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관 프로의 탈골 스윙 - 아마추어 골퍼와 프로 지망생을 위한 인생 레슨서
나병관 지음 / 싸이프레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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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남다르다. 분명 ‘골프레슨’ 서적인데, 제목에 ‘탈골’이라는 정형외과 용어가 적혀있다.

그런데 왜 탈골 스윙이지?


우선 머리말에서 ‘골프’라는 스포츠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내용이 인상적이다.


장자의 천도 편에 보면 윤편이라는 수레공 노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윤편이 말하길, “수레바퀴를 깎을 때 조금만 더 깎아도 굴대가 헐렁해지고, 조금만 덜 깎아도 너무 조입니다. 적당히, 제대로 깎는 것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술입니다. 이것은 오로지 손에서 벌어지는 일이고, 손의 감각으로 맞출 수 있는 것이지 전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닙니다. 그래서 제 자식에게도 기술을 전하지 못해 지금 이 나이에도 직접 수레바퀴를 깎는 것입니다.”

골프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레슨을 받아도 손끝의 감각을 채 끝으로 보내어 볼에 전달하는 그 느낌은 자신만이 알 수 있다. 이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지만 스스로 터득해야만 한다.(p6)



“손끝의 감각을 채 끝으로 보내어 볼에 전달하는 그 느낌을 스스로 터득해야 하는 것이 골프”라고 저자인 나병관 프로는 말하였다. 단지 프로골퍼의 말이라고 신뢰해야 할까?

나병관 프로는 좀 다르다. 현재 서원밸리CC(컨트리클럽) 내 ‘NBK 골프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프로골퍼 육성에 전념하고 있는 현역 프로골퍼 겸 교육자이다. 게다가 43만 구독자의 유튜브 채널 〈탈골 스윙〉을 운영하는 유튜버인데, 처음에는 골프아카데미 학생들의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 플레이 영상을 찍어 개인 메신저로 보내주었다가 학생들이 나중에 프로가 되어서도 자신의 성장 과정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던 것이 〈탈골 스윙〉의 시초라고 한다. 게다가 저자소개란에 저자 나병관 프로는 “어깨 및 모든 관절이 탈골된 것처럼 힘이 빠져야 한다는 의미의 ‘탈골 스윙’ 개념을 창시”하였다는 소개글이 있다.(표2 저자소개)


즉 저자 본인이 골프를 치면서, 학생들을 육성하면서 터득하고 익히게 된 노하우의 집대성이 바로 ‘탈골 스윙’이라는 용어에 집약되어 있는 것이다!


그럼 도대체 ‘어깨 및 모든 관절이 탈골된 것처럼 힘이 빠져야 한다’는 탈골 스윙이 뭔가? 13페이지에 단 한 줄의 중요한 문장이 크게 소개되어 있다.


골프에서 최우선 과제는 ‘릴랙스’의 의미를 하루빨리 깨닫는 것이다.(p13)


본문으로 넘어가보자.


이 책의 본문은 골프의 기본에 해당하는 내용을 ‘prologue’로 소개하고, 뒤이어 ‘나병관 프로의 골프 멘탈 챙기기’ 총 10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주제 편으로 총 11편 구성이며, 총 56가지의 소주제가 본문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 책 본문 첫 시작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시원시원한 사진이미지로 가득하다. 저자가 설명하고자 하는 다양한 골프에 관한 스윙, 훈련 등에 대한 모든 움직임들을 각 부분별 사진으로 모두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사진이미지가 풍부한 것이다. 동작 자세 한 컷마다 일련번호를 붙여 독자가 따라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고, 각 부분별 동작 자세 사진 속에서 주의를 요하는 부위마다 빨간색 표시를 하였으며, 표시만으로 부족한 내용은 사진 내에 상세설명까지 추가하는 세심함이 돋보였다.



이것만으로도 꽤 만족스러운 강의설명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 여기에 덧붙여서 좋은 자세와 안 좋은 자세의 예시를 ‘OK-NG 사진’으로 비교하며 보여 주기까지 한다.

각각의 자세 설명마다 사진 이미지가 붙어 있는데, 글로만 쓰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모델이 연출한 다양한 골프 자세 사진이 곁들여져 있어서 이해하기가 쉽게 구성되어 있다.


이 책 초반 ‘prologue’에서 스윙, 스윙궤도, 임팩트, 손동작, 탈골 등에 대한 기본적이지만 매우 중요한 내용을 상세하고 꼼꼼하게 설명한다.


임팩트는 너무나 빠른 찰나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우리가 그것을 컨트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히려 내부려 두면 풀리는 타이밍이 일정하다. 조절하려 하면 안 된다. 오히려 통제를 안 하는 것이 통제하는 것이다.(p23)



어떻게 스윙을 하든 볼을 맞힐 수는 있다. 그러나 올바른 스윙 궤도로 스윙을 해야 가장 효율적이고, 적은 힘으로 큰 효과를 내며, 정확성도 높아진다. 그래서 궤도가 중요하다.(p29)


다운스윙을 시작할 때 클럽이 내려오는 것은 힘으로 당기는 것이 아니라 관성에 의해 내려오는 것이다. 우리는 관성에 의해 내려오는 클럽헤드를 바닥에 던져주고 끊어 치면 되는 것이다. 짧게 끊어 치면 클럽헤드는 계속 나아가려는 성질이 있고, 내 몸은 그냥 따라가면 된다. 그래서 폴로 스루인 것이다.

