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모멘트 - 우주 감각을 깨우는 천문학 공부
일본과학정보 지음, 류두진 옮김, 와타나베 준이치 외 감수 / 로북 / 2023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취미 중에 하나는, 유튜브를 보는 것이다. 여러 가지 잡다한 영상 시청을 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역사, 음악, 스토리영상, 미스터리, 우주 등에 관한 영상을 시청한다. 특히 ‘우주’ 관련 시청 영상으로는 ‘우주의 발견’, ‘우주먼지 현자타임즈’, ‘우주아저씨’ 등이 있다.

내가 과학자도 아니고 우주탐사 관계자도 아니기에 우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우주를 알지 못한다는 이유 때문에 우주 관련 영상을 시청하는 것은 아니다. 그 계기가 있었다.

아이 유치원 무렵에 우연히 우주 관련 어린이용 책자를 아이에게 사 준 적이 있었는데, 그게 최초 계기였다. 아이가 “이건 뭐에요. 저건 뭐에요.”라면서 손가락으로 짚으며 물어보는데... 어린이 특징이 ‘질문에 질문이 꼬리를 무는 것’이다. 나는 아이의 질문에 다행히 아는 것은 답을 했지만 모르는 것은 도통 모르겠더라. 그래서 인근 도서관에서 우주 관련 책들을 읽었고 아이에게 답을 주곤 했다. 당시는 어린이 질문 수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함이어서, 어려워 보이는 개념들은 넘기면서 책을 보았기에 그럭저럭 우주 관련 공부(?)를 할 만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우주 관련 영상들을 접하게 되었다. 나름 고퀄리티 그래픽 영상이어서 볼 만했다. 그러면서 서서히 우주 영상에 빠져들었다.


이것저것 우주 관련 내용들을 시청하다보니, 어느 순간 우주에 관한 내용들이 매우 다채롭다고 느껴졌다. 그런 와중에 도서관에 들렀다가 호기심에 우주 관련 책을 찾아보았는데, 선뜻 책 한 권을 선택하기가 어려웠다. 왜냐하면 우주 관련 각각의 분야별로 세부적 주제를 다루다보니 책들이 매우 광범위적으로 방대했다. 막상 책을 골라 읽다보면 모르는 용어나 잘 이해되지 않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어서, 읽어 내려가기가 쉽지 않았다. 한 마디로 ‘질리게 한다’고나 할까? 그 외에 어린이에게 맞도록 쉽게 편집되어 나온 책들이 주류여서, 내가 읽기에는 적당하지 않았다. 그날 도서관에서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책 한 권으로 우주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일반인 수준에서 손쉽게 읽을 만한 건 없나?”


그런데 이번에 출간된 이 책 <우주 모멘트>는, 우주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있는 청소년 및 성인들을 위한 마침맞은 책이 아닐까 싶다. 왜냐 하면, 책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우주에 관한 거의 모든 질문의 답을 풀어나가다.’(p20)


이 책의 한국어판을 감수한 ‘황정아’ 박사(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의 말이다. 덧붙여 “(이 책은) 읽기 시작하기가 무섭게 금세 포기하게 만들어버리는 과학책이 아니라 친절하고 알기 쉽게, 이야기하듯 술술 풀어나가고 있다. 우주의 시작과 끝, 지구와 인류의 시작에 대한 저자의 꼬리를 무는 질문과 답이 우주를 이해하는 데 디딤돌이 되는 기초 원리들을 매우 흥미진진하게 전개하고 있다.”(p21)라고 황정아 박사는 평하였다.




과연 그럴까? 막상 읽어보니, 실제로 그렇다!


차례 목록만 보아도 감이 올 것이다.


