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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의 결혼 준비 - 실전 결혼 준비 A-Z까지
지윤주 지음 / 휴앤스토리 / 2025년 6월
평점 :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90년대생 아들이 나중에 결혼한다고 할 때 건네주면 가장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서평단을 신청했다. 당첨!
우리는 결혼할 때 양가 부모님께서 알아서 해 주셔서 아들이 결혼 준비 어떻게 하냐고 물으면 내 손으로 해 본 게 없어 알려 줄 것이 하나도 없다. 그때 이 책을 건네며 둘이 의논해서 천천히 준비해 보라고 할 것이다. 목차를 보며 각자 필요한 부분만 먼저 읽어 봐도 좋을 것 같다.
나는 결혼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예비 커플들에게 무조건 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하고 싶다. 결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결혼할 수 있는 방법이 보인다고 한다. 돈의 여유가 있어서 결혼을 한 사람은 10쌍 중 한 커플 정도다. 결혼을 한 다른 사람 집이나 다른 사람 결혼식을 가보며 서로 어떻게 해보고 싶은지 평소에 이야기해 보면 좋겠다.
그럼 40이 넘어도 싱글인 사람은 잘못 산 것인가? 아니다. 결혼을 안 했거나, 돌싱이 되었거나, 결혼을 했지만 아이를 낳지 않는 것도 다 괜찮다. 본인 스스로 최선을 다해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것을 선택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에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남들과 비교하면서 살다 보면 나의 인생이 아니라 남의 인생을 살게 된다. 나도 내가 결혼을 했기에 결혼한 게 최고라고 하는 것이니 오해는 마시길.
혼주(婚主)라는 말 뜻도 처음 알았다. 난 이제껏 혼주는 혼인의 주인이라는 뜻이니 신랑신부라고 생각했던 것. 그런데 찾아보니 혼주는 양가 부모님을 말하는 거였다! 나처럼 무식하다는 소리 안 들으려면 결혼식 용어부터 확실하게 알아야 할 것 같다.
옛날에는 혼인이 집안끼리 연을 맺는다는 의미가 강해서 혼사를 주관하고 책임지는 주체를 혼주라고 했다. 양가 어른들과 소통하고 하객들을 접대하는 결혼의 전반적인 부분은 모두 양가 부모님이 이끌어 나갔다. 청첩장에 혼주인 양가 부모님 성함을 함께 기재하는 것도 이런 전통적인 의미가 남아있는 것이다.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 업을 줄여서 스드메라고 한다. 스드메를 했다는 의미는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했다는 것이고, 드메만 했다는 것은 본식 드레스와 메이크업만 했다는 의미다. MR은 Music Recorded의 약자로, 음악 반주를 말한다. 특히 축가를 부를 때 많이 사용된다.
신부의 가방을 들어주는 사람은 가방순이, 축의금을 받는 사람은 축의지기, 부케를 받는 친구는 부케순이, 신혼부부라는 말은 어색하고 낯간지러워서 귀여운 된소리 쀼로 표현한다. 부부를 합쳐하면 쀼가 된다. 쀼는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쀼의 세계'라고 표현했던 것에서 가져왔다고.
나도 이 책을 읽으며, 내가 30대로 돌아가 다시 결혼한다면 이렇게 똑 부러지고 꼼꼼하게 결혼을 준비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봤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책을 참고로 준비하면 가능할 것 같다. 그때는 왜 이런 책이 없었는지... 하긴 지금도 결혼 준비에 관한 책이 없어서 저자가 직접 나선 것이니 마구마구 칭찬해 주고 싶다.
저자와 남자친구가 결혼 준비를 하면서 혼수에 대한 입장 차이를 조율해나가는 부분이 참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싸우지 않고 대화로. 만약 신랑 신부 중에 자취를 하던 사람이 있으면 본인이 쓰던 거 다 들고 가고, 없는 것만 당근에서 사던가 아니면 할부로 구입을 하면 될 것 같다.
아들은 자취를 하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살림은 모두 그대로 가져가고, 신부 쪽도 본가에서 쓰던 물건을 다 가져오면 신혼집만 함께 해결하면 되지 않을까? 사랑하는 사람이 쓰던 물건인데 낡았으면 어떤가. 그래도 신혼이라 새것을 사야 한다면 그것도 좋다. 내 마음 편한 게 최고다.
본가와 원가족이란 말도 찾아보니 본가(本家 Parents' house)는 부모님이 계신 물리적 장소인 집이고, 원가족(原家族 Family of origin)은 자신의 정서에 영향을 준 심리적이고, 관계 중심적인 가족을 말한다. 본문에 나오는 원가족이라는 말이 생소해서 찾아본 것이다.
당근 혼수는 당근에서 혼수를 중고로 구입하는 것이다. 아주 합리적인 소비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것저것 당근에서 구입하다 보니 1000만 원은 필요했다고 한다. 아마 둘 다 본가에서 독립을 했기 때문인 것 같다. 혼수(婚需 wedding provisions)라는 말은 혼인할 때 수요(需要, 필요하여 구함)되는 결혼에 필요한 물품 일체다.
