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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소기업에 다닙니다 - 5가지 시선
박덕근 지음 / 좋은땅 / 2025년 9월
평점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상은 붙어 있어도 마음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 같은 공간에 있지만 얼굴만 익숙한 낯선 사람들 이 소설은 10년 된 IT 중소기업을 배경으로, 조직을 구성하는 내부의 5가지 여러 인물들의 시선과 외부에서 회사를 보는 가족의 시선을 통해 직장 생활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
제일 먼저 사장의 입장이 나온다. 사장은 직원을 믿고 기다려 줬는데 신뢰하던 직원은 방치되고 있다고 느꼈다. 스스로 판단하고 성장하길 바라며 최대한 개입하지 않았는데, 돌봐주지 않는다는 무책임함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하고 회의하고, 지시하고, 체크했다. 하지만 이렇게 관심을 가지니 직원들이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다. 스스로 판단하지 않고, 무언가 잘못되면 눈치를 보며 책임을 회피했다.
그렇게 원하고 만들고 싶었던 스스로 움직이는 조직은 사라졌다. 그래서 결국은 직원들의 입장을 인정하고 책임을 묻는 대신 안부를, 왜 못했냐고 다그치기보다는 어디에서 왜 막혔는지를 함께 들여다보게 되었다. 직원들에게 묻는 안부가 회사의 미래를 가장 건강하게 바꾸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회사에서 일하는 다섯 명의 입장에서 회사를 바라보니 소설인데도 실화처럼 리얼하고 재밌었다. 나에게는 생소했던 단어들과 각 에피소드 별 등장인물을 정리해 보았다. 미리 알아두고 읽으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맨 마지막 가족들의 시선이 가장 감동적이었다.
IR(Investor Relations)은 기업 홍보다.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기업 설명 및 홍보 활동을 말한다. PR(Public Relations)이 홍보인 것을 떠올리면 금방 기억된다. 대중과 서로 유익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 하는 모든 커뮤니케이션 활동이라는 뜻이니까.
DX(Digital Transformation)는 Transformation에서 'trans-'를 줄여 X로 표현한 것으로, 단순히 기술을 도입이 아닌 기업의 근본적인 혁신을 뜻하는 디지털 전환이다.
IPO(Initial Public Offering)는 기업공개로, 비상장 기업이 주식을 일반 대중에게 처음으로 공개하는 것이다. 흔히 상장(上場)이라고 한다. CFO(Chief Financial Officer)는 최고 재무 책임자,
COO(Chief Operating Officer)는 최고 운영 책임자,
QA(Quality Assurance) 기간이란 품질 보증 활동을 집중적으로 수행하는 기간이다.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은 고객 관계 관리의 약자다.
최영진 경영지원팀장은 나중에 CFO로 승진한다. 소설 속에 나오는 5가지 시선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사장과 팀장이라는 직책의 책임과 무게가 단순한 짐이 아니라 함께 나누어야 하는 것임을 깨달아간다.
Episode 1. 사장의 시선
박재호 사장. 직원이 70명이 넘는 코어테크라는 회사를 운영한다. 자금 확보와 비전 제시 등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며 새로운 사업을 결정하지만, 그 결정이 직원들에게는 부담으로 느껴진다. 공장의 자율제조를 위한 기초를 다져 줄 AI 기반 설루션인 '위도'로 공장 무인화를 시도한다.
Episode 2. 기획팀장의 시선
김윤서 전략기획 팀장. 회사의 비전과 생존을 위한 전략을 세우고 조직을 이끌며 헌신한다. '위도'는 모니터링과 예측을 위한 제품이다. 그런데 제어 기능을 요구하는 회사의 제안을 거절하며 마음 아파한다. 기획이라는 일은 결국 회사가 하고자 하는 말을 정리해서 세상에 전하는 일임을 깨닫는다.
Episode 3. 개발팀장의 시선
서민우 기술 개발 팀장.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익숙한 것보다, 다시 배울 수 있는 곳인 코어 테크로 스카우트되어 왔다. 끝없는 기술적 난관 속에서 회사의 핵심 기술을 지키고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현실적 한계를 마주한다.
Episode 4. 영업팀장의 시선
이준혁 영업 팀장. 영업은 설득보다 공감이라는 걸 배워간다. 매출이라는 가장 무거운 현실에서 갈등과 어려움을 겪으며 팀장은 실적보다 신뢰를 먼저 만들어야 하는데 실적만 쫓다 보니 신뢰가 무너진 것은 아닌지 고민한다. 사람을 설득하고 관계를 만들어 가며 고객의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과정을 좋아했던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하지만...
Episode 5. 팀원들의 시선
기획팀 막내 정수아, 팀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높은 기대를 품고 있다. 영업팀 과장 김도현은 조용한 걸 좋아하고 성과는 결과로 말하는 스타일이다. 개발팀 윤태준 책임연구원은 기술연구소 소속, 위도 시스템 백엔드 주개발자로 실패를 통해 조금씩 성장해 가고 있다. 개발팀 서건우 책임연구원은 조금씩 지쳐가지만 오로지 자기만의 이유로 직장을 버티고 있다.
Episode 6. 가족들의 시선
소설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으로 묵묵히 옆을 지켜주는 가족들의 속마음을 담았다. 사장, 영업팀장, 개발팀장 아내의 시선과 기획팀장 엄마의 시선이 나온다. 끝까지 함께 걸어가겠다며, 따듯한 응원과 이해해 주려는 마음에 가슴 뭉클해진다.
모든 직장인들은 묵묵히 지켜보며 응원해 주는 가족들의 사랑으로 버틸 수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중소기업이라는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이 소설은 매우 현실적인 풍경을 담았다. 누구나 자신의 직장이 생각나고, 다양한 인물들의 시선을 통해 자신의 업무와 동료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생존을 고민하는 사장, 매출 압박을 받는 영업팀장, 기술적 완벽함을 추구해야 하는 개발팀장, 그리고 팀원과 가족 등 각자의 입장에서 직장 생활을 볼 수 있게 해 주는 이 소설을 통해, 직장에서의 관계는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면 내 가족처럼 소중해질 수 있음을 알게 해준다.
관계에 대한 이해는 더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 준다. 어쩌면 일과 삶의 진정한 가치는 각자 지금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서로를 인정하고 높여 줌으로써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