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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315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지음 / 비룡소 / 2022년 10월
평점 :

눈길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그림과 읽으면 읽을수록 자꾸만 곱씹어보게 되는 글이 무척 매력적인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작가의 신간을 읽어보았다. 이 책은 글이 단 한글자도 나오지 않는 글 없는 그림책이다. 작가는 처음에 '우화'라는 제목도 달지 않으려고 했다고 한다. 그만큼 이 책은 읽는 독자가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가고 각자의 방식대로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제일 첫 장면에는 푸른 바다 저 멀리 사람을 가득 실은 돗단배가 보인다. 저 배에는 누가 타고 있는 것일까? 사람들은 어떤 사연으로 배를 타게 된걸까? 궁금해진다.
그 다음 장면에는 뒷짐을 진 아저씨의 뒷모습이 나온다. 표지에도 그려져 있는 그림이다. 저 먼 바다를 바라보는 것 같기도 하고, 생각에 잠긴 것 같기도 하고...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그 다음 장면에서는 뒷짐을 진 아저씨가 또 등장한다. 근데 모습이 좀 다르다. 왼쪽 그림엔 수갑을 차고 있고, 오른쪽 그림엔 꽃을 들고 있다. 똑같은 뒷모습인데 수갑과 꽃만으로도 이 그림의 분위기가 확연히 바뀐다.
다른 장면에서는 옷을 입지 않은 여인이 등장한다. 이 여인은 어떤 장면에서는 예쁜 리본이 달린 모자를 쓰기도, 또 무거워보이는 항아리를 들기도, 의료진에게 검진을 받기도 한다.
이런식으로 한 인물의 같은 포즈에 전혀 다른 프레임을 씌움으로서 상황에 따라 사람이 얼마나 확연하게 변할 수 있는지를 책에서 계속해서 보여준다.
이 책의 그림들을 쭉 보며 정말 다양한 생각들이 머리속에 뒤죽박죽 떠올랐다. 전쟁이 나지 않았더라면 집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을 난민들, 다른 가정에서 태어났더라면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을 가정폭력의 희생자들, 우아하게 첼로를 켜던 손이 아이를 손찌검 하는 손으로 변하기도 하고, 손자와 함께 즐겁게 놀며 비눗방울을 부는 할머니의 입이 술병을 무는 입으로 변하는 것들을 보며 내가 스스로 어떻게 행동하고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반성도 하게 되었다.
때로는 많은 글보다 단 하나의 그림이, 단 하나의 단어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도 한다. 그것이 내가 그림책을 사랑하는 이유이다. 오랜만에 글 없는 그림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과 감정을 느낀 것 같다. 주변에도 이 책을 소개해주며 어떠한 것들을 느꼈는지 함께 이야기해보고 감상해보고 싶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