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나르는 지하철 - 지하철 택배 할아버지가 전하는 '가슴 따뜻한 세상 이야기'
조용문 지음, 이경숙 그림 / 리스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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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사람들에게서 보고 듣게 되는 다양한 일상 이야기는 쉽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내가 살면서 숨쉬는 현실에서 실제 일어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년간 KBS2에서 방영된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라든가, SBS 파워FM 장수프로그램 《두시탈출 컬투쇼》와 같은 사연 이야기를 읽고 공유하는 프로그램이 많은 공감을 샀을 것이다.

‘아침편지’로 유명한 고도원 작가의 책 《고도원의 따뜻한 이야기 아흔아홉 가지》라든가,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상각 작가의 책 《108가지 따뜻한 이야기》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나는 대한민국의 만화가 김동화 화백이 집필한 《빨간 자전거》 만화책 시리즈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 책도 야화리라는 동네에서 자전거를 타고 우편물을 배달하는 집배원이 보고 겪는 여러 일상 속 따뜻한 이야기들을 다룬 만화이다.


이와 비슷한 스타일의 에세이책을 오랜만에 발견하였다. 그 책은 《꿈을 나르는 지하철》로, 지은이는 조용문 님이다. 이분은 전문 작가도, 문필가도, 문학 관계자도 아니다. 다름 아닌 ‘지하철 택배 할아버지’이다.


생각해보니 어떤 ‘직업군’에 속한 분들이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겪은 이야기들을 글로 풀어내어 책으로 엮은 경우가 꽤 있다. 예를 들어, 김완 님이 쓴 특수청소부의 이야기 《죽은 자의 집 청소》, 국내 1호 디지털장의사 김호진 님이 쓴 《디지털 장의사, 잊(히)고 싶은 기억을 지웁니다》, 청소일을 하고 그림을 그리며 N잡러로 살아가는 김예지 님이 쓴 《저 청소일 하는데요?》, 택시기사 서홍 님이 쓴 《길 위의 인생 – 나는 서울의 택시기사다》, 경비원 최훈 님이 쓴 《나는 아파트 경비원입니다》, 요양보호사 이은주 님이 쓴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 등 생각보다 많은 책들이 출간된 바 있다.


마찬가지로 이 책 《꿈을 나르는 지하철》은 지하철 택배일을 하는 할아버지 택배원이 전하는 ‘가슴 따뜻한 세상 이야기’가 우리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적셔준다.


조용문 작가 이력은 다음과 같다.


『‘지하철 택배 할아버지’로 알려진 파워블로거. 30년간 근무한 한국조폐공사를 퇴직한 후 노인 일자리 알선 프로그램을 통해 2010년부터 지하철 택배 일을 시작했다. 배송일을 하면서 경험한 일상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매일 블로그에 써나갔다. 그의 글을 읽고 공감해주는 사람들이 늘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비롯한 여러 방송에 출연하고, 프랑스와 일본의 다큐멘터리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렇듯 조용문 님은 2010년부터 지난 14년 간 지하철 택배일을 하면서 일상 속 사진을 찍기도 하고, 보고 듣고 느낀 내용을 ‘블로그’에 기록하였는데, 어느덧 공감하는 이웃이 늘어서 ‘파워블로거’가 되었고, 방송출연에 이어 책 출간을 하게 된 것이다.


조용문 작가는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이렇게 밝힌다.

‘이 책의 주인공은 길에서 만난 평범한 사람들이다. 만원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직장인,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거운 것도 마다 않고 이고 지고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리는 어머니, 자기 일처럼 발 벗고 나서서 남을 도와주는 시민들의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p5)


작가는 지하철 택배를 하면서 배송 속도가 느려 하루에 3건 정도만 소화한다고 하는데, 택배 초보시절을 지나 어느 정도 업무루틴화가 이루어지면서 점차 지하철 안팎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고 일을 하며 보고 겪은 경험담을 기록으로 남기다보니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 일이 언제부턴가 나의 소명이 되었다.’(p4)라고 밝혔듯 정녕 소명 의식을 가지고 이 일을 즐기는 것 같다.


첫 이야기로 택배 초보시절 겪은 〈할아버지 별꼴이에요〉 일화를 소개한다.

전화로 배송지를 파악하고 이동하였는데, 아무리 찾아도 ‘벨코리아’라는 상호가 눈에 띄지 않아서 마침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아이가 하는 말은 뜻밖이었다. “할아버지, 별꼴이에요.”(p14)

‘나는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길 하나 못 찾는 노인이 답답해서였을까…… 온갖 생각이 그 짧은 찰나에 머릿속을 스쳤다. 그러나 아이의 다음 말을 듣고서야 오해가 풀렸다.