결혼식 비용은 크게 '인사 + 스드메 + 예식 + 식대'로 보았다. 둘이서 결혼식장을 돌아다니며 결혼식 시간을 가장 싼 오후 5시 40분으로 예약했더니 알아서 하라던 혼주인 부모님이 반대하셨다고 한다. 아무리 알라서 하라고 했어도 결혼식 날과 결혼식 선호 시간대는 양가 부모님께 꼭 물어봐야 한다고.
200~300만 원이 넘는 스튜디오 촬영을 하지 않았다는 것도 너무 멋있었다. 나는 옛날에 당연히 해야 하는 줄 알고 가죽으로 된 앨범까지 만들었는데... 지금도 가지고는 있지만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짐만 되는 웨딩 사진은 정말 찍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친구들이 동영상을 찍어 주는 건 좋다. 부피도 없고 목소리까지 담을 수 있으니까.
저자의 친구들 상견례 얘기 중에서 시댁이 지방이라 서울에 올라오셔야 하는데, 자녀들이 일정이 바빠 부모님들을 모실 수가 없어서 부모님들끼리만 시댁 쪽으로 가서 일박하고 오셨다는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상견례를 혼주들끼리만 해도 되는 거구나 싶었다는.
상견례(相見禮)는 서로 만나 예를 갖추는 자리라는 뜻이다. 이미 결혼을 확정 짓고 만나는 자리인데, 저자는 너무 저렴한 곳에서 상견례를 한 것을 아쉬워한다. 결혼 전 처음이자 마지막인 자리이니 상견례 장소는 좀 괜찮은 곳을 찾아보길.
상견례를 왜 해야 하나 했더니 결혼식에서 처음 만나 누구세요? 할 수는 없으니 그전에 만나 인사하는 거였다. 결혼식이 끝나면 아기가 태어나거나 누가 돌아가시거나 하는 특별한 날에만 보게 된다. 하지만 요즘은 사돈끼리 마음이 잘 맞아서 여행을 함께 다니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내가 결혼할 때 나는 너무 어려서 다이아몬드 반지 못 받은 것이 한이 됐었다. 친구들과 비교하며 말로 꺼내지도 못하고 혼자 속상해했다. 반지랑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건데 본질을 못 봤기 때문이다. 지금은 희미해진 기억이지만, 나처럼 혼자 맘속에 담아두지 말고 뭐든 배우자와 함께 의논해서 정하길.
어차피 나는 액세서리 귀찮아해서 있어도 안 끼고 다녔을 거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한 건데 나처럼 액세서리 귀찮아하는 성격이라면 결혼 기념으로 서로 금반지 하나씩 사거나, 메시지 각인 골드 바를 사서 나중에 아이가 결혼할 때 물려주면 어떨까?
2024년 1월 1일부터 혼인에 따른 증여재산 공제가 신설되었다. 자녀가 결혼할 경우 증여하는 재산에 대해 추가로 1억 원까지 증여세를 공제해 주는 것이다. 기존 5천만 원에 1억 원이 추가되어 총 1억 5천만 원을 증여받을 수 있다. 신랑 신부 쪽을 모두 합치면 총 3억 원까지 증여가 가능하다. 하지만 문제는 부모가 조부모 봉양을 해야 해서 자식에게까지 증여할 돈이 없다는 것이다.
부모는 자신들의 노후도 대비하지 못했는데 늘어난 수명으로 인하여 조부모 봉양에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나만 그런가? 자녀의 결혼자금까지 도움을 줄 수 있을 만한 부를 가지고 있는 부모는 정말 행복한 부모라고 생각한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축의금을 모두 자녀에게 주고, 그 돈으로 결혼식 이후에 들어가는 금액을 정산하는 방식이다. 부모님이 결혼 지원금을 주지 못하는 경우, 축의금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기쁜 소식이다. 하지만 그것도 부모님이 정년퇴임하기 전에 결혼했을 경우다. 정년 퇴임한 후 청첩장을 돌리면 좋은 소리는 못 들을 것 같다.
축의금은 얼마나 내야 하고 결혼식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혼식을 안 할 방법은 없을까? 남자가 집을 마련해야 할까? 청첩장 모임 비용은 얼마나 들까? 결혼하는 진짜 이유와 결혼을 안 하는 이유는? 나는 4부 1장에 나오는 '기혼자 인터뷰'가 그 어디에서도 들어볼 수 없는 것이어서 리얼하고 재밌었다. 특히 괄호 안에 있는 저자의 생각이.
청첩장 모임은 줄여서 청모라고 하는데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신부가 가까운 지인들에게 직접 청첩장을 주면서 결혼을 알리고, 식사를 대접하는 자리라고 한다. 아들 말로는 이제까지 참석했던 선배님들 청모는 모두 친한 사람들이라서 술도 1잔 마시며 너무 즐거웠다고.
결혼을 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의사 결정을 내리는 동안 예비 신혼부부들이 많이 싸운다고 한다. 싸우지 말고 의견을 나누고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토론을 꼭 해보기를 바란다. (p.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