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게 살지 마라 무섭도록 현명하게 살아라 - 불완전한 인간을 위한 완전한 지혜
발타사르 그라시안 지음, 김종희 옮김 / 빅피시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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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아무리 밝게 빛나도 결코 태양보다 더 눈에 띄려 하지 않는다. 현명한 사람은 충고는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상대에게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얻는다. 

스페인어의 번역서는 처음 읽어본다. 이름도 낯선 발타사르 그라시안은 17세기 스페인의 철학자이자 예수회 신부다. 이 책<바르게 살지 마라 무섭도록 현명하게 살아라>는 그의 철학 고전 <사람을 얻는 지혜>중 가장 중요한 부분만 발췌 번역한 것이다. 


다른 자기 계발서나 동기부여에 관한 명언집에서는 볼 수 없는 약간 이기적인 조언도 있고, 오래된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현실적이다. 돌려 말하지 않아 단호하다는 느낌이 드는 곳도 있다. 총 198개의 짧은 명언을 읽고 나니, 내가 좋아하는 니체는 물론 쇼펜하우어와 영국의 수상 처칠도 이 책을 평생의 지침서로 삼았다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1장은 사람을 얻는 지혜다. 


쉽게 속마음을 드러내지 말고, 나보다 나은 사람을 곁에 두지 말라는 말이 생소했다. 보통 속마음을 터놓고, 나보다 나은 사람과 사귀라고 하지만, 속내를 터놓으면 상대방이 나를 역이용할 수 있고, 나보다 뛰어난 사람 곁에 내가 있으면 그의 그림자에 가려지기 때문이었다. 


완벽하기보다는 약간의 결점을 보이고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라. 도움을 준 사람 역시 나에게 호감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성격 유형을 파악하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MBTI를 그 옛날에 도움이 된다고 하다니. 감정이 격한 사람, 우울한 사람, 욕을 하는 사람 등 범위가 좀 넓긴 하지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성격을 미리 파악해 두면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  


사람을 얻으려면 상대의 견해를 바로 반박하지 말아야 한다. 그의 입장에서 문제를 검토해 보면 상대를 완전히 비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수용해서도 안되니 시간을 좀 끌면서 숙고해야 한다.


2장은 성공을 위한 지혜다. 


실제보다 더 큰 존재로 보이라는 말이 재밌었다. 성공을 위해서는 나 스스로를 좀 뻥튀기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어떤 분이 영업 때문에 일부러 좋은 차를 타고 다닌다는 말을 들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성공에 필요할 수 있겠다 싶었다. 


2장에서 가장 찔렸던 부분은 먼저 행동하고 나중에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나란 것이었다. 나는 일단 저지르고 본다. 나중에 다 어떻게든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랬더니 정말 이 책에 나와 있는 그대로 변명만 늘어놓고 살게 되었다. 성공을 위해서는 먼저 생각하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3장은 더 나은 인생을 위한 지혜다. 


잘 알고 있는 것은 잘못될 수 없다. 선택을 할 때는 무조건 확실한 쪽을 택한다. 위험을 무릅쓰면 그 끝에 불운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천국도 지옥도 아닌 이 세상에는 기쁨과 고통이 공존한다. 그래서 누구도 완전히 행복할 수 없고 완전히 불행할 수도 없다. 그러므로 더 나은 인생을 위해서는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 


단번에 확답하지 않는 습관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나는 약속을 덜컥 해 놓고 지키지 못할 상황이 발생해서 사과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제는 확답을 하지 않고 일을 완료하고 이야기하거나 아예 약속은 안 한다. 


누군가는 즐기고 누군가는 절망한다. 이 말을 들으니 열심히 일해서 월급 받으면 부모님 생활비나 요양비로 반이 사라져 노후 대책을 세우지 못하는 많은 분들이 생각난다. 자식에게 부담을 주는 무전 무병장수로 자녀에게 절망감을 주지 않으려면, 유전 무병장수를 목표로 해야겠다. 


4장은 내면을 단단하게 만드는 지혜다. 


가볍게 내뱉은 말도, 받아들이는 쪽은 무겁게 받아들일 수 있기에 항상 말을 조심하자. 그리고, 어려울 때 자신의 짐을 타인에게 짊어지게 하는 사람은 상황이 좋아지면 거들떠도 안 볼 사람이니 부탁은 그냥 줄 것이 아니면 절대 들어주지 말라고 한다. 같이 망하거나 관계가 끊어짐은 물론 나의 내면도 다 망가진다.


사람이 너무 무던하기만 하면 새들의 놀이터가 되는 허수아비와 다름없는 처지가 된다. 늘 상냥하게 대할 필요가 없다. 뒷 담화는 언제나 좋은 안주거리지만 험담이나 욕을 하면 그 말이 자신에게 돌아오므로 이왕이면 뒤에서 남을 마구마구 칭찬하자. 


책은 정신을 단련시키는 것이지 무게로 근력을 단련시키는 도구가 아니란 말은 표현도 재밌고 맘에 확 와닿았다. 독서는 많이 읽는 것보다 내가 얼마나 성장했느냐가 중요하다. 내면이  돋보이기 위해서는 질이 중요하다. 그래서 1독 1행이라는 말이 나온 것 같다. 


5장은 현명한 대화를 위한 지혜다. 


세상을 적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세상이 인정하는 것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면 안 된다. 비밀은 그 누구와도 공유하지 말고, 변명은 짧게 한다. 진실을 말하지 않는 편이 나을 때는 때론 진실을 왜곡하는 선택도 필요하다.


과하게 칭찬하면 기대치가 높아지고 그 기대가 어긋나면 칭찬한 쪽도 받은 쪽도 모두 체면을 잃는다. 그래서 과장된 표현은 거짓말과 같다. 


간결하게 말하라. 그러면 좋은 일은 더욱 좋아지고 나쁜 일은 그다지 나쁘지 않게 전달된다.  할 말은 반드시 짧게 해서 상대방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지 말자. 같은 말을 반복하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중언부언하지 말고 따뜻하고 간결하게 말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자. 


속는 것은 어리석음이 아니라 성실함의 반증인 경우가 많다고 하니 옛날에 사기당했던 것이 좀 위안이 된다. 들으면 믿기 쉽다. 진실은 눈으로 확인하고 이해하는 것이지 타인에게 듣고서 알게 되지 않는다. 들은 이야기는 이미 왜곡된 상태다. 그러니 근거 없는 말에 나처럼 놀아나거나, 호기심에 이상한 사이트를 눌러 사기당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무리 긴 밤이어도 반드시 해는 뜬다. 어둠이 길더라도 바르게만 살지 말고, 현명하게 태양을 그리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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