“할아버지가 별꼴이 아니라 가게 이름이 ‘별.꼴.이.야.’라고요.”(p15)

전화로 소통하다 보니 비슷하게 들리는 말에 혼선이 생겨…… 당연히 ‘벨코리아’가 상호일 것으로 생각했던 나의 고정관념이 산산이 부서진 순간이었다.(p15)

지하철 택배원의 초보 시절 최고의 선생님은 그 아이다.(p16)




또 다른 에피소드 〈이름은 모르지만 동료입니다〉는 지하철 미화원과 인사를 주고받게 된 사연(p18-22)인데, 우리에게 작은 깨달음을 얹어준다.

흔히 지하철을 탈 때, 특히 비슷한 시간대에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이라면 항상 그 시각 지하철에서 일하는 근무자들(미화원, 공익근무요원, 역무원 등)을 마주칠 것이다. 친한 사이도 아니고 알고 지내는 사이도 아니지만, 매번 같은 얼굴을 마주치다보니 얼굴은 무척 낯이 익다. 그 분들께 알은척해보거나 가볍게라도 인사 한번 건네 본 적 있나? 모르긴 몰라도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수고 많으십니다.’, ‘덕분에 아침이 깨끗해졌네요?’ 등 인사 한 마디로도 하루의 시작이 무척 청명하지 않을까? 시작이 어렵지, 막상 물꼬가 터지기만 하면 매일 아침이 밝아질 것이다.


비슷한 에피소드로 〈시니어 핸드폰 일타 강사〉도 우리를 각성하게 해준다.

매일 마주치지만 얼굴은 익숙한 사람들과는 달리, 어느날 전혀 모르는 사람이 길 안내 등 도움을 청할 때가 있다. 모르는 척 지나친다고 해도 어쩔 수는 없지만, 작은 관심을 가져본다면 어떨까? 내가 아는 것이라면 도움이 되어보자. 이 또한 우리의 하루를 청명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일화는, 배려나 도움의 관점뿐만 아니라 ‘늦은 나이라도 배움은 있다. 부끄러울 것 없다.’는 관점으로도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휴대폰 문자메시지 하나 보내지 못했던 한 노인에게 작가가 차근차근 시범을 보이며 사용법을 알려 주었다는 일화인데,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처럼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누군가 직접 가르쳐주지 않으면 새로운 것들을 배울 수가 없다. 그래서 공원이나 대합실에 앉아서 내 또래들을 만나면 적극적으로 핸드폰 사용법을 가르쳐준다.”(p32)

‘어린이든 노인이든 끊임없이 배우려는 태도는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든 날개를 달 기회를 만들어 줄 것이다.’(p33)


이 외에도 하루도 어김없이 자기 몫의 삶을 성실히 살아낸 〈강남역 껌 파는 할머니〉(p44) 이야기, 무더운 여름날 택배를 전하는 아파트 세대 앞에 놓인 아이스박스에 ‘택배원분들 더운 날씨에 수고 많으십니다. 시원한 물이나 간식 챙겨 가세요.’라고 적혀있던 문구에서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친절’을 몸소 경험했던 이야기(p64), 코로나 시즌 때 공모전 대상 상패를 택배로 전달 받게 된 수령인과 그 친구들에게서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이 시대의 올바른 소통법”(p143)임을 깨닫게 된 사연, 〈서울역, 고향 가는 길〉(p178)에서 미스터리한 청년과의 만남과 진심어린 대화,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에 쓰인 시 〈엄마의 인생 예보〉를 보고 눈물이 났다는 젊은 여성 이야기(p212), 종로3가역 추억의 풀빵 이야기(p184), 당산역에서 발생한 배송 중 택배물품 분실사건(p120) 등을 비롯한 총 37편의 이야기들이 내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주었다.




이 책 속에서 내 마음에 와 닿는 문구를 소개해본다.


‘살아온 세월이 깊을수록 눈에 보이는 것들이 많은 법이다. 자식을 낳으면 부모를 이해하게 되고 손주가 태어나면 더 큰 사랑이 이해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생의 모습이 아닐지. 겪어보기 전까지 모르는 것투성이라는 사실이 하나의 깨달음처럼 다가오지만, 배우고 이해하는 데 늦을 때란 없다. 깨닫고 나서도 하지 않는다면 후회만 남는다.’(p55) - 〈내 자식 같은 남의 자식〉편


‘길 위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 중에서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어머니다. 자식에 대한 사랑으로 자신의 모든 걸 대가 없이 내주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어머니의 사랑이 더 크게 와 닿는다. 기억 속 그리운 어머니처럼 나이 들어 비로소 내가 받고 자란 사랑의 크기가 온전히 느껴진다.’(p83) -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편


“오늘 하루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희 열차의 왼편으로 한강에 예쁜 노을이 물들었습니다. 근심과 걱정은 지하철에 두고 내리시고, 지금 보이는 자연의 예쁜 풍경만 가져가시길 바랍니다.”(p203) - 〈아름다운 한강을 만나는 행운〉편, 당산철교를 지나는 순간 울려 퍼진 기관사의 안내방송


