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
강지나 지음 / 돌베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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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교육제도는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인권, 자아실현, 교육받을 권리보다는 경쟁을 통한 선별 기능을 주로 수행한다. 연우는 공부를 해보고 싶어서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길 바랐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특성화 고등학교에 갔다. 부모님이 특별히 학력경쟁에서 뛰어나지 못하면 인문계 고등학교는 전망이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현석도 성적에 맞춰 선생님이 가라는 특성화 고등학교를 갔는데, 학교가 완전 양아치 같았다고 했다. 특성화 고등학교는 진로를 중심으로 나눠진다기보다는 대학 갈 아이들을 위해 ‘양아치’를 한 번 걸려내는 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올라갈 때 이뤄지는 이 선별작업은 청소년들의 생애에서 큰 전환점을 만든다. 청소년들은 이 선택의 과정에서 수없이 고민하지만 대부분은 그 누구도 진지하게 그 고민을 함께하거나 조언을 해주지 않았다. 특히 학교체계에서 그다지 성공하지 못한 대부분의 빈곤층 청소년들은 학교 선생님으로부터도 큰 도움을 받지 못했다. 이들이 가족 자원이 취약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학교체계가 이를 충분히 뒷받침해주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학교체계는 빈곤층 청소년들의 진로 선택을 위한 과정에서, 이들을 도와주고 이끌어야 할 전문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경쟁과 계층에 따른 선별 기능 외에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빈곤은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런 수준의 대처와 처방이 없다면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빈곤 대물림을 끊어내기 위해 교육자본론을 도입해서 교육비 지원을 한다는 것은 아주 작고 단편적인 방책은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빈곤 대물림은 사회 전반의 불평등과 구조를 개혁하는 문제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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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나 지음 / 돌베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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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 환경에 처한 청소년 문제를 다룰 때 우리는 지금까지 교육 정책에 포함하거나 청소년 정책으로 분류해왔다. 빈곤 청소년이란 빈곤가정 안에 포함된 구성원이고, 빈곤한 가정은 보통 가구주의 노동 가능 여부와 관련이있으므로 빈곤 청소년을 정책 이슈로 따로 다루기는 어렵다. 교육 정책 안에서 청소년을 다루려고 하면 청소년보다는 ‘학생‘이라는 정체성이 크기 때문에 정규교육이나 학습의 틀에서 바라보는 편향성이 생긴다. ‘학생‘이 아닌 ‘청소년‘을 독립적으로 다루려고 하면 학생이 아닌 청소년을 선별해서 낙인을 찍어버리는 문제가 생긴다. 학생인 청소년을 모두 포함해서 논의를 하려고 해도 ‘학생‘이라는 ‘신분‘의 구심력이 강해서 교육 정책과 중복되거나 독자성을 찾기 힘들다. 현재 청소년 복지정책이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거기에 빈곤한 환경에 처한 청소년 정책을 따로 고민한다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 P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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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나 지음 / 돌베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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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은, 특히 세대를 이어 빈곤이 대물림되는 문제는 사회 전반에서 구조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노동 가치보다 자산 가치가 훨씬 높은 불평등한 경제구조를 기반으로, 50퍼센트에 육박하는 나쁜 일자리가 임금 불평등을 형성하면, 경쟁과 선별 위주의 교육 제도가 계층 이동의사다리를 걷어차고, 부실하고 편협한 복지 제도가 안전망으로서의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는 데서 빈곤 대물림은 구조화되고 있다. -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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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나 지음 / 돌베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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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에 탈학교했던 청소년들은 20대가 되어 독립을 한다. 이들은 가정환경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빨리 독립해서 나오려고 한다. 그러려면 우선 정신적으로 원가족으로부터 독립해서 자신만의 가구를 형성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이 있어야 한다. 집을 마련하고 생계를 꾸려가고 미래를 계획하는 실천력이 있어야 한다. 여러 가지 경제문제를 해결하고 필요한 것에 돈을 지출하고 장기적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구상해야 한다. 하지만 탈학교 후 거리를 해매던 청소년들은 이러함 힘에 대한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한다. 대부분 생활은 무절제하고 전망과 계획은 전무하다. 10대 시절의 또래관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여러 가지 시시비비에 휘말린다.
이들은 10대 시절에 했던 아르바이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영위하기에는 너무 빠듯하다. 장기적인 비전을 위해 뭔가를 배우고 여가를 즐기고 저축을 할 정신적, 경제적 여유는 더욱 없다. 아동학대 사건이 이런 20대 부부들이 꾸린 가정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한다는 것은 다순히 우연이 아니다.

