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사람
김숨 지음 / 모요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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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부산 영도에 있는 '깡깡이예술마을'을 방문한 적이 있다. 깡깡이예술마을은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발전사와 역사를 알 수 있는 곳이다. 수리조선소에 들어온 배에 붙은 조개껍질과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당시 많은 여성과 인부들이 일했다고 한다. 모든 작업을 손으로 해야 하는 일이라 이물질을 제거할 때 망치소리가 '깡깡'하고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은 깡깡이예술마을이라는 이름으로 주말에 정기투어를 할 수 있다. 광복을 맞이하고 전쟁이 끝난 후의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잃어버린 사람>의 초반에도 이런 부산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천복은 광복을 맞이하고 중국 후안에서 귀화선을 타고 부산으로 온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부두에서 허드렛일을 한다. 비슷한 처지의 어린 동수에게 자신이 귀화선을 타고 올 때 봤던 일들을 이야기해 준다. 그리고 그때 함께 왔던 사람들의 안부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다시 만날 수는 없었다. 동수는 여러 공장에서 일을 했지만 월급을 못받거나 일이 힘들어 그만두고 부두에서 허드렛일을 찾는 중이다. 잠시 짬이 나면 천복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가쓰코는 오사카에서 일하던 조선 남자와 결혼해 아들을 낳았지만 조선이 해방되자 남자는 조선으로 돌아가 버린다. 아들을 빼앗길 수 없어 부산으로 왔지만 일본 가는 밀항선을 타기 위해 주위 사람들이 일본여자라고 차별하고 무시해도 부두에서 소금부대를 옮기며 악착 같이 돈을 모은다.

<잃어버린 사람>을 읽다보면 시대극을 보는 듯하다. 막 해방이 된 부산의 모습 말이다. 어수선하지만 나라를 되찾았지만 모든 것을 빼앗기고 남아 있는 것이 없다. 그럼에도 고향으로 돌아온 사람들은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하는 악착 같은 모습이 있다. 너무 가난해서 소막사, 돼지막사에서 사람이 살아야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에게 잡혀가 고문을 당하고 제정신이 아니게 된 사람이나 조선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고 남편만 믿고 살지만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아이와 생이별을 해야 하거나 첩이 되어야 했던 여자들의 이야기도 있다. 아이들의 삶도 척박하긴 마찬가지였다. 다 큰 남자아이가 매일 발가벗고 철길을 돌아다녀 안타깝기도 했고 부두를 중심으로 주변에 살고 있던 군상들의 이야기가 그 시절의 가난함과 척박함을 보여주었다. 작가 '김 숨'에 대해선 책을 통해 이미 이름을 알고 있던 작가였다. 많은 작품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이번 <잃어버린 사람>이라는 장편소설을 통해 1947년을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 작가의 다른 작품도 많이 읽어보고 싶어졌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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