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죽지 않는다
최인호 지음, 구본창 사진 / 여백(여백미디어)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열여덟 소녀가 있다. 열아홉 소년을 만나 백년가약을 맺는다.

그리고 슬하에 아홉 자녀를 낳지만 셋은 죽고 여섯 자녀만 살아남았다.

시간은 어느듯 흘러 열아홉 소녀는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되었고 일흔을 바라보고 있다.

소녀와 소년이 낳은 아이들 역시 장성하여 미국에도, 서울에도 흩어져 살고 있다.

일흔은 넘긴 어머니는 부쩍 멋을 내고 전엔 생각도 못했던 매니큐어를 손가락에 바르고 핸드백을 들고 양산을 쓰고 외출을 하신다.

 

 

 

일흔을 넘기고 한해 두해가 노인에게는 달랐다.

자식들은 모두 분가해 살고 혼자 집에 계셨던 어머니는 집안일을 봐주는 가사도우미에게 괜한 트집과 함께 자식들에게도 이유없는 성질을 내며 달달 볶아 관심을 끌려고 하셨다.

시간이 더 흐르고 일흔 다섯이 된 어머니는 건강은 좋았지만 다리를 못 움직이게 되어 행동이 부자유스러웠다. 노환이었다. 두 아들의 집에서 번갈아 지내면서 가까운 곳으로 여행도 가곤 했다.

 

 

 

그렇게 어머니는 여든이 되셨다. 점점 기력은 떨어지고 운동량도 떨어져 다리는 마르고 쪼그라들고 눈까지 보이시지 않았다. 어렵게 얻은 둘째 아들의 얼굴을 손으로 더듬고 만져 보시곤 한다.

그러던 어느날, 다큐멘터리 취재차 일본에 가 있는 동안 어머니는 운명하신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지만 아들의 삶은 계속 된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하지만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생생하다. 어머니가 기도하실 때 쓰던 묵주만 봐도 어머니에 대한 기억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나이를 속여가며 여탕에 들어가 어머니와 함께 목욕했던 기억, 40년 떨어져 지냈던 누이와 함께 나누는 어머니의 추억들.

 

그리고 연이은 두 누이의 죽음까지 형제들도 나이가 들어가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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