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새를 먹다 달아실시선 36
이시유 지음 / 달아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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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권 안되지만 읽어 본 시집 중 가장 특이한 시들이 있는 시집이 <죽은 새를 먹다>인 것 같다. 제목부터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시들도 특이했다. 시 '내 취미는 이시유 관람하기'라는 시가 있다. 여기서 '이시유'는 시인의 이름으로 자신이 스스로 자신을 관람하는 것이 취미라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이시유의 삶을 관람하는 것'이라고 한다. '삶 지랄인 것 두말할 필요 없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그럼에도 즐겁게 노래하는 내가 있음'이라는 시구절이 있는데 '삶이 지랄'같다고 하는 것도 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표현은 아닌 것 같다. 솔직하게 말하면 삶은 누구나에게 잔인하고 지랄맞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삶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자신의 삶의 질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삶을 즐겁게 노래하고 마지막까지 지켜보고 박수칠 것, 자신의 인생을 당당히 걷고 기뻐해라고 조언하는 이 시가 재밌게 느껴졌다.


 


'약국'이라는 시도 인상이 깊었다. 약국에 간 시인은 약사에게 약을 달라고 했다. 증상이 가슴이 쿵쿵 뛰다가 어느 날은 히히 호호 웃다가 어느날은 목매달까 고민하다가 어느 날은 부처가 돼야지 했다가 어느 날은 엄마 품에 안겨 울기도 한단다. 그런 증상이 365일 일어나는 고질병인데 약이 필요했다. 그러자 약사님이 '그게 생(生)'이라며 명의 같은 말씀을 한다. 그때야 깨닫게 된다. 인생이 그렇다는 것을. 인생의 증상이 그렇다면 우리는 매일 느끼는 생의 증상을 받아들이고 살아가야하지 않을까.


<죽은 새를 먹다>에서는 약 50여 편의 시가 실려있는데 시어들이 예쁘기도 하지만 날카롭고, 직설적이고, 거칠게도 느껴진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들이 많아 나도 언젠가 저런 고민을 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하면서 멋진 말로 포장된 표현법보다 다소 거칠면서 직설적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것 같아 솔직한 시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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