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화학 - 100개의 물질로 읽는 생명과 우주, 인류의 미래 최소한의 지식 2
김성수 지음 / 지상의책(갈매나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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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결국 '물질'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물질들의 관계를 다루는 학문은 화학이다. 그래서 화학은 우주 탄생부터 미래 탐사까지 모든 영역을 설명할 수 있는 유일한 '중심 언어'가 된다. 필자는 어떤 학문 분야와도 연계하고 소통할 수 있는 화학이야말로 진정한 중심 과학이라고 한다.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화학』은 내가 이제까지 접해 본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화학 책이었다. 화학이라는 말만 들어도 어렵다고만 생각했는데, 100가지 물질만 엄선해서 소개하고, 글도 짧고, 재밌고, 실생활과 연관도 있어서 하루에 1개씩 공부해서 싹 마스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화학 지식이 세상을 읽는 열쇠였다니!


먼저 수소(H) 원자의 탄생이다. 빅뱅 이후 약 38만 년이 지나 우주의 온도가 낮아지자, 전자들은 양성자의 인력에 끌려 전기적 중성 상태인 수소 원자가 탄생했다. 


원자와 원소는 어떻게 다를까? 금반지를 생각해 보자. 금은 원소다. 이 금반지는 수많은 금 알갱이인 원자들이 모여있다. 원소는 종류, 원자는 알갱이다. 알파벳 A 하나는 원자이고, 알파벳의 종류(A, B, C…)는 원소다. 즉 A를 1억 개 써도 전부 같은 원소이고, B는 A랑 절대 섞일 수 없는 다른 원소라고 생각하면 된다.


<제5원소>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마지막은 주인공 여자 자신의 사랑이었다. 물, 불, 공기, 흙, 사랑 이게 원소다. 원자가 2개 이상 모인 것을 분자라고 하는데, 누구나 다 아는 물 분자를 생각해 보자. H₂O라는 물 분자는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하나가 모여서 된 것이다. 


원래 수소는 양성자 하나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여기에 중성자가 하나가 더 붙으면 중성자가 함께 핵을 구성한 기이한 수소 원자인 중수소(²H)가 만들어진다. 이 중수소핵들이 서로 충돌하여 합쳐지면 최종적으로 양성자 2개와 중성자 2개를 가진 더 무거운 원자핵이 된다. 이처럼 2개의 가벼운 원자핵들이 결합하여 보다 무거운 원자핵 하나가 만들어지는 현상을 핵융합이라고 한다. 


단순히 무게(질량수)만 늘어났던 중수소핵융합과 달리 원자의 종류 자체가 바뀌어 원자번호까지 늘어나는 핵융합이 빅뱅 직후에 일어났다. 양성자가 2개로 늘어나면서 수소가 아닌 헬륨이라는 새로운 원자핵이 탄생한 것이다. 여기에 전자 2개가 결합하여 만들어진 질량수 3의 원자가 헬륨-3(³H)이다. 이처럼 헬륨을 만드는 거대한 핵융합 반응은 지금 이 순간에도 태양의 중심에서 계속되고 있다.


이 책에서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궁극의 기술이 태양의 핵융합 발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p.28) 헬륨을 합성하기 위한 재료인 수소는 물의 형태로 지구에 풍부한데다가 생산 가능한 에너지양이 막대하다. 석유 1g으로 약 4만 J(줄)의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수소 연료 1g은 무려 35억 J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하니, 개발만 되면 우리 후손들은 에너지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무수한 별들... 알고 보니 중심부에서 핵융합을 안정적으로 하는 구름이었다. 별 또는 항성이라고 부른다. 우리 태양계 밖에 있는 아주 먼 이웃들로, 가장 가까운 별도 태양보다 수십만 배나 멀리 있다. 수많은 별들 가운데 지구는 오직 단 하나의 항성인 태양 주위만 돈다. 


불안정한 원자핵이 에너지를 밖으로 쏘아 보내면서(방사), 다른 종류의 원자핵으로 변하거나 허물어지는(붕괴) 현상을 방사성 붕괴(Radioactive Decay)라고 한다. 나는 방사선 붕괴인 줄 알았다. 방사선 치료에도 쓰여서 헷갈린 듯? 방사성 붕괴는 연대 측정, 질병 진단 및 치료에 활용된다. 모호하던 개념이 이해되는 기쁜 순간! 이렇게 차근차근 하나씩 알아가는 맛이 끝내준다.


전자가 구름처럼 흩어져 노는 곳을 '오비탈'이라고 한다. 혼자 있으면 불안정한 원자들은 서로의 전자를 함께 나누어 가짐으로써(공유 결합) 단단하고 안정적인 분자 상태가 된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성분들도 결국 이런 나눔을 통해 만들어진 것인데, 우리가 서로 돕고 의지하려는 본능도 어쩌면 이런 원자들의 성질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주에 이어 지구를 살펴본다. 석영이 수정이네? 유명한 자수정((Amethyst)은 철 성분이 섞여 보라색을 띠는 수정이었다. 현무암의 유래, 자철석에서 유래한 나침반과 자석, 석회암층 덕분에 알타미라 동굴 벽화 등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오랜 시간 원시 지구의 구름층을 이뤘던 물 분자들은 지각의 움푹 팬 곳을 채우게 되었다. 그것이 지구 표면의 71%를 덮었는데, 이것이 바다의 기원이다. 최초의 생명체는 이 바다에서 탄생했다. 바닷물이 짠 이유, 두부 만들 때 쓰는 간수, 활성산소도 다룬다. 


도파민, 세로토닌, 청동, 강철, 고령토, 시멘트, 석탄, 캡사이신, 에탄올, 자일리톨, 아세트알데하이드, 카페인, 니코틴, 모르핀, 아스파탐, 나일론, 우라늄, 오존, 리튬, 백금 등등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를 더한다.


내가 우주의 원소로부터 온 존재라는 것을 느끼니, 내가 바로 기적이지 싶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주요 원소인 탄소(C), 산소(O), 질소(N), 철(Fe) 등은 지구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칼 세이건의 "우리는 별의 먼지로 만들어졌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해 주는 책이었다. 


빅뱅 이후 탄생한 원소들이 어떻게 별과 지구를 만들었는지, 그 안에서 식물과 동물이 어떤 화학적 원리로 생명을 이어가는지, 그리고 인류가 이 물질들을 어떻게 활용해 문명을 개척해왔는지 100가지 물질을 통해 우주와 인류의 역사를 색다른 시선으로 살펴본 정말 너무너무 재밌는 시간이었다. 


p.350  이 책에 담긴 100개의 화학물질 중 다른 물질과 아무런 소통과 연결 없이 홀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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