 선별할 수 있도록 좋은 큐레이션을 위해 부지런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인기있는 서점은 다 이유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장에는 어서어서 서점의 성공에 힘입어 두번째 어서어서, "이어서"를 준비하는 사장님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중고책 판매 및 대여를 하는 곳으로 꾸밀 예정이라는데 과연 어떤 공간이 될지 무척 기대가 된다. 타고난 센스와 근면성실함을 무기로 갖고있는 사장님이시니 두번째 책방도 무척 성공적일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어서어서 서점의 앞날엔 항상 좋은만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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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소녀의 거짓말 - 구드 학교 살인 사건
J.T. 엘리슨 지음, 민지현 옮김 / 위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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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배경은 미국의 명문기숙학교이다. 워싱턴의 온갖 유명인사들의 자녀들이 다니는 그야말로 슈퍼 엘리트 집단이다. 그 학교에 영국에서 한 전학생이 오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이 책의 저자인 J.T. 엘리슨은 실제로 워싱턴에 있는 백악관에도 근무했을만큼 엘리트코스를 척척 밟은 사람이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재무분석가로 일하다가, 본인의 열망이었던 스릴러 소설을 쓰기 위해 범죄학을 전공하고 실제 FBI와 함께 부검과 생존자 연구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은 실제 미국의 상류층 자녀들의 실상을 낯낯히 까발림과 동시에 살인사건과 범죄에 대해 무척이나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착한 소녀의 거짓말은 500쪽이 넘는 방대한 양에도 불구하고 속도감있게 술술 읽혔다. 책을 읽고 있지 않을때도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애쉬는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는걸까? 자꾸만 머리속으로 궁금증이 일어서 결국엔 손에서 책을 놓지 않게 만들었다.

초반부터 중반부분에 이르기까지 쭉 이어지는 기숙학교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사건들 (애쉬에 대한 시기와 질투, 왕따, 폭력 등)은 뭐랄까 약간은 불쾌하게 느껴지면서도 너무나 사실적?이라 옛날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하기도 했다. 나는 여중, 여고를 나왔기 때문에 여자들만으로 이루어진 집단에서 보여지는 미묘한 감정선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런가 책을 더욱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요즘 잔잔한 에세이나 연애소설만 읽다가 오랜만에 강렬한 스릴러소설을 읽으니 확 분위기 전환이 되면서 독서에 대한 욕구가 더 높아지는 것 같다. 두꺼운 책이지만 재미있어서 금방 스르륵 읽게 되는 J.T. 엘리슨 작가의 소설 "착한 소녀의 거짓말" 학원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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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피스트
헬레네 플루드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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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진로를 정할 때 심리학과를 고민했을만큼 예전부터 심리학에 관심이 많았다. 조금만 더 공부를 잘 했더라면 원하던 대학의 심리학과를 가서 상담사가 되었을 수도? 사람들이 내게 고민을 털어놓을 때 조언을 해주진 않지만 공감하면서 얘기는 잘 들어주는 편이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사람의 성향을 파악하고, 어떤 사람인지 정의하는것도 재미있다.

이렇듯 심리학에 관심이 많은 나는 새로나온 책 목록을 쭉 훑다가 "테라피스트"라는 심리스릴러 소설을 보게 되었다. 평소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데다, 실제 노르웨이에서 심리학자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작가가 집필한 작품이라고 해서 망설이지 않고 바로 읽어보았다.

이 책에 나오는 여주인공은 작가와 마찬가지로 심리학을 전공한 테라피스트(심리상담가)이다. 주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하고 있다. 여느날과 다를 바 없던 아침, 남편은 친구들과 주말여행을 떠난다며 일찍 나가고, 주인공은 평소처럼 아이들을 상담한다. 그날따라 전화를 받지 않는 남편...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다. 그런데 갑자기 남편의 친구에게 전화가 오더니 남편이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상하다, 분명 오전에 친구들을 잘 만났다고 음성메세지를 남겼는데...? 그 이후로 남편이 24시간 이상 소식이 없자 주인공은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되고, 그 후 얼마 뒤에 경찰은 외딴 숲속에서 남편의 시신을 발견한다.

남편은 왜 아내에게 거짓말을 했을까? 남편은 왜 살해당했을까? 그리고 분명 집에 주인공 혼자 있는데 자꾸 물건이 사라지고 발소리가 들리는거지...?

소설은 주인공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가 되는데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무겁고, 침침하고, 우울하다. 주인공의 내면 심리상태가 잘 나타난 것 같다. 남편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주인공은 슬퍼하거나 오열하는 대신 굉장히 차분한 태도로 일관한다. 그래서 초반엔 책을 읽으며 '혹시 부인이 범인인가...?'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였다. 여튼 그러한 태도 때문에 경찰에게 용의자로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결국엔 범인이 밝혀지게 되고 주인공은 남편이 숨긴 추악한 진실을 알게 된다.

책은 전체적으로 좀 두껍지만 글도 어렵지 않고 뒤에 반전도 있어서 꽤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내가 자주 보던 스토리여서 (차분한 아내, 바람피고 있던 남편의 죽음, 복수, 밝혀진 진실? 과 같은) 뭔가 머리를 꽝 맞은듯한 충격적이고 획기적인 느낌은 좀 덜했던 것 같다.

다만 심리학자가 쓴 심리스릴러 소설이라 그런지 주인공과 주변사람들에 대한 자세한 심리묘사가 좋았고 시종일관 차분하고 당당한 캐릭터인 주인공도 멋있었다.

요즘같은 더운 날 뒷골을 서늘하게 해주는 이런 심리스릴러 소설을 읽으며 휴가를 만끽하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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