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은 날은 없다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1
이옥수 지음 / 비룡소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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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을 처음 키우는 집들은 모두 비슷한가 보다.
강민이 길에서 개 한마리를 집으로 데리고 온다. 집없는 길강아지라고 이름이라도 쓴 것처럼 지저분하고 말라보이는 못생긴 시츄였다. 배고파 보여 먹을 주고 쫒아버리려고 했지만 길강아지는 좀처럼 강민에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그만 '찡코'라는 이름을 가진 강아지가 되었다.
 
10년 전, 우리집에도 시츄 한마리가 왔다. 이제 막 어미젖을 떼었다고 하는데 너무나 작았다.
동생이 친구에게 분양받은 반려견을 데리고 왔을 때, 강민의 아버지만큼이나 우리 아버지도 시츄를 싫어했다. 동물을 집안에서 키운다니 상상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동생은 한마디 상의도 없이 그냥, 불쑥 강아지를 안고 온 것이다. 
 
 
 
 
하지만 사람에게만 인연이 있는 것은 아니란 걸 믿게 되었다.
반려동물과도 인연이었는지 '당장에 갖다버려!'했던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작고 귀여웠던 어린 강아지 시츄는 집에 자리를 잡는다. 강민의 경우도 병든 시츄를 병원에 데려다 주고 얼떨결에 연락처를 병원에 남기면서 찡코는 강민과 강민의 가족에게 한발 가까이 간다.
 
강민의 부탁에 강민의 아버지는 잘 돌보겠다는 다짐을 받고 찡코를 집안에 살게한다.
하지만 강민과 강민이 형, 아버지 이렇게 삼부자가 살던 삭막한 집에 찡코 역시 수컷이었지만 집안의 분위기는 달라지는 것 같았다.
 
그것도 잠시, 강민이 찡코를 때리고 죽게 만든다. 왜? 이유는 단순했다. 남자들만 사는 집안은 언제나 표현이 서툴렀고, 사랑의 매같은 폭력적인 행동이 더 많았다. 아버지는 형을, 형은 강민을.
이렇게 폭력적인 집안에서 강민이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대는 찡코 뿐이었다.
그렇게 찡코를 때려죽이고 만다. 하지만 금방 강민은 후회하고 괴로워한다. 자신이 찡코를 때린 것을, 죽게 만든 것을. 그러나 찡코는 돌아오지 못한다. 
 


 
강민의 이웃에는 '하마'라는 별명이 있는 미나가 산다. 미나는 23살이지만 취직보다는 외삼촌의 생활정보지 사무실에서 기자라고는 하지만 전화상담을 하는 직원일 뿐이다.
미나는 거식증 때문에 정신과 오원장에게 상담을 받는다. 그런데 어느날, 죽은 찡코의 목소리가 들리게 된다. 죽은 원혼이 마지막으로 전할 말이라도 있는 듯 메세지를 전하고 있었다.
 
아무런 공통점도 없고, 이웃이라고는 하지만 타인처럼 지내던 두 사람이 만나는 접점이 바로 찡코였다. 그리고 곧 두 사람은 또 다른 공통점을 알게 된다. 둘 다 폭력에 노출된 생활을 겪었다는 것이다.
미나는 자신의 친오빠에게 맞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강민과 찡코가 만날 수 있게 도와주려 한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놓인 폭력의 현실에 맞서는 강한 모습으로 변해간다.
 


 
우리말에 '개같은'이 들어가면 좋은 의미는 아니다.
아마 강민과 미나, 두 사람에게 놓인 일상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다.
제일 가까운 가족에게 노출된 폭력은 다른 이들에게 말할 수도 없는 자신의 치부가 될 수 있다.
가깝기 때문에 용서해야 한다. 폭력이 용서 받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라는 이름은 면죄부다.
 
그리고 강민이 또 만나게 되는 '학교폭력' 역시 더욱 '개 같은 날'로 만들어준다.
친구들의 장난에 놀아난 것을 안 강민은 자신을 놀린 친구와 싸움을 하고 보복을 당한다.
말도 못하게 크게 다쳤지만 정작 당사자는 억지로 부모의 손에 이끌려와 징계를 면하기 위한 사과만을 할 뿐이다. 그러면 모든 폭력이 해결이 된다는 듯.
  

 
 
강민의 경우만 그런것이 아니라 우리는 많은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그런 작은 폭력부터 숨죽이며 참아야 하는 폭력까지. 그 폭력에 어떻게 해야할까?
현명한 방법은 있을까?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강민과 미나의 과거와 현재의 폭력은 심각한 마음의 상처를 남겼다.
그 상처를 보듬어주고 따뜻하게 치료해준 것은 바로 '찡코'와 '머루(미나의 어릴적 애완견)'였다.
가장 가까운 존재이기에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주인만 보는 반려견을 통해 마음을 치유한다.
아니, 치유라고 말하기 성급하다. 자신의 상처를 인정하고 상처를 치료하려고 마음을 먹고 당당하게, 씩씩하게 자신의 상처를 받아들인다.
 
그게 치유의 첫걸음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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