‘역시 글은 지은이가 누구인지, 작가가 유명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읽는 사람에게 공감이 되는 게 가장 좋은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p216) - 〈남몰래 흐르는 눈물〉편


지금 마음속이 아프거나 차갑다면, 혹시 이 사회는 삭막하다는 생각이 엄습한다면, 이 책 《꿈을 나르는 지하철》은 약이 되고 온기가 되어 당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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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어사 2 - 각성
설민석.원더스 지음 / 단꿈아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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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대왕과 무사 백동수, 그리고 요괴어사대 대원들이 뭉쳐 요괴들과 결전을 벌인다!
설민석 역사강사가 펼치는 신개념의 K-역사판타지 장편소설.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들과 역사적 사실들에 판타지 요소들이 자연스레 결합되어 있어서, 왠지 그 시대 요괴어사대가 존재했을 것만 같은 생각마져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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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어사 2 - 각성
설민석.원더스 지음 / 단꿈아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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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어사2-각성》이란 책에 관심이 갔다. 작가가 뜻밖에도 ‘설민석’이었기 때문이다. 역사를 강의하는 그 설민석이 소설을 써? 그래서 ‘역사 소설’이겠거니 했는데, 놀랍게도 ‘역사 판타지 소설’이다.


소설의 역사적 배경은 조선 정조 시대이다. 책 표지에 “만백성을 보살피려는 정조대왕, 뜻을 함께하는 어사대의 활약!”이라고 쓰여 있어서, 왠지 정조의 친위대 중 하나로 ‘어사대’가 창설되었고 그들의 활약상이 전개되는 소설인가 싶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가 알고 있는 정조의 친위대는 ‘장용영’이다. 그리고 찾아보니 ‘어사대’라는 것은 고려 시대에 있던 감찰기구의 명칭이라고 한다.


이에 대한 의구심은 소설을 읽다가 바로 알게 되었다. 정식 명칭은 ‘요괴어사대’이고 그들의 본거지는 목멱 기지이다. ‘목멱’은 목멱산, 즉 지금의 남산이다. 조선 시대 태조가 한양을 도읍으로 정하였을 때 남산은 풍수지리설상으로 안산(案山) 겸 주작(朱雀)에 해당되는 중요한 산이었고, 그로 인해 성신(星辰)에게 지내는 제사인 초제(醮祭)를 지내던 국사당(國師堂)이 남산에 있었다.


《요괴어사2-각성》의 공간적 배경으로 목멱산 국사당이 있고, 소설 속 인물로 국무당(國巫堂)이 나온다. 여기에 더하여 정조, 무사 백동수 등 실존했던 인물이 등장한다. 특히 백동수는 정조 친위대인 장용영의 장교로 있을 때 이덕무, 박제가와 함께 군사 무예 훈련서인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를 정조의 어명으로 편찬(p228)한 인물로, 《요괴어사2-각성》 속 인물 중 정조와 더불어 요괴어사대를 창설하고 훈련하며 성장시키는 중심적 인물로 나온다.




이 소설은 실존 인물과 역사적 배경을 기반으로, 전혀 뜻밖의 소재가 결합되었다. 바로 ‘요괴 퇴치’이다.

이 책을 소개하는 글로 아래와 같은 문구가 있다.

“망자천도(亡者薦度)를 꿈꾸는 임금, 정조. 그리고 그 뜻을 이루기 위해 결성된 조직, 요괴어사대! 그들의 특별한 여정.”(표3)

또한 소설 본문 중에도 ‘무령이 이토록 흐느끼는 것은 달빛 아래 이루어졌던 요괴어사대의 창단식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달이 곳곳에 흐르는 모든 물을 비추듯, 정조는 조선에서 나고 죽은 백성을 돌보고자 했다.’(p39)라는 문구가 있다.

이처럼 《요괴어사2-각성》은, 스스로를 ‘군사(君師)’로 자처하면서 갖가지 개혁 정책 및 탕평을 통한 대통합을 추진하여 백성들의 생업이 편안해지고 질서가 잡힌 세계를 꿈꾸었던 정조의 이상(理想)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망자천도까지 상상력을 넓힌 것이다!


요괴어사대의 리더 ‘백원’이 요괴 만인사(萬人蛇)와의 결전에서 부상을 입고 전투력과 무기인 청룡언월도를 모두 상실해 버렸다.(p217) 그때 정조는 사도세자가 남긴 비기(祕記)를 백원에게 건내며 “백원아. 이제는 과인뿐 아니라, 하늘의 달과 별, 신수와 짐승까지 모든 만물을 네 스승으로 모시거라.”(p228)라는 말을 남겼다.

이 책은 백원에게 매우 익숙한 《무예도보통지》였는데, 이 책을 수없이 읽으며 무예에 전념하던 어느날 배접지가 벌어졌고, 우연히 그 속에 적힌 글을 발견하여 일일이 배접지를 다 떼어내어 확인해보니 사도세자가 남긴 《무예신보(武藝神譜)》였다.




