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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강은 그녀를 끌어내린다
윤지현 지음, 박지선 옮김 / 휴머니스트 / 2026년 6월
평점 :
재밌고 슬프다.
제목에 들어간 강, 표지에서 느껴진 물의 이미지처럼
읽으면서 습한 느낌이 드는 이야기였다.
마을에 흐르는 강 그리고 흐르는 강과 달리 흐르지 못한 슬픔이, 그들의 삶이
이야기에 습기를 더해서
읽는 내내 물기가 가득한 느낌이었고 읽다가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이기도 했고 슬펐다.
살고 싶어서 살리고,
사랑해서 살렸던 그 절박함이, 놓지 못한 애정이 마음이 아팠다.
되살린다는 것은 누군가의 시간이 흘러가지 못하고 고이게 만들며
결국은 본래의 모습을 잃고 썩어 들어가게 되고
그것이 결국 공포가 된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면서
그 절박하고도 큰 애정에 마음이 많이 쓰였다.
미국이란 땅에서 소수자로 살아가야 했던 한인 가족
그들에게 쏟아지는 차별과 편견,
가진 것을 모두 투자했기에 떠나지 못하는 삶의 터전,
이 모든 것들은 즐겁지만 즐겁지 못한 삶의 궤적을 만들어냈다.
아내를 잃고 슬픔에 빠진 아버진 일상을 잃고 아이들을 잘 돌보지 않고 자신만이 시간에 갇혀 지내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와 동생을 돌봐야만 했던 장녀란 이유로 모든 것을 견뎌야 하고 인내해야 했던 장녀의 시간
그 시간은 흐르지 못하는 시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 작품에 K호러란 이름이 붙은 것은 이야기의 중심에 '장녀'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본인도 어린 나이임에도 아버지와 동생을 돌보기 위해 누구보다 빠르게 강제로 어른이 되어야 했던 아이의 시간
자신의 슬픔과 아픔을 돌보기보다는 아버지와 동생을 챙겨야만 했던 시간의 무게가 크게 느껴진 이야기였다.
한국적 가정이란 구조가 한 아이에게 강제로 부여한 무게로 인해 좀먹힌 장녀의 외로움과 슬픔이 아픔이 너무 크게 다가온 이야기였고
결국 그것이 솔직하게 터져 나오는 순간 오싹한 해방감을 준 이야기이기도 했다.
자유로워지고 싶었지만 벗어나고 싶었지만 벗어날 수 없었던 가정의 틀 안에서
자신의 외로움을 슬픔을 감추고 살아가야만 했던 언니.
그리고 죽음에서 벗어나 다시 돌아온 언니는 더 이상 참지 않는다.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었던 자기처럼 사람들을 벗어나지 못하게 옭아맨다.
슬픔이, 사랑이 때론 공포와 미움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더 잘해주고 싶단 이유로 계속 반복적인 삶을 선사하는 것은
과연 사랑일까?
다시 돌아온 그 사람은 온전한 그 사람일까?
어쩌면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것이 내 마음의 위로가 필요했기 때문 아닐까?
할 수 있는데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사랑일까? 등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된 이야기였다.
타인을 향해야 하는 사랑은 어쩌면 나의 상실을 치유하기 위한 나를 위한 사랑이 되고,
터트리지 못한 슬픔이 증오가 된 순간
그 감정의 밑바닥에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 감정들이 슬펐고 묵직하게 다가온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