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김홍일 지음 / 좋은땅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이 책에 나온 다양한 상속에 관한 이야기 중 낙태와 신용불량에 대한 부분을 특히 관심 있게 읽어서 이 두 가지 이야기를 가져와 봤다. 죽은 남편의 아이를 낙태한 부인에게도 남편의 재산에 대한 상속권이 있는지(상속 결격자의 문제)는 나도 궁금했는데, 낙태를 하면 상속권이 박탈된다고 한다. 왜냐하면 낙태를 할 경우, 부인은 '상속의 동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한 자'가 되기 때문에 상속 결격자가 된다는거다(대법원 1992.5.22. 선고92다2127판결).

이런 경우 사망한 남편의 부모님이 살아 계시다면 낙태를 한 부인은 상속인의 자격을 잃게 되고, 차순위인 남편의 부모님이 상속을 받게 된다. 하지만 만약 부인이 낙태를 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순간 부인에게는 양육의 의무가 발생함과 동시에 상속인의 자격이 생긴다. 그리고 부인 입장에서 불편한 관계일 수 있는 시부모의 경우, 남편이 사망하면 혼인 관계는 종료되므로 법적으로 부인이 시부모를 봉양해야 할 의무도, 시부모가 손주의 양육비를 지원해야 할 의무도 없다.

대습상속(代襲相續)도 알게 되었다. 대를 이어 상속한다는 뜻이다. 나는 습(襲) 자를 습격! 할 때만 쓰는 줄 알았더니 세습하다처럼 물려받는다는 뜻이 있다. 위의 예시에서 남편이 사망한 이후 부인이 낙태를 하지 않고 아이를 양육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시부모의 자식이 남편 한 명이고 시부모가 모두 돌아가신다면, 원래 시부모의 재산을 상속받아야 할 남편이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배우자인 부인과 아이가 대신 상속을 받는 것을 말한다.

이때 남편은 원래 상속인인데 먼저 사망하여 피대습자라고 하고 며느리와 손자녀(손주+손녀)는 이 피대습자를 대신하여 상속하는 사람이라 대습상속인이라고 한다. 손자와 손녀를 법률이나 공식적인 문서에서는 손자녀라고 하고 일상용어는 손주라고 한다.

직계는 나를 중심으로 피가 섞인 부모님과 자녀다. 존속은 존경하는 윗사람, 비속은 낮을 비, 아랫사람이니 직계 존속은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이고, 직계 비속은 내 자녀와 손주들이다. 형제자매는 방계혈족이라고 한다.

내가 헷갈렸던 것은 돌아가신 분을 피상속인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며느리와 손주가 상속을 당하는 거니까 피상속인이 아닌가 했는데 돌아가신 시아버지와 남편이 피상속인이다. 재산을 받으면 상속을 받는 거니까, 상속인이라는 말은 쉽게 이해된다. 하지만 망자는 사망으로 재산 상속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재산의 입장에서 보면 재산을 가지고 있던 주인이 죽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에게 상속을 당하는 것이다. 그래서 원래 재산의 주인인 망자를 피상속인이라고 하는 게 아닐까?

나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신용불량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신용불량자는 2024년 7월 기준으로 59만 명 정도라고 한다. 20대도 있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자영업자들도 14만 명이나 늘었는데 이는 1년 전보다 약 29%가 늘어난 수치다.

요즘은 신용불량자라고 하면 마치 그 사람이 불량하다는 인식을 주기 때문에 신용 거래를 할 때 유의할 필요가 있는 사람이라는 뜻의 신용유의자라고 부른다. 나도 어쩌다 보니 신용유의자가 되었다. 통장도 못 만들고 신용거래를 할 수 없다. 그런데 내가 죽으면 자녀에게 그 빚이 상속된다고 한다. 그래서 아들에게 어떻게 하면 빚을 상속하지 않을지 공부하려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너무 전문적인 책이면 읽어 볼 엄두도 못 냈겠지만 나와 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어려운 용어도 쉽게 설명해 주셔서 부담 없이 읽었다.

이 책의 특징은 목차를 보고 내가 당면했거나 관심 있는 부분만 먼저 읽는 발췌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요즘 핫한 드라마 <신사장>은 각 회차마다 새로운 사건이 발생하고, 그 회차 안에서 사건이 해결되는 독립된 이야기이면서, 전체적으로 하나의 큰 스토리를 이룬다. 이런 구성을 에피소드 형식 또는 옴니버스 형식이라고 하는데, 이 책도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상속에 대해 다루면서, 제목이 독립된 사례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사례 중심의 옴니버스 구성이다.

그래서 나는 125페이지에 있는 '배우자와 자녀들이 상속인일 경우 상속포기, 한정승인 시 유의사항'이라는 부분부터 읽어 보았다. 역시 '채무'도 상속의 대상이 된다는 말이 나온다. 재산보다 채무가 많은 경우를 대비해 민법은 '한정승인'과 '상속포기'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먼저 낯선 단어부터 이해해야 한다.

p.125 한정승인(限定承認)은 상속받을 적극재산의 범위 내에서 채무를 변제하는 조건으로 상속을 받는 것으로, 피상속인의 적극재산보다 채무(빚)가 더 많다면 적극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채무를 변제하면 되므로 상속인에게 추가적인 재산적 손해가 없게 됩니다.

한정승인은 내가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한정해서 빚을 갚겠다고 승인하고 상속을 받는 것이다. 적극 재산은 빛을 뺀 재산이다. 상속받은 재산으로 빚을 갚았는데도 빚이 남으면 내 돈으로 더 갚을 필요가 없다. 만약 한정승인을 하지 않으면, 빚이 재산보다 훨씬 많을 때 자녀가 그 빚을 갚아야 하므로 신용유의자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아예 상속 포기를 하면 되지, 뭣하러 한정 승인을 할까? 내가 상속 포기를 하면, 그 빚은 다음 순위 상속인에게 자동으로 넘어간다. 그래서 여러 명이 상속인일 경우 한 명이 한정승인을 하고, 나머지 상속인들이 상속포기를 해서 다른 상속인까지 빚이 상속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내가 죽으면 남편이 한정승인을 하고 아들은 상속 포기를 하면 되겠다 생각했는데, 문제가 생긴다. 아들과 남편이 동일한 1순위 상속자이기 때문에 아들이 상속 포기를 해도 자녀와 손자녀, 증손 자녀까지 상속이 된다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아들이 한정승인을 하고 남편은 상속 포기를 하면 된다.

아들이 한정승인을 하면, 상속 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고인의 빚을 갚는다. 아들의 개인 재산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고, 상속받은 재산으로만 빚을 정리하는 것. 이것으로 모든 빚이 마무리되므로 상속이 손주들에게 넘어가지 않는다!

남편도 아들과 동순위 상속인이지만, 상속 포기를 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으로 처리된다. 아들이 한정승인을 하면 모든 게 깔끔하게 마무리된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아들에게 내가 가진 빚에 대해 정확한 팩트를 알려주는 계기가 되어 감사했다.

결론은 가정법원에 상속 포기를 신고하면 다음 순위 상속인에게 채무가 넘어가지만 한정 승인을 하면 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빚을 갚을 책임이 있다고 한정하므로 다음 순위 상속인에게 빚이 넘어가지 않는다. 상속에 관련된 다양한 케이스들은 책을 참조하기 바란다.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특이하고 재밌는 케이스들도 많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