1장. 우주란 무엇인가

2장. 별이야기

3장. 에너지

4장. 지구와 인류

5장. 우주 이동 수단

6장. 우주 최대의 수수께끼

7장. 외계인


이 책은 우주의 탄생, 우주의 종말 예측, 우주이론 등 ‘우주’에 대한 큰 이야기를 시작으로, 우주 속 다양한 별들과 태양계를 알아보고, 우주에 존재하는 에너지들과 블랙홀, 암흑물질의 정체를 파헤치며, 우리가 사는 지구, 생명체의 탄생, 태양의 일생을 살피고, 우주 관련 이슈, 이동수단도 들춰보고는, 마지막으로 외계 생명체의 존재와 문명의 진화까지 짚고 넘어간다.

분명 우주와 관련하여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방대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그 모든 내용이 단 한 권에 담겨져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주 시대의 시간 개념을 어느 정도 감잡을 수 있었다. 138억 년 전에 빅뱅(p33)이 있었고, 46억 년 전 태양 및 행성의 탄생(p191), 45억 5,000만 년 전 원시지구와 또 다른 원시행성(일명, 테이아Theia) 간의 충돌로 달이 생겨났다는 이야기(p174), 36~38억 년 전 지구 생명 탄생(p181), 22억 년 전 우리은하와 소형 은하와의 충돌로 인한 영향(p178), 2억 2,500만 년 전 공룡의 시대(p179), 6,500만 년 전 운석 충돌(일명, 유카탄 반도 칙술루브 충돌구Chicxulub crater)로 인한 영향(p184), 700만 년 전 인류 탄생의 분기점(p185) 등 시간대 흐름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는 약 465억 광년 크기(p38)라는 것, 우주 최소단위 ‘소립자’와 현재까지 밝혀진 소립자 종류(p41), 왜 ‘끈이론’이 등장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p43), ‘암흑물질’의 발견에 대한 뒷이야기(p47), ‘우주종말’에 관한 4가지 가설(p49), ‘중성자별’의 정체(p82), ‘쿼크’에 대한 상세 내용(p93), 우주에 존재하는 ‘에너지’에 대한 이해(p122), 현대물리학에서 아인슈타인의 위상을 할 수 있는 이야기(p136), 빛의 입자성과 파동성(p145), ‘초신성 폭발’은 1초에 1회 정도 발생한다는 사실(p161), ‘우주쓰레기’와 ‘케슬러증후군’(p215), 우주여행의 문제점과 그 대안으로써의 ‘우주엘리베이터’(p221), X선천문학의 발달과 그로 인한 영향(p243) 등 전혀 몰랐던 새로운 내용들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 책 속에는, 여타 과학책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우주에 관한 전반적인 이론들과 용어들(만유인력, 일반상대성이론, 특수상대성이론, 빅뱅, 양자역학, 암흑에너지, 끈이론, 중력, 강력, 약력, 전자기력, 적색편이, 빛의 정체, 웜홀, X선과 블랙홀, 소립자, 중성미자, 쿼크, 엑시온, 우주쓰레기, 우주엘리베이터 등)이 등장한다. 그런데, 우주 이론들과 용어들뿐만 아니라 우주과학의 역사적 소략 내용과 뒷이야기들, 각각 이론들 간의 비교 관련 내용 등까지 이 책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흔히 과학 관련 도서 속에 등장하기 마련인 ‘각주’, ‘참고문헌’, ‘학구적 혹은 현학적 서술’, ‘수식 또는 방정식’ 등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대신에 중요한 포인트들을 내용 중간 중간에 파란색 텍스트로 표현해 놓았다.


또한 이 책을 읽다보면 생전 처음 보는 이미지들이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중력과 인력 비교 그림’(p26), ‘빅뱅 이후 시간의 경과 흐름도’(p32), ‘전자기파의 종류 도표’(p59), ‘별의 생애 그림’(p74), ‘대질량 항성의 생애-단계별 흐름도’(p84), ‘쿼크, 기묘물질 그림’(p95,97), ‘소립자의 계층구조도’(p153), ‘중성미자-α붕괴,β붕괴’(p159), ‘생명의 진화 흐름도’(p183), ‘우주궤도엘리베이터 건설 후보지 지도’(p223), ‘은하 회전곡선의 예측값과 관측값 그래프’(p264) 등이다. 그런데 막상 삽입된 이미지들을 쳐다보면서 서술된 본 내용을 읽다보면 이해가 잘 된다. 이렇듯 이 책 속에는 일반인 수준에서 이해를 돕는 도표나 그림, 사진 등 최신의 이미지들이 풍부하게 담겨져 있다!


