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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조배성 외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2년 11월
평점 :
한 줄 한 줄이...그대의 상처에 연고처럼 스며들기 바랍니다.(p.98 시인의 말)
정말 오랜만에 시집을 펼친다. 일반 책과는 달리 쭉쭉 읽어 내려갈 수가 없다. 자꾸만 자꾸만 멈춰서 울게 된다. 왠지 모르지만 괜히 눈물이 글썽 하다가... 돌아가신 엄마가 생각나 또 울고... 책을 덮을 즈음엔 연고가 스며든 탓일까... 속이 많이 후련해졌다.
당신께 닿은 나의 글은 시가 아니라 하나의 편지 같은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p.97 침대맡 편지) 시인의 말대로 따듯하게 씌어 내려간 두툼한 편지 한 통을 읽은 느낌이다. 시같은 편지...편지 같은 편안한 시를 읽으니 살아있음이 참 아름답고 감사하게 느껴졌다. 안녕이 너무 늦어버린 사람도 안녕이라고 말 해 줄 수 있는 사람도 나와 함께 이기에...
살에도 끝이 있다는 고마운 일이 그 밤에는 꽤나 밉기도 했다(p.62 안부) 그 날엔 정말 끝이라는 사실이 많이 미웠는데... 엄마의 고통이 끝난 것은 감사한 일이었다.
그래도 당신의 이름이었던 글자들은 여전히 시선마다 걸린다(p.58 이름자) 아마도 그리움 일 것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당신이 언제쯤이면 돌아오겠냐는 것이다. 다음주면 좋고 내일이면 더 좋고...진정 원하는 것은 당신이 지금쯤 문을 박차고 들어왔으면 하는 것인데 다만 그것의 답이 영영이라면 나는 차라리 귀를 막은 채 조용히 울고만 싶다(p.66 삶은 달걀) 정말 지금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와 주셨으면 하지만... 그것의 답이 영영이어서... 펑펑 울어버렸다.
왜 행복은 잡히지 않고 사라져버리고 마는 걸까(p.48 꿈결) 그 때 알았어야 했다... 행복은 찾는게 아니고 맘껏 느끼는 것이란 걸...아파도 살아 계셔서 행복하다고 얘기해 드릴 걸 그랬다. 내가 사다 드린 빵이며, 떡이며, 김밥이며, 뻥튀기, 캬라멜과 사탕 같은 거... 여기 저기 나눠 주시면서 기뻐하시던 모습... 지나고 나니 함께 해서 나도 많이 행복했었단 걸 느낀다.
곁에 없어도 한참을 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있다(p.69 잔상) 엄마가 보고 플 땐 동영상을 본다. 어떤 교수님이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목소리가 기억이 안 난다고 꼭 부모님 살아 계실 때 동영상을 찍어 놓으라 하셨다는 말에 나도 동영상을 찍어놓길 잘 한 것 같다.
눈 덮인 기억 속에서 당신은 죽은 것이 아니라 깊은 겨울 잠을 자는 것이다(p.95 동면)
내게서 사라지지 않게 그저 기억으로라도 남겨둘 수 있게(p.201 그리움) 깊은 겨울잠을 주무시는... 내게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한 껏 그리워하고 나서야 그것이 사랑이었다 되짚는다(p.108 사랑은) 실컷 그리워 하니 나도 역시 엄마를 많이 사랑했었구나...이제는 다시 만날 날을 편하게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떠나는 이도 어쩌면 남아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서로가 기다린다면 분명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p.82 떠나는 약속) 그동안 속만 썩여 드렸는데...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면 기뻐 하실 수 있게... 다시 만나는 그 날에 잘 살았다고 같이 행복하게 웃을 수 있게... 시인의 말처럼... 매일매일 마냥 행복하고 기쁘게 살아야 겠다.
