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하루 - 언젠가 그리울 일상의 기록 하재욱의 라이프 스케치 2
하재욱 지음 / 헤르츠나인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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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런저런 말장난 같은 글을 모아 책으로 만든 책들이 있다. SNS나 인터넷으로 떠돌아다니는 것 같기도 하고, 어디선가 읽은 것 같기도 하고, 누군가의 농담 같은 말을 모아둔 것을 시집이라고도 하는데 이 <고마워 하루>를 보며 그런 시집에 속하지만 뭔가 끌어당기는 현실감이 보였다. 그동안 읽었던 말장난 같은 시집들은 젊은 청년들의 비애, 일상에서의 무료함 등이 주제였다면 <고마워 하루>는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미생들을 위한 시 아닌 시이다. 첫장부터 그림과 함께 쓰여진 글들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들리는 것은 내가 직장인이기 때문에, 이 시대의 수많은 미생 중의 하나이기에 더욱 가깝게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떠나는 남편의 뒷모습에 아내는 오래오래 붙어있어 달라는 애원을 한다. 남편은 사랑하지 않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말은 못했지만 애써본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이 글의 제목은 '회사'이다. 마치 아내와 남편의 애증의 관계 같아 보이지만 실은 회사와 남편의 애증관계였던 것이다. 회사에 가면 존재감없고 일에 치이는 월급쟁이이고, 집으로 돌아오면 아이들의 아빠가 된다. 지갑이 얇아 가족들이 원하는 빵을 다 사줄 수도 없고, 새를 키우고 싶다는 아이에게 치킨 한 마리를 사주는 가장의 모습에서 현실감을 느낄 수 있다. 매일 지옥철을 타고 직장으로 출근하고, 직장에서 상사와 일과 싸우며 파김치가 되어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그 돌아오는 길도 고달프고 싸구려 작은 술집에서 소주 한 잔 할 수 있는 것도 생활의 일부다. 그런 모든 생활의 소소한 것들이 그림과 글에 녹아 있다.


그림은 팬으로 선을 많이 그어 거칠어 보이지만 따듯해 보이기도 한다. 매일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한 장의 그림으로, 글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하고 있어 그림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우리의 일상이 무료하기만 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재밌게 보이기도 하다니. 매일의 일상을 이렇게 그림과 글로 표현해 보는 것도 무료함을 달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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