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물건과 속닥속닥 - 골동품이 내게로 와 명품이 되었다
이정란 지음, 김연수 사진 / 에르디아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오래된 물건들이 좋으면 나이가 든 것일까. 오래된 물건이 소중해진 것은 어떤 의미일까.

언제부터인지 오래된 사방탁자며, 함, 뒤주 같은 물건들이 집안에 하나둘씩 들어오게 되었다.

그때는 이런 물건들을 사오시는 부모님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비슷한 가구들이 있는데 왜 몇개나 살까, 고물같고 다 같은 디자인의 것들이라 생각했다.

 

모든 물건은 버리는 사람에게는 쓰레기일 뿐이지마, 그걸 재활용하는 사람에게는 보물이 될 수 있다.

(p.41)

 

그런데 이 책을 보고 나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내가 모르고 있던 부분들을 알게 되니 새로운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오래된 가구들이 더 값있어 보이고 좋아보였다.

사람의 손떼가 묻은 것이 반질반질하고 매끄럽고, 나보다 오래되어 보이는 물건엔 뭔가 모르게 역사가 있어 보인다. 그 물건만의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이름도 알지 못했던 가구들의 이름을 아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더 큰 즐거움은 책속의 물건들이지만 사진을 보며 예전 기억이 떠 올랐다.

 

할머니가 시집 오실 때 가지고 오셨다는 장농, 엄마가 시집 올 때 가지고 왔다던 목화솜이불.

어릴적엔 그 목화솜이불이 무거워 덮고 자는 것을 싫어했다. 무겁고 촌스럽게 보이는 오색천으로 된 이불보가 기억이 난다. 그리고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외할머니 댁에 가면 볼 수 있었던 삼베 물레도 있다. 여름이 되면 할머니가 삼을 삶아 마당에 말렸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열심히 모시를 만들어 가족들에게 보냈다. 그것으로 아버지가 옷을 해 입었던 기억도 난다.

 

30년 된 할머니의 모시 적삼도 이제는 군데군데 삭아서 할머니가 그간 흘린 땀의 양을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살에 들러붙지 않고 땡볕보다 더 무서운 꿉꿉한 날씨에 모시만한 옷이 없기에 할머니는 아직도 낡은 모시 적삼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입으신다. (p.91)

 

이 책에선 오래된 것들, 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어느 집에선가 그 쓰임 그대로 쓰이고 있을 목기 그릇이나 소반, 옹기, 보자기, 약탕기, 바구니도 볼 수 있다. 이런 것들에 관련된 추억도 생각나게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수 있게 오래 보관하는 방법이나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방법, 어디서 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도 나와 있다.

많이 잊혀졌지만 여전히 사람들과 함께 생활 할 수 있는 물건들이다.

 

새것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새것은 헌것에 비해 고장이 덜 나고 깨끗해 보이겠지만 그만큼 정도 들지 않았고 익숙하지 않아

조심스럽다. 꼭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의 그런 조심스러움이 있다.

그만큼 새것에는 헌것에게 마음을 덜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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