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의 이해 - 처음 만나는 표준/IEC 기반
서효정 지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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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의 목적은 전 세계가 하나의 공동체로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표준화가 잘 이루어진 표준 법이 유지되는 선진국을 살고 있다. 표준을 이해하고 국제표준 문서 작성까지의 여정을 함께 해 보자. 


내 신발 사이즈는 250이다. 이것은 mm를 단위로 한다. 누구나 다 자기 신발 사이즈 정도는 알고 있다. 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던 것을 이 책 <표준의 이해>를 통해 돌아보게 되었다.


만약, 우리에게 표준이 없다고 생각해 보자. 옷의 경우만 하더라도 S/M/L 라는 표준 사이즈가 없었다면 전부 입어보거나 눈대중으로 사야 한다. 그런데 사이즈는 M이지만 브랜드마다 크기가 다르면 아주 불편할 것이다. 또, 배추를 절일 때 소금 한 움큼을 넣으라면 그 한 움큼은 손의 크기와 개인의 감에 따라 전부 달라진다. 그래서 통일된 기준이 필요한데 이것이 표준이다. 


주유소의 주유기는 법정 계량기에 해당한다. 이를 조작하거나 훼손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과징금을 부과한다. 가스나 수도 계량기, 전력량계, 저울, 혈압계, 온도계, 체중계 등에 표준이 없다면 과연 이렇게 널리 쓰일 수 있었을까?


동전처럼 동그란 리튬 건전지의 포장은 가위 없이는 떼기 힘들다. 그 이유는 아이들이 호기심에 먹는 일이 많아서 일부러 뜯기 어렵게 한 것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뱉어내게 쓴맛으로 코팅 처리한 건전지도 있다. 리튬 전지가 식도에 걸려 화학 반응을 일으키면 식도에 구멍이 뚫린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2015년 산업통상자원부 고시 기반 '어린이 제품 공통 안전기준'을 만들게 되었다. 표준 이전에 우선시 될 것은 안전이기 때문이다. 


예전엔 정육점에 가면 소고기 한 근만 주세요 했는데, 요즘은 100g당 가격으로 표시한다. 동네 마트까지 갈 것 없이 인터넷 쇼핑몰에서 소고기를 한 번 검색해 보았다. 정말 전부 100g 단위로 표시가 되어 있다. 고기 먹으러 가면 메뉴판을 확인해 보자. 모든 고기는 100g 당 가격으로 판매한다. 이것이 법정계량단위 표기이며 이를 어기면 과태료 50만 원을 물어야 한다. 아파트도 제곱미터로 표시하고 평의 사용은 금지되었다. 


내가 표준의 편리함을 가장 많이 느꼈던 것은 C 타입 충전기다. 핸드폰은 물론, 무선 이어폰, 헤드폰, 미니 선풍기, 모기 퇴치기, 자동 쉐이커 등 요즘 판매되는 거의 모든 제품이 C 타입으로 충전할 수 있어서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다. 8핀은 아이폰만 쓰고 있고 5핀을 쓰는 제품도 가끔 보이긴 하지만 C 타입으로 전 세계 전자제품이 통일되면 매우 편리할 것 같다.


해외여행도 전압이 220볼트가 아닌 곳에 가려면 멀티 콘센트를 사야 하고 불편하다. 전압까지 통일하긴 어려워도 앞으로 국제표준을 적용한 제품이 많아지면 좋겠다. 신호등만 해도 세계 어떤 나라를 가도 빨간불에는 멈추니까 편리하지 않은가? 안 지키는 나라도 있지만 빨간불에는 멈추어야 하는 것은 안다. 


그럼 국제 표준은 어떻게 정할까? 국제 전기기술 위원회(IEC) 및 국제표준화기구(ISO)는 공통의 합의를 도출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비영리 기관이다. IEC의 국제표준은 IEC 적합성 평가 시스템과 함께 세계무역기구(WTO)와 무역기술장벽(TBT) 협정에서 정의한 기술장벽을 통과시키는 관문의 역할을 한다. 이 책에는 IEC 기반의 항목과 범위를 표로 정리해 놓았다.


항목 TC 62의 범위는 의료 장비, 소프트웨어 및 시스템이다. 62C는 방사선 치료, 핵의학 및 방사선량 측정인데, 4장에 IEC TC62C 업무 경험 사례가 나온다. 특히 방사선 치료 기기의 표준 분야는 한국 같은 신규 국가가 들어가기에는 기존 전문가들의 영향력이 세다.


저자가 진행했던 중성자 포획 치료기(NTC) 표준화 과정도 소개한다. 2022년 3월 1일에 일본이 <중성자 포획 치료 의료 기기에 대한 안전과 필수 성능에 대한 개별 규격>에 관한 국제 표준 신규 제안(62C / 835 /NP)을 제출했고 6월 10일 100% 찬성으로 통과되었다. 의료기기처럼 우리의 목숨이 걸려 있는 제품을 안전하게 쓰려면 합리적인 표준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한다.


돈과 신용에 견줄만한 것이 표준이다. 전기차 충전기가 회사마다 달라서 그 회사 제품이 설치된 곳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면 아무도 전기차를 타지 않을 것이다. 빠르게 전기차가 보급될 수 있었던 것은 전기차 충전기의 규격이 통일되었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국제표준을 적용한다. 


표준은 기업의 이익은 물론 소비자들의 편리함도 추구한다. 세계 공동의 선을 추구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 회사가 표준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함을 깨닫는다.  뒷부분에는 국제 표준안을 제안하는 절차와 표준안 작성법이 실려있다. 국제표준종합지원 시스템에 들어가 기술 작업지침서를 다운로드해 보았는데 한국어로도 전부 번역이 되어있다. 물론 나는 법전을 읽는 느낌이었다. 


선한 의지로 표준에 참여하는 기업과 국가들이 많아져, 전 세계의 표준이 통일되어가면 좋겠다. 대부분 표준 업무는 이해관계보다 과학에 기반한 안전한 방법을 지향하고 있다고 하니 우리의 미래는 밝다.


 ♥ 지식과감성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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