이 책에 사도세자가 직접 쓴 서문이 있다.

「………절절하게 맺힌 한과 설움으로 구천을 맴돌고 있는 백성들이 너무 불쌍하여 견딜 수 없었다………. 훗날 사악한 것들에 맞서 싸우는 이들에게 나의 병법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다해 이 책에 담는다. 부디 익히고 닦기를 쉬지 않고 노력할지어다.」(p234)


‘훗날을 내다보신 거였어! … 죽은 요괴들을 대비하기 위한 《무예신보》. 행여나 남들 눈에 띌까, 전하께서 이 비급(祕笈)을 배접지로 만들어 교묘하게 감춰 보관하셨던 거로구나….’(p235)

백원은 이 모든 것을 깨닫게 되고, 이 비급의 내용을 익혀나갔다. 종국에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에 올랐다.


이상(以上)과 같은 제 5부 '백원' 편에 등장하는 백원의 각성 이야기처럼, 《요괴어사2-각성》에는 요괴어사대로 모여들게 된 비형랑(鼻荊郞)의 후손들인 ‘무령’, ‘벼리’, ‘광탈’, 그리고 요괴를 퇴치한다는 뜻이 맞아 요괴어사대에 합류한 ‘요괴를 심판하는 천계의 신수(神獸)’인 ‘해치(獬豸)’에 얽힌 뒷이야기와 각성, 그리고 새로운 요괴들과의 결전 내용이 펼쳐진다.




제 1부 '무령의 재판' 편에서 무령이 당했던 치욕스러운 사건과 요괴가 되어 나타난 홍련으로 인하여 무령이 재판에 얽혀든 이야기, 재판 과정에서 무령의 죄상을 두고 증언하고 변호하는 과정에서 엎치락 뒤치락하는 상황 묘사가 매우 흥미진진하다.

해치가 재판장이 되어 열린 재판 과정에서 무령이 언제부터 염력을 사용하게 되었고 신기가 생겼는지가 나오고, 어사대에 들어간 후부터 결계를 쳐서 공간을 분리하여 그 사이를 이동하게 되고, 무기로 사용하는 금줄은 추후 목멱 기지에 들어와서 국무당에게 신공을 배운 후부터였음이 드러난다.(p23-25)


제 2부 '인신공양' 편에서 요괴 만인사가 등장하고, 전 이조판서 서지원과 그 가족에 얽힌 사건이 발생한다. 서지원은 청렴하고 올곧은 사람으로 평판이 좋았으나, 인삼 무역 관련 뇌물 사건으로 귀향살이 중이다. 부인 박정임은 집안에 만인사 사당을 두고 인신공양(人身供養)을 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만인사 인신공양 사건의 피해자는 거지, 백정, 약초꾼, 보부상 등 주로 신분이 낮은 자들이었는데, 벼리의 아버지인 유해득도 끼어 있었다.


제 3부 '광탈' 편에서 광탈이 만인사에게 당하여 혼이 육신에서 떨어져 나와 만인사에 삼켜졌는데, 이때 광탈이 부모에게 버려지고 남사당패에서 혼나면서 광대짓을 했어야 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 사이 다른 어사대 대원들이 만인사와 결전을 벌이고, 끝내는 해치가 정조에게서 받은 여의주를 사용하여 만인사를 소멸시킨다.


제 4부 '송장벌레' 편에서 광탈의 부모와 벼리의 아버지에 대한 진실이 등장하고, 제 6부 '불가사리' 편에서 1,000년 전 수라(修羅)에게 잃은 해치의 잘려나간 뿔의 행방, 백원의 형이 죽게 된 사연, 요괴 불가사리의 사연 등이 나온다. 그리고 제 7부 '해치의 뿔' 편에서 해치가 각성하게 되고,  제 8부 '수라', 제 9부 '인당수'로 이어지며 이 다음에 나올 《요괴어사3》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이 책 《요괴어사2-각성》에서 몇 가지 특장점이 눈에 띈다.


첫째, 역사를 전공한 한국사 강사가 저술한, K-역사 판타지 소설이다.

한동안 한국 드라마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던 적이 있다. 바로 역사 판타지 드라마이다. 킹덤, 구가의 서, 태왕사신기 등을 비롯한 작품들이다. 소설류, 웹툰 등도 한 축이다. 이들과 《요괴어사2-각성》의 차이점은, 글쓴이의 정체이다. 여타 작품은 드라마 작가, 소설 작가, 웹툰 작가가 창조한 작품들인데, 《요괴어사2-각성》은 한국사 강사인 ‘설민석’과 작가 ‘원더스’가 공저로 만들어 낸 K-역사 판타지 장편소설이다.




둘째, 역사적 사실과 인물이 사실적 개연성을 더해준다.

