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주의자 선언 - 공적 슬픔과 타인의 발견
최태현 지음 / 디플롯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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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은유는 《글쓰기의 최전선》에서 "약자는 달리 약자가 아니다. 자기 삶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갖지 못할 때 누구나 약자다"라고 말했습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가까운 사람들의 모임이 아닌 세속적인 (?) 회식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가장 적극적으로, 풍부한 언어로 말하는 이는 보통 누구인가요? 상대적으로 권력이 큰 이들입니다. 이들의 삶이 사람들의 관심거리인데다, 이들의 삶과 이들이 처한 상황을 묘사할 수 있는 수많은 표현이 이 사회 안에서 유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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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주의자 선언 - 공적 슬픔과 타인의 발견
최태현 지음 / 디플롯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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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의 삶에서도 타협해서는 안 되는 지점이 있는데, 바로 내면의 평화입니다. 이 평화가 깨지면 우리는 파괴되기 시작합니다. 지쳐가는 것입니다. 이 상태에 이르면 호구로서도 살 수 없어집니다. 예민해지고, 에너지가 빨리 바닥나고, 친절하고 싶지 않아집니다. 외부의 모든 자극이 너무 강하게 느껴집니다. 이 상태에서 태도가 달라지면 우리를 호구로 생각했던 이들은 놀랍니다. 그리고 불쾌해할 겁니다. 그러고서는 우리의 에너지를 더 소진시킬 행동을 택하겠지요.
이제는 흥해진 조언이지만 조금은 나를 위해 사는 시간이 남을 위해 사는 시간의 기초가 됩니다. - P75

타인을 지향하는 마음을 억지로 배양하는 것이 아니라, 언젠가는 타인을 지향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타인을 먼지처럼 보게 만들 극도의 권력과 쾌락을 좇는 삶에서 타인을 지향하기는 어렵겠지요. 타인이 발견되는 삶이어야 우리의 인지상정도 발현됩니다. 아울러 우리가 이타주의‘를 말할 때는 그것이 사상을 지향하는 것인지 사람을 지향하는 것인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사람이 아니라 사상에 충실한 행동으로서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 때, 이타주의는 교조화됩니다. 거기에는 사람이 아니라 사상을 실현할 대상이 있을 뿐입니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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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주의자 선언 - 공적 슬픔과 타인의 발견
최태현 지음 / 디플롯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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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란 그가 나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나에게 맞출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의전이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관계의 외피라면, 위에서 아래로 향하는 관계에는 배려의 부재로 나타나는 특유의 권력 감각이 있습니다. 바로 그렇게 해도 된다는 감각입닙니다.
누군가를 때려도 되고, 모욕해도 되고, 조롱해도 되고, 귀를 닫아도 되고, 무고해도 된다는 감각. 그의 자격을 떠나 그냥 그렇게 해도 된다는 이 감각의 원천은 권력 감각입니다. 나를 건드릴 수 없으며, 건드려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지금 보고 또 볼 일이 없을 것이며, 아니 처음부터 저 사람은 나의 세계에서 사물에 불과하다는 그 감각.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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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란 타인 안으로 들어가 그의 내면과 만나고, 영혼을 휜히 들여다보는 일이 아니라, 타인의 몸 바깥에 선 자신의 무지를 겸손하게 인정하고, 그 차이를 통렬하게 실감해나가는 과정일지 몰랐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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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주의자 선언 - 공적 슬픔과 타인의 발견
최태현 지음 / 디플롯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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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기에 단순한 우리의 행동 이면에는 복잡한 동기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단순히 딱 잘라서 이기적이거나 이타적으로 행동하지 않습니다. 여러 마음이 얽혀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마음은 각자의 경험, 시간의 흐름에 따른 성숙,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 빚어지고 발현됩니다. - P14

이 책은 우리 안의 이타적 마음에 대한 책입니다. 개인의 삶이 도대체 사람들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어디서 나아갈 수 있는지, 어디서 멈추게 되는지 질문하고 답을 구해나가는 경계에 선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 P15

진한 이타심은 발현되기 쉽지 않습니다. 사람이 착하고 아니고의 문제를 넘어서기 때문입니다. 우선 나의 행복과 겹치지 않는 타인만의 행복 영역을 잘 알기가 어렵습니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은 것입니다. - P26

경쟁을 통해 성장한(물론 성장의 동력이 경쟁만은 아니죠) 자기 자신에게 자긍심을 느끼기도 합니다. 경쟁은 때론 피곤한 일이지만 경쟁심 자체에는 미덕이 있습니다. 질투심은 경쟁심과 비슷하면서 결이 다른 마음입니다. 질투는 참 이상한 감정입니다. 질투에는 도무지 기쁨이라고는 없습니다. 그저 자기 자신을 파괴할 뿐이지요. 누군가에게 질투를 느낄 때 그 사람은 알고 있습니다. 자기가 그를 이길 수 없다는 걸, 그가 가진 덕성을 자신은 결코 가지지 못할 걸. 질투의 기저에 있는 이런 패배감을 가지고 그를 위해 이타적으로 행동하기는 참으로 어려울 것입니다. 가지지 못하면 파괴하는 것일까요? 질투와 권력이 결합하면 이제 지배욕이 됩니다.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는 감정이지요.
상대와 나의 위상을 가늠하는 이런 감정들의 반대편에는 어찌 보면 더 무서운 감정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바로 상대의 존재에 신경을 쓰지 않는 무심합니다. 그의 존재가 나에게 아무런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것입니다. 이기심에는 타인과 나, 두 가지 선택지가 있기에 어쨌든 타인이 존재합니다. 무심함에는 처음부터 타인이 없습니다.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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