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와 결혼해 주세요
히구치 타쿠지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내 아내와 결혼해주세요??!!' 이건 무슨 일일까? 아내가 다른 남자와 결혼해주길 바라는 걸까?

이혼하면 아내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결혼할 수 있는 거 아닐까? 결혼 생활이 지겨워진 한 남자가 아내와 위자료 소송이나 다른 나쁜 감정없이 깨끗하게 헤어지고 싶어하는 이야기로 생각했다.

하지만 읽고보니 자신의 아내와 결혼해달라고 하는 남자의 심정이 이해가 되기도 했다.

 

40대 중반의 잘나가는 방송국 작가 미무라 슈지는 어느날 췌장암이라는 선고를 받는다. 그것도 남은 시간이 약 6개월밖에 없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아이는 겨우 초등학교 5학년이고 전업주부인 아내는 오직 가족밖에 생각하지 않는 가정적인 여자다. 가정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부부사이도 좋아고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는 못하지만 아이와도 사이가 좋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이렇게 이른 죽음을 준비해야 할까? 미무라는 절망의 순간이지만 혼자 남을 아내를 위해 미무라가 마지막 프로그램 기획을 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다른 남자와 아내를 결혼시키는 것'이다.

 

우선 미무라는 자신에게 맞는 결혼상대를 찾는 '결혼 활동'의 신이라 불리는 작가 마리지 고토부키를 만나 결혼하려는 여자들의 조건이나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어보려한다. 하지만 작가 마리지는 예전에 프로그램에서 알고 지낸 코미디언이었다. 노력은 많이 했지만 결국 코미디언으로 성공하지 못하고 자신이 자주 했던 미팅을 바탕으로 결혼의 신이라는 호칭을 얻으며 필명으로 작가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결혼 상대를 찾아 줄 결혼 상담소를 찾아간다. 그 결혼 상담소 역시 재혼을 계기로 아예 결혼 상담소를 하고 있는 여배우 하라야마 노리코였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결혼 상담소를 하고 있었고 미무라는 자신의 시한부 6개월을 고백하며 아내의 새남편감을 찾아 달라고 한다. 이런 저런 조건으로 노리코는 아내와 비슷한 또래의 이토씨를 소개해 준다. 이토씨와 이야기를 해 본 미무라는 이토씨가 마음에 든다. 이토는 아내와 맞선을 보고 결혼을 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하기전에 미무라 자신이 아야코의 남편이고 몇 개월 뒤 죽을테니 그때 아내와 결혼해 달라고 하면 이토는 어떻게 말할까?

 

한편의 코디미 같은 <내 아내와 결혼해주세요>의 작가 히구치 타쿠지는 주인공 미무라처럼 방송국 작가이다. 일본의 유명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담당했고 일본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방송작가가 되었다. '학교 가자!' '나카이 마사히로의 금요일 스마들에게' '간자니 분류 무한대'는 일본 유명 아이돌이 진행한 프로그램으로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았고 유명한 예능프로였다. 이런 프로의 작가가 직접 쓴 소설이라고 하니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무겁고 슬픈 죽음을 유머스럽게 포장했지만 죽음을 받아들여야하는 가족들은 슬프다. 하지만 슬픈 추억보다는 즐겁고 행복했던 추억을 더 간직하고 싶어한다. 오래전 영화 '선물'이 기억났다. 삼류 개그맨이 암에 걸린 아내를 위해 마지막으로 세상에서 가장 웃긴 공연을 하는 내용이다. 죽음을 맞는 두 사람의 마음이 닮았다고 느꼈다. 눈물이 나지만 웃으면서 보내주고 싶은 가족의 마음. 아내를 다른 남자와결혼시켜야 마음 편히 죽음을 맞을 수 있다는 남편의 마음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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