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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것에 관하여 병실 노트
버지니아 울프.줄리아 스티븐 지음 / 두시의나무 / 2022년 12월
평점 :
죽음 너머로 따뜻한 손길과 생각을 건넬 수 있는 것, 이것이 글이 가진 힘이고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다(p.007, 옮긴이의 말)
두 모녀의 수필을 해설과 함께 접해 보았다. 사람은 지금 현재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해 살아야 행복하다는 것을 느낀다. 아프면서 아픈 것에 충실 했기에 아픈 것에 관하여란 수필이 나왔고, 간병을 하면서 그 순간을 즐기고 최선을 다했기에 병실 노트가 나왔으니 말이다.
질병이 얼마나 흔한지. 얼마나 엄청나게 정신을 변하게 하는지... 인플루엔자의 공격을 살짝 받아도 어떤 영혼의 황무지와 사막이 보이는지(p.017). 나는 전혀 몰랐다. 워낙 아픈 적이 없어서 엄마가 아팠을 때 왜 그렇게 내게 짜증을 냈는지... 나는 왜 나한테 짜증이냐고 더 승질을 냈는데... 황무지에 사막에 계셨던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은 아픈 것에 관하여가 처음이다. 짧은 글이지만 시처럼 페이지가 넘어 가질 않는다. 어머니의 병실 노트가 실용적인 글이라면 딸의 글은 문학 작품 그 자체다. 아픈 것에 관하여에서 버지니아 울프는 어휘가 없음을 개탄하지만 아파서 신비스러운 말들로 써 내려 가는 묘사를 접해 보길 바란다.
나도 간병의 경험이 있다. 그런데 엄마의 간병인이 내가 있는 것이 더 걸리적 거린다고 나가 주시는게 도와주는 거라는 말을 했는데, 병실 노트에도 똑 같은 묘사가 나온다. 모르면 간병인에게 배우기라도 할 걸... 하는 후회가 남는다.
최소한 책이라도 읽어 드릴 수 있었는데... 그 때는 생각도 못했다. 병실 노트에 책을 읽을 때는 또박 또박 천천히, 그리고 환자가 잠이 들어도 계속 읽으며 조금씩 소리를 작게 해야 한다고 한다. 이제는 해 드릴 수 없지만, 누구나 한 번 쯤 아픈 사람을 돌보게 되는 날이 오면... 이 책을 곁에 두었다가 참고 해 보길 바란다.
병자의 두발을 다룰 때 처음에는 도끼빗을 사용해야 한다. 보통 빗은 큰 이 부분을 써야한다(p.87). 도끼빗~ 옛날에 내가 알 던 빨간 파란 도끼빗이 아주 오래 전 부터 있었나보다. 환자의 머리를 빗을 때 아프지 않게 세심하게 배려하는 마음이 엿보였다.
공기에 관한 부분에서 촛불을 그냥 끄면 연기가 역하니까 양초 심지용 가위를 쓰거나 심지를 촛농에 담구어서 끄라고 한다. 이런 가위가 현재에도 판매되는 것인 줄 처음 알았다. 배려의 마음은... 도구와 함께 지금까지도 남아있다.
또, 블라인드 커튼 틈새로 비스듬히 드는 빛이 환자에게 매우 거슬린다고 완벽하게 빛을 차단하고 거울에 빛이 반사되는 일이 없게 하라고 한다. 나도 암막 커튼을 치다 빛이 조금 새어 들면 은근 신경이 쓰였는데 이런 세심한 부분까지 병실 노트에 기록되어 있다.
두 작품 모두다 아픈 사람을 이야기 한다. 나도 엄마를 제대로 간병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버지니아 울프의 엄마 역시 딸을 돌보지 못함을 후회하고, 딸은 또 엄마를 그리워 하고...
아프면 슬프지만 그 슬픔 속에도 의사 몰래 엄마랑 매운 떡볶이 먹던 추억~ 인삼주스 맛있대서 3잔 연속 사드리고 배불러서 더 안 들어간다며 같이 웃었던 기억들~ 이 두 모녀만의 그런 행복한 추억도 있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아픈 이들이 곁에 있는 사람들과의 슬프지만 행복하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가길 바라며...
*** 인디캣님 책곳간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질병이 얼마나 흔한지. 얼마나 엄청나게 정신을 변하게 하는지. - P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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