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부는 조금 지겨웠다. 작가의 뚝뚝 끊어지는 문체가 낯설었고, 질풍노도 위의 부잣집 딸이 투정부리듯이 맡긴 아빠 찾아달라는 의뢰도 크게 흥미가 안생겼다. 그래서 어제는 팔십페이지 정도밖에 못 읽고 잤다.오늘도 침대 옆의 책을 보며 그다지 들춰보고픈 생각은 안 들었지만, 그래도 읽던 거였기에 다시 폈다. 그런데 오늘 피곤해서 `저녁`의 범주에 든 시각이 지나가기 전에 자버리려던 계획이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다.이 70년대 미국의 소시민 흥신소 탐정은 참 어지간히도 징징거린다. 심지어 스무살 넘게 차이나는 청소년 의뢰인한테 흑심을 품나 혼자 헷갈릴 정도로 철도 없는 것 같다. 책광고에는 분명히 성실한 탐정이라고 쓰여있었는데 시대 차이인지 딱히 바르고 정직한 사람인 것 같지도 않다. 그런데 그런 점이 굉장히 현실매력뿜뿜이다. 내가 이 탐정의 어린 의뢰인이었다면 역으로 들이대고싶었겠다 할 정도로.사건 자체는 평이하다. 그렇지만 애시당초 소설 분위기 자체가 엄청나게 미스터리하거나 반전을 꽝꽝 예고하고있지않아서, 주인공 탐정만큼이나 스무스하게 흘러간다. 오히려 사부로시리즈만큼 사회 문제나 이것저것 무거운 사건을 담지 않아서 더 어울린다. 무료하고 시간 죽이고싶을 때 책꽂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띌 책이 바로 이런 종류다.
초판기념으로 딸려온 일본판 표지가 어마무지하게 내취향이라, 이건 채 읽기도 전에 중고판매할 일이 없으리라는 걸 직감했다.설정 묘사가 atoz인 소설인데, 이 세계와 묘사 역시 취향 저격이었다. 주인공이 청소년인건 선호하지않지만 약간 어벙한 면이 있고 팔자좋은 -그러면서 존재감 옅은- 딱 그나이또래의 남자중학생인 것도 굉장히 적절하다.미스터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려는 부분이 이미 책 분량의 반을 넘어가는 시점이라, 단권으로 끝나는 소설이 맞나 4/5까지 계속해서 확인해야했다. 미미여사가 좋아하는 사회파 미스터리로 끝나긴 하지만 굉장히 담백해서 역시 사건보다는 설정 이야기가 하고싶었던 것 같다. 이를테면 ˝우연히 어떤 좋은 그림을 만났는데 하늘은 조용하고 숲도 섬세하고 성은 잠들어있는것같은 느낌에~(중략*100) 여튼 봐도 봐도 보고싶은 그림이란 말이지. 아, 그리고 그 그림에 그려진 성에 알고보니 그럴싸한 전설도 있다는 것 같더라고.˝ 하는 정도의 느낌?그런데 뜻밖에 나는 이 쪽이 현대물 사회파미스터리 중심 소설보다 취향인 듯하다. 그러고보면 내가 에도월드를 현대물보다 좋아하는 이유가 그 점일지도?표지땜에 보내주기 힘들 책이라 읽는 내내 불안했는데 품고있어도 될 것 같아서 다행.
두서없고 밑도끝도없는 친구 얘기를 일방적으로 만나서 헤어질때까지 주구장창 듣고있는 느낌.남한테 추천하겠냐고하면 차마 못하겠는데, (대부분의 섹션에서 주제가 없다) 이상하게 나는 한두번쯤 더 읽을 듯.
참 잡소리 많은 책인데 하도 잡소리 뻘소리가 많다보니 중간중간 걸려들어오는게 꽤있다 ㅋㅋㅋㅋㅋㅋ 이걸 별점을 어찌 줘야할 지 고민.안 걸리는 문장을 읽을 때는 내가 이걸 왜 보고있지싶다가도 이런 부분 하나 보면 아 이거 적어도 세번은 재독하겠구나 싶다.뭐지 얘........
인간에게 일생의 소원 같은 건 없다. 소원이라는 건 상수가 아니라 변수이기 때문이다. 소원을 하나 이루고 나면 얼마 안가 또 다른 소원이 생긴다. 일례로 닌텐도 DS를 사는 게 평생 소원이었던 한 꼬맹이는 지금 잘 팔리는 글쟁이가 되는 게 소원이 됐다. 드래곤볼이 허구한 날 고통 받는 이유다. 신룡 좀 그만 불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