가족환경이 취약하기 때문에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사회체계가 매우 부실하다. 학교 밖 청소년이나 청년이 대상인 정책으로 자립 지원, 주거 지원, 생활지원 등이 있지만, 이들은 사회제도에 잘 접근하지 않기 때문에 지원체계를 이들과 연결시키는 일이 어렵다. 정책 자체가 빈곤층을 특화해서 정책 대상으로 상정하지 않았고 학교 밖 청소년들은 교육체계나 사회복지체계에 일괄적으로 등록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들을 발굴하고 지원책을 홍보해서 연계해주는 일이 시급하다.

가난한 가정의 학교 밖 청소년들은 과도기에 있으므로 충분한 돌봄과 관심을 받아야 하는 존재들이다. 성장기 내내 믿음과 애착을 주는 돌봄이 부족했다면, 그래서 가정과 학교 밖에서 방황했다면, 청년기에 그런 요구를 표현하면 받아줄 사회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과거의 잘못이나 과오, 실수에 대해 다시 한 번 도전할 수 있는 기회, 다시 힘을 내볼 수 있는 용기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할 역할이다.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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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
강지나 지음 / 돌베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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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좌충우돌하며 성장하고 어느덧 자신의 두 발로 서게 된다. 아이들이 충분히 ‘늙을 때까지’우리는 지지해주고 기회를 주고 기다려줘야 하는지도 모른다. 혜주에게는 갈등도 많았지만 곁에서 붙들어주는 할머니가 있었고, 멀리서 지켜봐주는 아빠가 있었고 끊임없이 지원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사회복지체계가 있었다. 내면이 약하고 시선이 두려웠던 혜주는 이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더 잘해보려고 부단히 노력중이다.

가난한 가정의 학교밖 청소년에 대한 낙인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고 학교를 중도 하차한 청소년들은 청년기에 독립과정에서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우선, 이들은 가조고 내에서 충분한 돌봄과 관여를 제공받지 못했고, 교육 제도 안에서 성공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자존감이 매우 낮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나중에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일들에 연루되거나 그런 또래들과 계속 어울린다.
청소년기에 또래관계는 중요하지만 자존감이 낮은 경우에 또래 관계는 훨씬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 자신에 대한 확실한 정체감이 형성되지 않았고 자신을 보호할 내면의 힘이 부족한 청소년들은 또래 관계에 쉽게 휩쓸리고 이는 대부분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아이들은 서로 싸우고 욕을 하면서도 그 무리에서 계속 놀거나 비슷한 무리를 전전하면서 어울린다. 낯선 사람들, 보통의 궤도를 걷는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에게서 오는 괴리감과 낙인감을 견디기 어려워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깊고 안정적인 관계를 맺기 힘들어한다.

낮은 자존감은 이전의 실패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전으로 나아가려는 시도에도 큰 질곡이 된다. 새로운 일에는 자신이 없고 끈기가 없으며 실패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학업에 다시 도전하거나 기술을 배우는 일에서 종종 실패를 경험하게 되고 이것은 다시 자존감을 낮추는 악순환을 만든다.
학교생활과 졸업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사회적 낙인감도 청소년들에게 크게 작용한다. 학교는 공식적인 사회체계를 첫 번째로 경험하는 곳인데 여기에서 얻은 좌절감과 실패감은 크고, 이때 받는 사회적 지탄과 부정적인 시선은 이들이 감당하기에 무겁다. 우리 사회는 학교교육체계에서 성공하는 것을 매우 중시하고 이를 능력의 절대적 잣대로 평가하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잡혀 있다. 탈학교하는 원인들은 매우 다양하고, 많은 부분이 학교체계가 가진 경쟁 문화, 배제와 따돌림을 방치하는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그 부정적인 영향은 고스란히 개별 청소년이 받게 된다. 우리 사회는 학교밖 청소년들을 ‘비행하고’ ‘일탈하는’ 아이들로 바라본다. 이런 인식은 이들을 학교체계로부터 더 멀어지게 하고 진짜 일탈하는 삶에 빠지게 한다. 학교에 복학하거나 학업을 마칠 기회를 다시 얻는 것은 이 청소년들에게 매우 힘든 일이다. 결국 부정적인 시선을 견뎌내기 위해 더 비슷한 또래들끼리 뭉치고 더 일탈적인 놀이만을 할 수밖에 없다.
자신을 믿고 기다려주는 지지체계가 빈약하고 학교밖 청소년에 대한 낙인감이 심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더욱 또래관계에 집착하고 거리를 헤매면서 놀이문화에 몰두한다. 대부분의 학교밖 청소년들은 범죄와 연루되어 있거나 큰 피해를 당할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집에 들어가거나 학교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훨씬 자유롭고 재미있는 생활이기 때문에 쉽게 빠져들고 헤어나오기가 힘들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학교밖 청소년들은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사회가 기피하는 성인이 되거나 일부는 범법자가 되기도 한다. -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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