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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 대형 서점 부럽지 않은 경주의 동네 책방 ‘어서어서’ 이야기
양상규 지음 / 블랙피쉬 / 2020년 9월
평점 :
2017년 가을에 경주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 한창 "황리단길"이 생기고 유명해지기 시작하던쯔음 이었던 것 같다. 다양한 맛집, 카페, 소품샵 등이 즐비해 있었지만 유독 내 눈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서점이었다.
여행을 다닐 때 그 지역의 도서관과 서점을 꼭 가보는 나였기에 경주 번화가에서 만난 서점은 가뭄 속의 단비처럼 정말 반가운 곳이었다.
생각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책도 꽤 많았고 무엇보다 사장님의 센스가 돋보이는 책 배열이 참 인상적인 곳이었다. 시집을 색깔별로 배열하고, 장지문에 책을 진열할 생각을 하다니... 거기다 곳곳에 보이는 엔티크한 소품에 다양한 책들까지~ 서점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매력적인 이 공간에 흠뻑 빠져버렸다.
어서어서 서점을 2017년에 처음 방문한 뒤로 경주에 여행갈 때마다 꼭 방문했다. 일정이 급해서 그냥 책만 구경하다 나온 적도 있지만 대부분은 책을 한권 사오거나 책을 사지 못하면 굿즈로 파는 에코백이라도 꼭 사왔다. 황리단길에는 무수히 많은 가게들이 있지만 유독 내 지갑을 열게 하는 것은 이 작은 서점 한 곳 뿐이었다.
경주하면 생각나는 곳, 유명한 독립서점하면 생각나는 곳, 그리고 나에게 추억이 가득한 곳 "어서어서 서점"의 사장님께서 이번에 책을 내셨다고 해서 바로 구해 읽어보았다. 사장님과 인스타 친구이기도 하고 (만명이 넘는 팔로우를 가진 사장님께서 나를 팔로우해주시고 무려 좋아요도 자주 눌러주신다는!! *_*) 평소에 피드를 자주 구경하면서 참 글솜씨가 좋으시다고 생각했기에 어떤 내용이 담긴 책일까 무척 궁금했다.
책에는 어서어서 서점을 만들기까지의 과정과 서점을 운영하면서의 고충, 그리고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담은 잔잔한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책에 전혀 관심이 없던 사장님이 20대 중반부터 시집을 탐독하게 된 계기, 어서어서 서점을 열기까지의 험난한 과정들, 그리고 서점 최초 완판신화를 이루게 된 날까지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실려있다.
어서어서 서점이 인기 있는 요소는 사진찍기 좋은 예쁜 인테리어와 일반서적과 독립서적이 적절하게 섞여있는 좋은 큐레이팅 덕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책을 처방해준다는 의미로 약봉투에 책을 담아주는 "읽는약" 때문일 것이다. 요즘에 워낙 서점과 도서관마다 "책처방"이 트렌드이다보니 그런 대세에 따라 사장님도 이런 이벤트를 마련했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책을 약봉투에 담아주는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생각해 낸 것이 사장님이라고 하셔서 무척 놀랐다.
또한 서점을 운영하기 위해 무슨일이 있어도 영업시간을 잘 지키고, 손님들이 원하는 책을 잘 선별할 수 있도록 좋은 큐레이션을 위해 부지런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인기있는 서점은 다 이유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장에는 어서어서 서점의 성공에 힘입어 두번째 어서어서, "이어서"를 준비하는 사장님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중고책 판매 및 대여를 하는 곳으로 꾸밀 예정이라는데 과연 어떤 공간이 될지 무척 기대가 된다. 타고난 센스와 근면성실함을 무기로 갖고있는 사장님이시니 두번째 책방도 무척 성공적일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어서어서 서점의 앞날엔 항상 좋은만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