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자극하는 새로운 수학 퀴즈 100
홀거 담베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생각의집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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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조차 때때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만, 다행히 그 뒤로는 동료들에게 돌부리의 위치를 알려준다. 수학은 언제나 결말이 아니라 과정이다. 처음 발견된 해답이 가장 우아한 해답이 아닐 때도 있다.

<뇌를 자극하는 새로운 수학 퀴즈 100>은 나와 같은 수포자의 뇌도 깨울 수 있었던 재밌는 퀴즈 책이었다. 뇌도 근육처럼 쓸수록 튼튼해진다. 특히 잘 안 풀리는 문제를 풀어 보는 게 좋다고 한다. 굳이 머리 아프게 풀리지도 않는 문제를 왜 고민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를 풀 수 없더라도 답지를 보면 다양한 해답이 존재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고정관념을 깨고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팁도 얻을 수 있다.

저자인 홀거 담베크는 6년 전부터 독일 '슈피겔'사이트에 퀴즈를 올리기 시작했는데 벌써 300회가 넘었다. 이 책에서는 그중 저자가 선별한 논리학, 기하학, 조합론의 인기 퀴즈 100개를 만난다. 16개의 점을 연결하는 문제랑 성냥개비 문제가 재밌었는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해답을 보고 아하! 하는 식이었다.

준비운동을 위한 퀴즈 중 물 6리터를 담는 것은 해답을 보고도 한참을 생각했다. 차근차근 이해를 하고 혼자서도 다시 풀 수 있게 되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흔히 머리 좀 쓰라고 하는데, 이 말이 무슨 뜻인지 풀이를 보며 이해하는 과정에서 느꼈다. 머리를 쓰는 것, 생각하는 것도 엔도르핀이 나오나 보다. 이 맛에 퀴즈를 푼다.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데 좋은 문제들도 많다.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 알 수 없을 때는 어떻게 진실을 알아낼 수 있을까? 논리 퀴즈 문제는 자기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힘을 키워준다. 나도 해설을 보며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경험을 해 보니 뒤죽박죽 머릿속이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특히 2019쪽으로 되어 있는 책에 쓰인 말에 대한 진실 찾기, 마술사의 단 한 가지 질문, 교차로에 선 산타클로스 문제는 오오~소리가 날 정도로 재밌었다.

수학은 추상적인 학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기하학은 아주 구체적이다. 기하학 퀴즈 중 나무 열 그루를 다섯 줄로 만들고, 한 줄에 네 그루씩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하냐는 문제는 ☆모양이라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16개의 점을 적어도 한 번은 지나게 선 6개로 연결하는 문제에 대한 해답은 12개가 넘는다는 것에 놀랐다. 독자들의 다양한 해답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어떤 일을 의논할 때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의견을 내면 훨씬 다양한 방법들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사위 모양 정육면체를 직선으로 자르면 정삼각형, 오각형, 육각형이 나온다. 만드는 방법만 봐도 신기하고 예뻤다. 룰렛, 카드게임, 체스, 양말 복권과 주사위의 확률 문제는 수학을 모르면 풀기 어렵다. 학생들이 확률 공부할 때 이런 퀴즈를 내면 아주 재밌게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백설 공주에 나오는 여왕님의 거울 퀴즈는 거울을 걸 때도 수학을 이용하면 이렇게 최적의 위치에 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줬다. 일상생활에서 수학은 쓸 데가 없다는 나의 고정관념도 무너졌다.

무게, 크기, 색깔이 모두 같은 알루미늄 공과 구리공이 있다. 긁거나 다른 실험 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어떤 공이 어떤 금속으로 만들어졌는지 알아내는 문제는 밀도와 질량을 알면 풀 수 있는 문제다. 이 퀴즈로 피겨스케이팅 선수가 한쪽 발로 균형을 잡는 피루엣 회전에서도 팔과 다리를 회전축 가까이에 둘수록 더 빨리 회전할 수 있게 질량 분포를 바꾼 것임을 알았다.

동쪽에서도 일몰을 볼 수 있을까 생각하는 문제는 당연히 안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우주선과 초음속 비행기를 이용하면 가능하다. 이렇게 당연함에 의문을 갖는 것에서 수학과 과학이 발전하지 않았을까? 퀴즈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나는 의외로 고정관념이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지금은 당연히 그걸 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혹시 고정관념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말한다.

수학 퀴즈를 풀면서 명확한 표현을 하는 것의 어려움도 느꼈다. 어떤 문제는 문제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7개의 마디로 되어있는 은 팔찌로 7일간의 숙박료를 내는 문제였다. 번역이 빠진 건지는 알 수 없지만, 한 마디를 하룻밤 숙박료로 하고 팔찌 손상을 최소화하지 위해 딱 한 마디만 떼어 내라고 했는데, 한 마디를 떼어낸 다음, 한마디를 더 떼어야 한다는 말이 빠져 있었다.

100문제 중 90번부터는 진정한 도전이라 할 수 있는 어려운 퀴즈다. 끝까지 이해가 안 되는 고난도 문제도 있다. 그러나 해설을 꼼꼼히 읽다 보니 체계적으로 사고하는 연습이 된 것 같다. 나의 뇌에게 기쁨을 선물해 준 시간이었다. 오늘도 나를 대접한다는 오나대를 음식이 아닌 퀴즈로 해 보면 어떨까?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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