정조, 무사 백동수, 사도세자, 국무당 등 실존 인물과 사도세자사건, 《무예도보통지》의 존재, 정조 시대를 살았던 이덕무와 박제가의 이름, 신성시했던 목멱산 등이 사실성을 더하여, 이 소설이 판타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요괴어사대가 있었을 거 같다.’는 개연성마저 들게 한다.


셋째, 소설 속 다양한 이야기들이 다중적으로 전개된다.

우선 큰 줄기는 정조가 창단한 요괴어사대의 활동상이다. 다양한 요괴의 출현으로 사건이 발생하면 요괴어사대가 대항하여 결전을 벌이고 해결한다.

그 사이사이에 정조와 요괴어사대 대원들에 얽힌 각자의 이야기들-벼리와 부친 유해득, 무령의 과거, 백원의 어린 시절, 광탈의 지난한 과거와 부모에 얽힌 사연-이 지속적으로 깔려 있다.

그 와중에 매 이야기마다 새로 등장하는 조연급 인물과 요괴들에 얽힌 이야기들도 펼쳐지면서, 《요괴어사2-각성》은 다양한 이야기들이 그물망처럼 얽혀 있으면서도 이야기 전개는 마치 밀도차가 있는 액체들이 섞여 흐르는 듯하다.




넷째, 이야기 짜임새의 밀도가 높다.

예를 들어, 광탈의 혼이 만인사에 먹혔을 때 지난날 남사당패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꼭두쇠와 자신을 보듬던 용석이 광탈 앞에 환영으로 나타났다. 꼭두쇠는 용석을 가리키며 웅얼거렸다. “쟤가 제일 무서워하는 게 뭔 줄 알아? 나? 아니거든. 저놈이 제일 무서워하는 건, 광탈이 네가 진실을 알게 되는 거야. 그거 때문에 평생 전전긍긍하며 살았지.”(p131)

여기에서 광탈에 얽힌 복선이 등장한다.

이후 광탈이 만인사에 홀려 거의 실신할 무렵에 해치가 참고 참았던 천기를 누설해 버렸다. “요괴가 지껄이는 헛소리에 넘어가지 마라. 너를 낳아 준 진짜 부모는 목숨뿐 아니라 혼까지 걸고 너를 찾아다녔어!”(p151)

여기에서 2차 복선이 등장한다.

그리고 페이지 193~195에 걸쳐 광탈의 출생과 남사당패에 가게 된 진실이 드러난다.


다섯째, 다양한 요괴들이 출현하여 흥미를 더한다.

《요괴어사2-각성》에 출현하거나 이름이 거론된 요괴를 나열하면, 요괴 홍련, 만인사, 수라, 강철이(強鐵이), 길달(吉達), 장자마리, 불가사리, 토어(土魚), 원귀 심청, 신수 귀수산(龜首山) 등 다양한데, 작가가 창조해낸 것들이 아니라 실제 우리 역사 기록이나 문헌 등에 등장하는 이름들이라는 게 놀라웠다.




여섯째, 역사 판타지 소설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상당한 판타지 요소들이 가미되어 있다.

애초에 요괴들의 출몰부터 판타지이고, 그들과의 결투 과정, 이들에 대항하는 요괴어사대의 존재와 그들의 능력, 각성 등 또한 판타지 요소들로 가득하다.

백원의 경우를 한 예로 들어보면, 실의에 빠진 백원이 정조가 하사한 《무예신보》의 내용을 익히면서 수련하는 과정에서 더욱 강해져, 청룡언월도를 들어 올려 땅을 내리 쳤을 때 ‘굉음과 함께 천지가 흔들렸(고) …… 날카로운 번개가 지나간 것처럼 거대한 연무장 바닥은 두 동강이 나 있었(다).’(p240-241)

그리고 이 과정에서 오랜 잠을 자던 불가사리를 깨워낸 연유로 불가사리가 백원을 시험에 들게 하였으나, 이 모든 시험을 이겨낸 백원에게 “불가사리, 귀인을 뵈옵니다. 알아뵙지 못하고 시험하려 했던 점, 용서해 주시길 비나이다.”(p284)라고 말하고는 불가사리 스스로 백원의 내면으로 흡수되었다. 그후 백원의 몸은 불가사리의 힘으로 강철갑옷이 감싸는 신통력이 발휘된다. 이는 판타지 요소로써 인물의 능력치 향상과 더불어 이를 통한 극적 재미를 한층 끌어올려준다.




일곱째, 이 책을 읽다보면 우리가 깨달음을 얻게 되는 구간 구간들이 박혀 있다.

한 예를 들면, 페이지 7~186에 걸쳐 조연급 인물로 등장하는 전 이조판서 서지원이란 인물을 통해 권세 있는 일부 양반네의 파렴치함을 여실히 드러냄으로써 우리에게 깨달음을 얻게 해준다.