당신에게 하려다 삼킨 말들이 어느덧 이렇게 시가 되었다... 이제 당신은 마냥 행복했으면 한다 (p.56 시인의 말)
※ 아래에 시집을 읽으며 와 닿았던 표현들을 적어 보았습니다.
백로 16 떨어진 물은 먼저 떨어진 물 위에 올라 춤판을 벌인다.
Dear. 40 돌아갈 수 없기에 아름다운 순간들이여
온기의 온기 70 아무것도 키우지 않겠다 다짐했다. 떠나보내지 않는 삶이라면 외로워도 슬프진 않겠다는 마음이었다.
두고 온 자리에서 71 잃어버린 것은 모두 미련이 되었다
가을에는 고개를 들고 74 하늘을 오래 보는 사람은 미쳤거나 슬픈 것이라던 당신의 말도...그리워도 하늘을 오래 볼 수 있습니다.
외연 外緣 75 사람을 가장 슬프게 하는 것은 울음이 아니라 한 번도 울지 못해본 사람들일 것이라고 당신은 흘리듯 말했습니다.
당신의 노래 78 당신같은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요즘에도 종종 흥얼거린다 그러다 보면 꼭 당신이 와서 노래 같은 소리로 웃어줄 것만 같다.
그림자의 고향 81 남은 이들이 떠나는 이들에게 외롭지 말라며 그림자를 하나씩 들려 보냈다는 설화가 있습니다.
다락의 일 90 남아있는 일은어쩌면 한없이 기다리는 일이다
비상탈출 101 끝내 비상탈출을 시도하고 공중으로 높이 날아오르는 순간 하늘이 온통 너였단 걸 깨닫는다 너로부터 멀어지는 모든 순간이 너에게로 불시착하는 순간이었다
시간은 한 보 마음은 반 보 106 시간은 한 보를 걸을 때 마음은 반 보를 따라갑니다 시간이 한 보 앞서간 만큼 마음은 과거를 추억합니다
계절은 꽃을 그리워한다 111 한 번으로 끝날 조촐한 삶이라도 계절의 기억에 남아 머물게 된다면 그것은 꽃에게 있어 영원을 뜻했다.
창틀에 낀 먼지 118 너를 아프게 만드는 가시보단 가끔 보일 때만 신경 쓰이는 먼지 같은 사람이고 싶다
바람이 불던 날 125 갈 때는 빨리 떠나기 위해 바람이 불던 날 떠났구나
납골당 앞의 정류장 136 나의 어머니는 어릴 적 할머니를 마중 나갔던 모습 그대로 정류장에서 할머니를 기다리고 계셨다
시인의 말 140 순간의 힘은 작아 보이지만 하루의 마무리를 다르게 할 만큼 큰 힘을 지녔습니다. 조금이나마 상처를 위로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순간, 모먼트가 되겠습니다.
편지 142 그리고 행복이 가장 잘 어울려 너에게 닿을 작은 글자들
좋아요 143 스쳐 지나가는 소식이라도 엄지손가락으로 없던 사랑 한 송이 피우는 일
백지 172 백지이면 어때요 앞으로 그려 나갈 일들만 남았는데
어른스럽다 179 마음속 깊이 남았던 유년이라는 곪은 상처하나 너라는 예쁜 꽃을 멋지게 피워냈구나
나 181 나로 태어나 살아 숨 쉬는 것 그 자체만으로 당신은 위대한 일을 하고 있으니 정말 고마워요 세상의 모든 나에게 안부를 묻는 나
시인의 말 182 나의 과정이 그대의 밤을 안내하는 길잡이가 되길. 그대의여정은 너무 외롭지 않길 기도합니다.
속삭임 200 가끔 나의 표정과 눈은 서로 다른 말을 한다. 하지만 그것을 알아주는 이가 없기에 꿈속의 그 사람, 내가 되기로 한다.
닿아가기 209 다가가지 말고, 닿아 가보자
나에게 닿아왔던 소중한 시간...
5분의 시인님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