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프레이저가 빌리를 만났을 때

프레이저가 빌리를 만났을 때 - 자폐증 아이와 길고양이의 특별한 우정
루이스 부스 지음, 김혜원 옮김 / 영림카디널 / 2014년 7월

[서평] 프레이저가 빌리를 만났을 때 [루이스 부스 저 / 김혜원 역 / 영림카디널]

 

이 책의 저자 루이스 부스는 오랜기간 남편 크리스와 둘이 자유로운 삶을 살다가 결혼 10년 만에 늦은 나이에 아이를 가지기로 결심했다. 그리하여 부모가 되는 꿈에 부풀어 임신을 했는데, 과체중과 임신중독증으로 고생하다 아이를 출산할 때까지 사흘을 진통하는 등 너무 심한 고통이 잇따랐다. 힘겹게 죽을 고비를 넘겨 출산한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는 조금 달랐다. 갓 태어난 아이는 심하게 악을 쓸 정도로 예민하고 까탈스러워서 초보 엄마 루이스를 많이 곤란하게 만들었는데...

 

아이가 기어다닐만한 시기가 지났는데도 기지 못하는 것을 보고 이런저런 걱정으로 인해 병원에 갔더니 아이는 자폐증과 근긴장 저하증이라는 복합 장애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예민했고 까탈스러웠으며 쉽게 움직이지 못했던 것이었는데.. 항상 계획적이던 루이스도 전혀 예상치못한 아이의 증세에 결국 우울증까지 얻게된다. 너무 지친 마음에 가족들 모두를 힘들게하던 루이스는 아이의 증상과 상황을 직시하고 힘든 나날을 이겨내기로 마음먹는다. 그리하여 프레이저를 위해 고양이를 입양하기로 결정하고 고양이 보호소에 찾아간다. 낯가림이 심하고 변화를 싫어하는 프레이저가 고양이 보호소에서 만난 빌리에게 먼저 다가갔고 주인에게 버림받고 상처받은 빌리도 프레이저에게 다가갔으니, 드라마같이 이 둘은 첫만남부터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듯 했다.

 

빌리가 집에 온 후로 프레이저가 차츰 변화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면 머리 감기를 너무 싫어했던 프레이저는 씻기려하면 악을 써대는통에 너무 힘들었는데 이때 화장실에 조용히 와서 프레이저 옆에 앉아있는 빌리 덕분에 수월했고, 몸에 근육이 없어 일어나기 힘들었던 프레이저에게 계단 오르기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는데, 전용부츠를 신기고 계단에 손잡이를 설치하고 조금씩 연습하던 중에는 계단참 위에서 프레이저를 기다리며 프레이저가 계단 오르기에 성공하도록 응원했고, 밖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던 빌리도 프레이저가 아프거나 때를 쓸때면 항상 프레이저의 곁을 지켰다. 이런저런 기적같은 일들이 벌어질 때면 항상 프레이저의 곁에 빌리가 있었는데.. 보통 일반학교에는 진학하지 못할꺼라는 진단을 받은지 5년 후 프레이저는 결국 일반학교에 진학하게 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루이스와 남편 크리스는 하루하루 오늘만 바라보며 역경을 이겨내고 지금은 오늘을 즐기면서 지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큰 감동을 받았고 알지도 못하는 소년 프레이저와 고양이 빌리를 응원하게 되는 책이었다. 읽으면서 맨 앞표지의 고양이 빌리를 몇번이나 다시 보았는지.. 책에 적혀있는 페이스북까지 들어가 보았다. 나는 다행히도 주변에 몸이 많이 아프거나 불편한 사람이 없었고, 아직 아이도 없기에 이 책의 저자인 프레이저의 엄마 루이스가 어떤 심정으로 몇 년을 버텨냈는지 감히 상상도 못하겠다. 개인적으로 동물을 너무 사랑하는 나는 일요일마다 동물농장을 보면서 동물이 사람을 도와주고 기적을 일으키는 경우를 많이 보았는데, 이 책을 읽는내내 같은 여자로서 루이스가 안타까웠고 프레이저에게 기적이 일어나길 바랬다. 그런데 역시! 한결같은 사랑과 믿음은 기적은 이루어냈다. 프레이저가 지닌 자폐증과 근긴장 저하증이라는 병이 완치가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프레이저는 학교도 잘 다니고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있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일들을 해낸 프레이저에게 빌리는 꼭 필요한 존재였다고 할 수 있는데, 서로 의지하면서 둘만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이 둘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운명적인 관계가 아닐까 싶다. 사람과 동물의 진솔하고 너무도 따뜻한 우정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