‘그(서지원)가 딸(무령)을 버린 것도 모자라, 딸을 해친 자의 허물을 덮는 파렴치한이었다니.’(p75)

‘집은 한눈에 봐도 -임금이 사는 궁궐보다 조금 작은 정도로- 거대했다. “이런 집에 살면서 청렴결백? 웃기시네.” 서지원은 선비라 일컫는 자들의 실체라 할 수 있었다. ……… 입으로는 청렴하다 말하지만, 고리대금으로 백성들의 피 같은 돈을 빨아먹었다. 안빈낙도(安貧樂道)를 좇는다지만, 실상은 노비를 부리고 소작농이 애쓴 수확을 긁어 갔다. 간혹 흉년이 들면 곳간을 푸는 부자도 있었지만, 그중 단 한 톨도 그들이 키운 건 없었다. 분명 선행은 맞지만, 이는 다음 수확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p91-92)

‘어명으로 장 20대를 맞고 무기한 유배형에 처해진 서지원 부자는 무인도에 유배당했다. 석 달 먹을 곡식 자루에는 겨만 날리고 벌레 먹은 곡식이다. 이를 보고 서지원은 흉년에 양민들에게 꿔 준 곡식이 딱 이랬다는 게 떠올라 자업자득(自業自得)인가 싶었다.’(p181-183)




나는 K-역사 판타지 장편소설인 《요괴어사》시리즈 중에서 제 1권을 읽지 않은 채로 제 2권인 《요괴어사2-각성》(2023.12.18.발행)을 읽었는데, 상당한 몰입감을 느꼈다. 흥미로운 소재와 개연성, 짜임새가 한 몫을 한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소설 속 다양한 이야기들이 다중적으로 전개’된다는 특징 덕분인지 제 1권에 해당하는 《요괴어사1-지옥에서 온 심판자》(2023.04.24.발행)를 읽지 않았음에도, 정조의 뜻으로 비형랑의 후손들을 찾아다녔고 각각의 사연이 있는 이들이 요괴어사대로 모였으며, 요괴 강철이 사건에 이어 요괴가 된 홍련과 얽힌 연리도(蓮鯉圖)를 이용한 살인사건 등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다음에 발행될 《요괴어사3》은 원귀가 된 심청과 얽힌 사건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것이 예상되는데, 과연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까 무척 궁금하다.


뿐만 아니라, 해치는 이후 어떤 활약을 펼칠 것인가. 요괴들의 수장 격인 수라와 그 무리들은 어떤 식으로 세상을 어지럽힐 것이며, 정조와 요괴어사대는 이에 어떻게 대응하며 활약할 것인가. 또 어떤 새로운 요괴가 등장할 것인가. 또 어떤 비기나 비밀 등이 드러날까. 너무도 많은 호기심이 증폭된다.


K-역사 판타지 장편소설 시리즈 《요괴어사》의 다음 권이 두구두구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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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모멘트 - 우주 감각을 깨우는 천문학 공부
일본과학정보 지음, 류두진 옮김, 와타나베 준이치 외 감수 / 로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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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 수준에 딱 맞는 책 <우주 모멘트>.
우주에 관심이 있었으나 알맞은 책을 선택하지 못했던 독자들이나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제대로 충족하지 못했던 독자들에게, 이 책은 새로운 해결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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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모멘트 - 우주 감각을 깨우는 천문학 공부
일본과학정보 지음, 류두진 옮김, 와타나베 준이치 외 감수 / 로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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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취미 중에 하나는, 유튜브를 보는 것이다. 여러 가지 잡다한 영상 시청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역사, 음악, 스토리영상, 미스터리, 우주 등에 관한 영상을 시청한다. 특히 ‘우주’ 관련 시청 영상으로는 ‘우주의 발견’, ‘우주먼지 현자타임즈’, ‘우주아저씨’ 등이 있다.

내가 과학자도 아니고 우주탐사 관계자도 아니기에 우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우주를 알지 못한다는 이유 때문에 우주 관련 영상을 시청하는 것은 아니다. 그 계기가 있었다.

아이 유치원 무렵에 우연히 우주 관련 어린이용 책자를 아이에게 사 준 적이 있었는데, 그게 최초 계기였다. 아이가 “이건 뭐에요. 저건 뭐에요.”라면서 손가락으로 짚으며 물어보는데... 어린이 특징이 ‘질문에 질문이 꼬리를 무는 것’이다. 나는 아이의 질문에 다행히 아는 것은 답을 했지만 모르는 것은 도통 모르겠더라. 그래서 인근 도서관에서 우주 관련 책들을 읽었고 아이에게 답을 주곤 했다. 당시는 어린이 질문 수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함이어서, 어려워 보이는 개념들은 넘기면서 책을 보았기에 그럭저럭 우주 관련 공부(?)를 할 만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우주 관련 영상들을 접하게 되었다. 나름 고퀄리티 그래픽 영상이어서 볼 만했다. 그러면서 서서히 우주 영상에 빠져들었다.


