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진실(post-truth) 시대를 맞아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하는 논거로 (거짓) 팩트를 동원하는 일이 흔하게 일어나며, 경험적 검증과 균형 잡힌 토론은 점점 더 사라져가고 있다. 합리적 확신을 표방하는 사람들은 비합리적 의견을 신봉하는 사람들을 얕보며, 비합리적 의견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얕본다. 그러다 보니 "난 무엇이 옳은지 알아. 난 이성적이고 똑똑하니까"라는 말로 대변되는 공상적 박애주의자와 "난 무엇이 옳은지 알아. 그냥 감이 오니까"라는 말로 대변되는 포퓰리즘 신봉자 사이에 형성된 전선은 더 팽팽해지고 있다.
플로리안 일리스Florian Illies는 이런 비참함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토론이나 의견 교환은 결코 중요하지 않다. 늘 280자(트위터 최대 글자 수)로 자신이 옳다는 이야기만 할 뿐."
종교적 믿음은 ‘어쩌다 보니’ 비합리적이 된 것이 아니고, 기본적으로 인식적 합리성의 원칙을 그 자체로 명시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종교적 믿음이 널리 퍼져 있음을 감안할 때 나아가 인식적으로 비합리적인 확신이 합리적인 확신보다 훨씬 더 ‘통상적’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인식적으로 비합리적 확신이 근본적으로 망상적인 것이며, 심리 질환의 특성이라고 말하는 건 상당히 위태로운 주장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