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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용의 정해 - 중용의 깊은 뜻 쉽게 알기
윤서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4월
평점 :
중(中)은 천하의 올바른 도(正道)로 치우치지 않으며, 용(庸)은 천하의 정하여진 이치(定理)로 변하지 않는 것이다. 중中은 단지 도리에 잘 들어맞으면 되지만, 예나 지금이나 서로 잇닿아서 변하거나 바뀔 수 없다는 것을 알지 못하지 때문에 바로 용庸자를 붙인 것이다(中只是箇 恰好道理 爲不見得 是亘古今 不可變易底故 更著箇庸字 p.50, 中庸章句大全).
<중용의 정해>란 중용을 정밀하고 자세하게 풀이한 책이라는 뜻이다. 내가 생각하는 중용은 밸런스다.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마음의 중심을 잡는 것이다. 우리 몸도 균형이 무너지면 병에 걸린다. 요새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SNS를 통해 남과 비교하고 스스로를 초라하게 여긴다. 비교는 치우치는 것이다. 이상하게 나보다 더 힘들거나 못한 사람은 비교하지 않고 자꾸만 위를 본다.
지금 현재에 만족하는 것 역시 중용이 아닐까? 이것이 곧 카르페디엠이고, 루스벨트가 현재는 선물이라고 한 말의 의미지 싶다. 현재에 충실한 평범한 일상 역시 중용이다. 중용에서 말하는 도(道)란 만물의 자연스러운 성(性)을 따라 행하는 것이다. 들어가는 길은 다르지만 이르는 경지는 똑같으니, 이것을 중용이라 한다.
첫 부분에 중용을 공부하는 방법이 나온다. "중용은 처음에 배우는 사람이 이치를 헤아려 깨닫기에는 아직 마땅하지 아니하니라"라고 나와 있다. 다 읽고서야 이것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 <사서(四書)> 중 본문이 가장 짧지만 가장 어려워 맨 나중에 공부하는 최고난도 책이 <중용>이었다.
이 책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부분은 본문 밑에 한글로 한자의 음을 표기해 준 것이다. 음이 표기되어 있으니 한자를 입력하거나 사전 찾을 때 편했다.
책의 구성은 먼저 편저자가 개관(槪觀)에서 간단히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중용> 원문과 직역, 그리고 <중용>의 심화 해설 <장구대전章句大全>의 본문과 번역이 나온다. 생소한 한자 뜻도 알려주고, 왜 이런 한자를 썼는지, 다른 비슷한 한자와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더 자세히 설명해 준다. 각 장의 마지막에는 성호 이익의 <중용 질서>가 실렸다. 역사적인 배경과 함께 논어, 맹자, 대학 등도 인용해 본문의 이해를 돕는다. 이익 선생님의 <중용> 해설 강의다. 편저자님의 꼼꼼한 주석도 돋보인다.
이 책의 목차는 성호질서중용서(성호 이익의 중용질서의 권두언), 중용장구 서문, 성호질서중용서(성호 이익이 중용장구서에 근거하여 지은 중용질서의 서문), 중용장구대전, 성호질서중용편제 그리고 중용질서 33장과 성호질서중용후설 및 도표이다.
윤서현 편저자는 공자의 손자 '자사'가 지었다고 전해지는 <중용> 33장 중 긴 본문은 절로 짧게 나누어 조금씩 공부하기 좋게 편집하고, 주희의 <중용장구>와 성호 이익의 <중용질서>를 함께 실어 찾아보기 쉽게 했다. 나는 각 장마다 제일 먼저 나오는 편저자의 [개관]이 없었으면 너무 어려워서 못 읽을 뻔했다. <중용>을 처음 접해보는 나와 같은 초보자도 이 [개관]을 읽으면 읽기가 수월해진다.
중용 1장 3구에 愼其獨也(신기독야)라는 말이 있다. 직역은 '자신만이 홀로 아는 곳에서도 삼가느니라'이다. 신독(愼獨)의 출전은 『대학』이다. <장구대전>에 의하면 『대학』에서는 '자신만이 홀로 아는 곳일지라도 삼가는 것(신독愼獨)만을 말하고, 조심하고 두려워하는 것(계구戒懼)은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신독'은 사람도 없고 차도 안 다니는 새벽에 신호등이 빨간 불이어도 안 건너는 걸까? 그럼 남 몰래 쓰레기를 줍는 것도 신독일까? 왜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고 할까? 남한테 인정받으려고 선한 일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남이 보든 안 보든 남과 비교하지 말고 내 중심을 잡으라는 말이다.
<중용질서>에는, 자식이 부모에게 순종하면 부모도 자식을 따르게 된다. 형제와 아내와 자식이 함게 모여 즐기는 것을 가지고 어버이에게 순종하는 증거로 삼는다면 부모의 뜻을 잘 받들어 지극한 효도를 실행하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p.281 子順乎父母 則父母得其順矣 以兄弟妻子之和樂 爲父母順之之證 則可謂能養志也). 라는 말이 나온다. 서로 공경하고 사랑하는 것은 남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니 중용이 아닐까.
나는 맨 먼저 <본문>의 직역을 읽고, 저자의 [개관]을 읽어 대충 의미를 파악한 다음 <장구대전>의 해석을 보고 마지막으로 이익의 <중용질서>로 각 장의 내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읽었다. 편저자의 정성이 느껴진다. 성의(誠意)라는 말이 중용의 성(誠)에서 나왔을 것 같다.
왜 이렇게 읽었냐 하면, 중용 25-3의 마지막 글자는 '時措之宜也(시조지의야, p.433)'이다. '때에 맞게 조처함을 마땅히 하느니라'. 이 직역을 보면 무슨 말인지 모른다. 이때 저자의 [개관]을 본다. '때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마땅하여 조금의 어긋남도 없게 된다' 훨씬 이해가 잘 된다. <장구대전>은 '때에 알맞게 조처하기 때문에 모두가 마땅하게 될 수 있다' 조금 더 자세하다. 그리고 <중용질서>로 25장 전체의 해설을 종합해 보면 훨씬 이해하기 쉽다.
동양 최고의 철학서라는 <중용>을 읽고 느낀 점 : 한자 원문만 필사해서 공부하고 싶다!
그리고 한자만 보고 직역해 본 다음, 이 책의 순서대로 [개관]→ [장구대전]→[중용질서]를 읽으며 <중용>을 배우고 싶다. 어렵지만 생소한 한자 단어 뜻까지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어, 한자 원문으로 공부해 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게 하는 소장 가치 1순위인 책이다.
♥ 인디캣 책곳간 서평단에 당첨되어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