이것저것 우주 관련 내용들을 시청하다보니, 어느 순간 우주에 관한 내용들이 매우 다채롭다고 느껴졌다. 그런 와중에 도서관에 들렀다가 호기심에 우주 관련 책을 찾아보았는데, 선뜻 책 한 권을 선택하기가 어려웠다. 왜냐하면 우주 관련 각각의 분야별로 세부적 주제를 다루다보니 책들이 매우 광범위적으로 방대했다. 막상 책을 골라 읽다보면 모르는 용어나 잘 이해되지 않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어서, 읽어 내려가기가 쉽지 않았다. 한 마디로 ‘질리게 한다’고나 할까? 그 외에 어린이에게 맞도록 쉽게 편집되어 나온 책들이 주류여서, 내가 읽기에는 적당하지 않았다. 그날 도서관에서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책 한 권으로 우주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일반인 수준에서 손쉽게 읽을 만한 건 없나?”


그런데 이번에 출간된 이 책 <우주 모멘트>는, 우주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있는 청소년 및 성인들을 위한 마침맞은 책이 아닐까 싶다. 왜냐 하면, 책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우주에 관한 거의 모든 질문의 답을 풀어나가다.’(p20)


이 책의 한국어판을 감수한 ‘황정아’ 박사(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의 말이다. 덧붙여 “(이 책은) 읽기 시작하기가 무섭게 금세 포기하게 만들어버리는 과학책이 아니라 친절하고 알기 쉽게, 이야기하듯 술술 풀어나가고 있다. 우주의 시작과 끝, 지구와 인류의 시작에 대한 저자의 꼬리를 무는 질문과 답이 우주를 이해하는 데 디딤돌이 되는 기초 원리들을 매우 흥미진진하게 전개하고 있다.”(p21)라고 황정아 박사는 평하였다.




과연 그럴까? 막상 읽어보니, 실제로 그렇다!


차례 목록만 보아도 감이 올 것이다.


1장. 우주란 무엇인가

2장. 별이야기

3장. 에너지

4장. 지구와 인류

5장. 우주 이동 수단

6장. 우주 최대의 수수께끼

7장. 외계인


이 책은 우주의 탄생, 우주의 종말 예측, 우주이론 등 ‘우주’에 대한 큰 이야기를 시작으로, 우주 속 다양한 별들과 태양계를 알아보고, 우주에 존재하는 에너지들과 블랙홀, 암흑물질의 정체를 파헤치며, 우리가 사는 지구, 생명체의 탄생, 태양의 일생을 살피고, 우주 관련 이슈, 이동수단도 들춰보고는, 마지막으로 외계 생명체의 존재와 문명의 진화까지 짚고 넘어간다.

분명 우주와 관련하여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방대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모든 내용이 단 한 권에 담겨져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주 시대의 시간 개념을 어느 정도 감잡을 수 있었다. 138억 년 전에 빅뱅(p33)이 있었고, 46억 년 전 태양 및 행성의 탄생(p191), 45억 5,000만 년 전 원시지구와 또 다른 원시행성(일명, 테이아Theia) 간의 충돌로 달이 생겨났다는 이야기(p174), 36~38억 년 전 지구 생명 탄생(p181), 22억 년 전 우리은하와 소형 은하와의 충돌로 인한 영향(p178), 2억 2,500만 년 전 공룡의 시대(p179), 6,500만 년 전 운석 충돌(일명, 유카탄 반도 칙술루브 충돌구Chicxulub crater)로 인한 영향(p184), 700만 년 전 인류 탄생의 분기점(p185) 등 시간대 흐름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는 약 465억 광년 크기(p38)라는 것, 우주 최소단위 ‘소립자’와 현재까지 밝혀진 소립자 종류(p41), 왜 ‘끈이론’이 등장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p43), ‘암흑물질’의 발견에 대한 뒷이야기(p47), ‘우주종말’에 관한 4가지 가설(p49), ‘중성자별’의 정체(p82), ‘쿼크’에 대한 상세 내용(p93), 우주에 존재하는 ‘에너지’에 대한 이해(p122), 현대물리학에서 아인슈타인의 위상을 할 수 있는 이야기(p136), 빛의 입자성과 파동성(p145), ‘초신성 폭발’은 1초에 1회 정도 발생한다는 사실(p161), ‘우주쓰레기’와 ‘케슬러증후군’(p215), 우주여행의 문제점과 그 대안으로써의 ‘우주엘리베이터’(p221), X선천문학의 발달과 그로 인한 영향(p243) 등 전혀 몰랐던 새로운 내용들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 책 속에는, 여타 과학책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우주에 관한 전반적인 이론들과 용어들(만유인력, 일반상대성이론, 특수상대성이론, 빅뱅, 양자역학, 암흑에너지, 끈이론, 중력, 강력, 약력, 전자기력, 적색편이, 빛의 정체, 웜홀, X선과 블랙홀, 소립자, 중성미자, 쿼크, 엑시온, 우주쓰레기, 우주엘리베이터 등)이 등장한다. 그런데, 우주 이론들과 용어들뿐만 아니라 우주과학의 역사적 소략 내용과 뒷이야기들, 각각 이론들 간의 비교 관련 내용 등까지 이 책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흔히 과학 관련 도서 속에 등장하기 마련인 ‘각주’, ‘참고문헌’, ‘학구적 혹은 현학적 서술’, ‘수식 또는 방정식’ 등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대신에 중요한 포인트들을 내용 중간 중간에 파란색 텍스트로 표현해 놓았다.


