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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미의 꽃
한상민 지음 / 하움출판사 / 2021년 9월
평점 :
📖고향으로 휴가를 떠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에 묻혀 있던 상처와 트라우마가 깨어난다.
해미는 아프고 어두웠던 과거를 지우기 위해 그녀만의 꽃을 찾아간다.
그는 선하고 경건한 사람들보다 더 높이 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늘어진 뱃살은 그의 막돼먹은 짓거리를 모아둔 심술 주머니 같았다. 웃을 때 드러나는 이빨 역시 몹시 불쾌했다. 타르와 니코틴으로 쌓인 치석이 그의 내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꼴이었다.
여자아이가 벌떡 일어났다. 세상을 다 가진 미소를 지으며 해미의 차가운 손을 잡아당겼다. 소녀의 손은 사포처럼 까끌가끌 했다. 손을 잡고 걸으며 들떠있는 아이의 체온을 느꼈다.
그녀의 얼굴이 늘 딱딱하게 굳어있다는 말을 들었다. 화났어, 무슨 일 있어, 표정이 왜 그래, 라며 표정 관리를 하라는 말들은 해미를 불쾌하게 했다. 내가 당신들 보기 좋게 계속 웃고 있어야겠니? 이게 내 얼굴이고 내 표정이야, 치마를 입을 때도 그들에게 다리를 보여주려고 입는다고 생각하거나 화장이 조금 짙으면 남자를 만나느냐고 비아냥대은 것이 이곳의 남자들이었다.
어떤 색을 사든지 다 때가 타기 마련이야. 가방 주인이 관리를 잘해주면 오랫동안 그 색깔을 빛낼 수 있겠지만.
왜 일기장에 모든 걸 적으려는 거야? 비밀은 마음속에 간직하고 그밖의 이야기만 일기장에 쓰면 되잖아.
해미는 꿈속의 꽃이 있을까, 하고 나비를 따라가 봤지만, 장미처럼 빨간색의 꽃은 보이지 않았고, 파란 잎사귀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것은 환상 속에서만 피어나는 꽃임을 상기했다.
도로의 소음으로 더럽혀진 귀를 바다의 소리로 씻어냈다. 한 치 앞을 모르는 삶을 사느라 분노가 박힌 눈동자에 눈물을 채워 씻어냈다. 모래사장에는 사랑이 도처에 널려있었다. 발길에 차이는 사랑, 그것은 기꺼이 허리 숙여 줍는 자의 것이었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두껍아, 두껍아. 내 집을 가져간 대신 내 고통도 가져가렴.
재능이 없는 이들이 꿈이라는 허울을 잡기 시작하는 순간, 그 허울은 천천히 삶을 좀먹어간다고요.
네 하루를 밝힐 만큼의 태양이 내리고, 그 태양에 감사할 만큼의 비가 내리길 바란다.
✔어머니의 자살과 큰 오빠의 죽음, 둘째 오빠의 범죄로 상처 많은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그럼에도 꿋꿋하게 살아남아 건강한 생각을 가진 모습으로 살아가는 주인공 해미의 모습에서 우리네 어린시절을 보는것같아 마음이 아팠다.
마음에 상처를 가진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