이 책의 결정적인 특장점은 따로 있다. 보통 우주 천문과학 관련 책들이 학문적 내용들을 다소 현학적으로 서술하는 우를 범하는 경우들이 흔히 있더라. 그래서 읽는 사람을 질리게 만들곤 한다. 그런데 이 책은 우주 관련 방대한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 속의 모든 내용을 일반인 수준에서 이해되기 쉽게 일일이 다 풀어서 서술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에세이를 읽듯이 그냥 읽어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우주 모멘트>를 한참 읽다가 문득 느낀 점이 있었다. 나만 느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나는 글을 읽고 있는 것인데, 왠지 모르게 ‘누군가 잔잔한 음성으로 읽어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비유하자면, 마치 KBS 시사교양다큐 ‘동물의 왕국’을 동시자막으로 보면서 내레이션을 듣고 있다는 느낌?



알고 보니, ‘일본과학정보’라는 이름의 책 저자는 ‘고고쇼고’(gogoshogo)라는 닉네임으로 우주 천문학 관련 콘텐츠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일본의 유튜버이다. 즉 ‘일본과학정보’는 유튜버 ‘고고쇼고’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 것. 궁금해서 ‘gogoshogo’의 유튜브 채널을 들어가 봤는데, 상당히 다양한 우주 관련 영상들이 풍부하게 올라와 있었고 잔잔한 해설도 인상적이었다.(번역 자막 서비스가 있으니, 한국어 번역 자막을 활용하면 좋다.)


저자 스스로도 “우주와 물리학에 얽힌 수수께끼나 궁금증을 ‘어려운 수식 없이’ 해설하는 동영상을 올리고 있습니다.”(p18)라고 소개하고 있다. 실제로 일반 채널 구독자를 대상으로 ‘어려운 수식 없이’ 우주 관련 최신 정보를 영상과 내레이션으로 풀어내려면, 자료 수집 시간을 충분히 갖고 해설 내용을 집필하고 영상을 편집해야 하는 각고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도 밝히고 있다.


“실제로 ‘어려운 수식 없이’ 해설하는 일은 쉽지 않아서 다른 유튜버분들과는 달리 동영상을 자주 올리지는 못합니다. 사전 조사나 자료 수집 시간을 제대로 확보한 다음에 대략 한 달에 영상 한 개를 업로드하고 있습니다.”(p18)


그리고 이번에 그동안 업로드 했던 동영상 내용을 정리하여 <우주 모멘트>라는 책으로 출간하게 된 것이다.


아! 그래서 그랬구나!



분명 저자가 유튜브를 제작하기 위해 시간을 두고 충실하게 노력한 것처럼, <우주 모멘트>도 그에 못지않게 서술내용과 주제, 구성 등이 충실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이 책의 일본어판 내용 감수는 일본 국립천문대 부대장과 종합연구대학원대학 교수를 역임하고 있는 ‘와타나베 준이치’가 하였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어판 감수는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있는 ‘황정아’ 박사가 맡았다. 그만큼 이 책의 내용의 과학적인 면에 있어서도 신뢰감이 갈 수밖에 없다.


이제 너무 어렵고 방대하기만 했던 우주천문과학책 대신, 어린이 맞춤으로 쉽게 편집된 어린이용 우주과학책 대신, 우리 일반인 수준에 딱 맞는 책 <우주 모멘트>가 있다! 우주에 관심이 있었으나 알맞은 책을 선택하지 못했던 독자들이나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제대로 충족하지 못했던 독자들에게, 이 책은 새로운 해결책이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