또한 이 책을 읽다보면 생전 처음 보는 이미지들이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중력과 인력 비교 그림’(p26), ‘빅뱅 이후 시간의 경과 흐름도’(p32), ‘전자기파의 종류 도표’(p59), ‘별의 생애 그림’(p74), ‘대질량 항성의 생애-단계별 흐름도’(p84), ‘쿼크, 기묘물질 그림’(p95,97), ‘소립자의 계층구조도’(p153), ‘중성미자-α붕괴,β붕괴’(p159), ‘생명의 진화 흐름도’(p183), ‘우주궤도엘리베이터 건설 후보지 지도’(p223), ‘은하 회전곡선의 예측값과 관측값 그래프’(p264) 등이다. 그런데 막상 삽입된 이미지들을 쳐다보면서 서술된 본 내용을 읽다보면 이해가 잘 된다. 이렇듯 이 책 속에는 일반인 수준에서 이해를 돕는 도표나 그림, 사진 등 최신의 이미지들이 풍부하게 담겨져 있다!


이 책의 결정적인 특장점은 따로 있다. 보통 우주 천문과학 관련 책들이 학문적 내용들을 다소 현학적으로 서술하는 우를 범하는 경우들이 흔히 있더라. 그래서 읽는 사람을 질리게 만들곤 한다. 그런데 이 책은 우주 관련 방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 속의 모든 내용을 일반인 수준에서 이해되기 쉽게 일일이 다 풀어서 서술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에세이를 읽듯이 그냥 읽어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우주 모멘트>를 한참 읽다가 문득 느낀 점이 있었다. 나만 느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나는 글을 읽고 있는 것인데, 왠지 모르게 ‘누군가 잔잔한 음성으로 읽어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유하자면, 마치 KBS 시사교양다큐 ‘동물의 왕국’을 동시자막으로 보면서 내레이션을 듣고 있다는 느낌?



알고 보니, ‘일본과학정보’라는 이름의 책 저자는 ‘고고쇼고’(gogoshogo)라는 닉네임으로 우주 천문학 관련 콘텐츠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일본의 유튜버이다. 즉 ‘일본과학정보’는 유튜버 ‘고고쇼고’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 것. 궁금해서 ‘gogoshogo’의 유튜브 채널을 들어가 봤는데, 상당히 다양한 우주 관련 영상들이 풍부하게 올라와 있었고 잔잔한 해설도 인상적이었다.(번역 자막 서비스가 있으니, 한국어 번역 자막을 활용하면 좋다.)


저자 스스로도 “우주와 물리학에 얽힌 수수께끼나 궁금증을 ‘어려운 수식 없이’ 해설하는 동영상을 올리고 있습니다.”(p18)라고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 일반 채널 구독자를 대상으로 ‘어려운 수식 없이’ 우주 관련 최신 정보를 영상과 내레이션으로 풀어내려면, 자료 수집 시간을 충분히 갖고 해설 내용을 집필하고 영상을 편집해야 하는 각고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도 밝히고 있다.


“실제로 ‘어려운 수식 없이’ 해설하는 일은 쉽지 않아서 다른 유튜버분들과는 달리 동영상을 자주 올리지는 못합니다. 사전 조사나 자료 수집 시간을 제대로 확보한 다음에 대략 한 달에 영상 한 개를 업로드하고 있습니다.”(p18)


그리고 이번에 그동안 업로드 했던 동영상 내용을 정리하여 <우주 모멘트>라는 책으로 출간하게 된 것이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분명 저자가 유튜브를 제작하기 위해 시간을 두고 충실하게 노력한 것처럼, <우주 모멘트>도 그에 못지않게 서술내용과 주제, 구성 등이 충실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이 책의 일본어판 내용 감수는 일본 국립천문대 부대장과 종합연구대학원대학 교수를 역임하고 있는 ‘와타나베 준이치’가 하였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어판 감수는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있는 ‘황정아’ 박사가 맡았다. 그만큼 이 책의 내용의 과학적인 면에 있어서도 신뢰감이 갈 수밖에 없다.


이제 너무 어렵고 방대하기만 했던 우주천문과학책 대신, 어린이 맞춤으로 쉽게 편집된 어린이용 우주과학책 대신, 우리 일반인 수준에 딱 맞는 책 <우주 모멘트>가 있다! 우주에 관심이 있었으나 알맞은 책을 선택하지 못했던 독자들이나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제대로 충족하지 못했던 독자들에게, 이 책은 새로운 해결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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