절대 밀어 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탈골이다.

몸에 힘을 빼고 어깨가 턱에서 분리되는 것. 그것이 탈골이다.

그 다음은 빨리 치는 것이다. ‘강하게’가 아니라 ‘빠르게’다.(p31)



‘나병관 프로의 골프 멘탈 챙기기’#01부터 #10까지 총 10편에 달하는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로테이션 설명, 스윙 구분 동작 설명, 비거리, 벙커에 빠진 공을 처리하는 노하우, 그린 주변에서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어프로치 방법, 릴리스 포인트 찾기, 골프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고정관념들 깨기 등 골프 티샷부터 그린 어프로치 및 퍼팅까지 모든 과정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과 여러 가지 동작 자세 등이 사진이 곁들여진 설명이 상세하여 골프 학습에 매우 요긴하다.



‘벙커 샷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폭발 샷’이라고 할 수 있다. 리딩 에지로 모래를 파고 지나가도록 치는 것은 폭발이 아니다. 벙커 샷은 바운스로 모래를 먼저 때려야 하는데, 그냥 때리는 것이 아니라 모래가 폭발하듯이 강하게 때려야 한다.‘(p50)



페이지 60에 그린 주변에서 어프로치를 하는 상황이 담겨 있다. ‘내 볼이 어떻게 놓여 있느냐.’ 그리고 ‘어떤 샷이 필요한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책에서는 ‘지면 상태가 안 좋은 경우, 지면 상태가 좋은 경우, 같은 거리인데 잔디가 긴 러프 상황’의 3가지 상황에 맞는 어프로치를 사진과 함께 자세히 설명한다.

나병관 프로는 말한다.

“골프를 잘 하기 위해서는 쉬운 플레이를 잘해야 한다. 쉬운 플레이는 반드시 연습을 많이 해서 실수하지 않도록 한다.”(p63)


그리고 나병관 프로는 골프에 있어서의 ‘감각’에 대해 중요하게 다르고 있다.



“골프에서 릴리스란 무엇인가? 릴리스란 클럽을 놓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클럽을 놓는 것은 아니지만 놓는 것과 같은 느낌. 손목이 헐렁헐렁할 정도로 힘이 다 빠져 있고 클럽은 손에 매달려 있을 뿐이다. 릴리스는 골프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동작이다. 골프에서는 반드시 손을 놔야 클럽헤드가 던져지고 스피드가 나면서 볼에 힘 전달을 할 수 있다. 릴리스는 할 줄 아는데 볼이 잘 맞지 않는다면, 그것은 릴리스 포인트를 아직 못 찾은 것이다.“(p64)


“골프는 클럽헤드 무게로 치는 것이다. 힘을 만들어서 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어깨가 탈골됐다고 가정해 보자. 탈골됐다면 어깨에 힘을 줄 수도, 팔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다. 만약 팔을 움직일 수 있다면 그것은 탈골이 아니다. 탈골 상태에서 팔을 옆으로 보내려면 몸통의 움직임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 이 느낌을 잘 기억하자.”(p67)


“몸에 힘을 빼고 클럽은 관성과 원심력에 의해 ’툭‘ 떨어지게 두고, 임팩트 순간 그립을 움켜잡는 느낌이어야 한다.”(p109)



나병관 프로는 [14 골프에서 최고의 기술은 힘 빼는 기술이다] 코너에서 이렇게 말한다.

“몸에 힘이 빠진다는 느낌은 어깨에 힘이 없고, 팔은 스윙을 거들 뿐 실처럼 하늘하늘한 느낌이며, 헤드 끝의 무게가 어느 순간 바닥에 완전히 ‘툭’ 떨어지는데 그것이 임팩트이고, 그 무게 때문에 몸이 저절로 딸려가는 것이 폴로 스루다. 임팩트 순간에 클럽헤드의 무게를 완전히 던져주면 볼이 묵직하게 날아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p66)

여기에서 말하는 ‘힘 빼는 기술’에 대한 부연 설명들은 뒤에 이은 [21 힘 빼는 원리, 이걸 알면 신세계](p88~91), [24 힘을 쓰려면 힘을 빼라](p98~107) 등에서 상세하게 나온다.



골프에 대한 고정관념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골프를 처음 시작할 때 초보들이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골프는 폼이 중요하다’, ‘골프는 팔로 치는 게 아니다’, ‘골프는 손을 쓰면 안 된다’, ‘골프는 몸으로 쳐야 한다’ 등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처음부터 머릿속에 고정관념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정말 불필요한 내용들이다.”(p93)


만약 티샷을 쳤는데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고 자책하는 독자라면, 아래의 조언은 도움이 될 것이다.

“중요한 사실 하나! 골프는 어차피 볼이 똑바로 안 간다. 방향은 틀어진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면 방향에 대한 부담감에서 해방될 수 있다. 방향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거리가 맞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서 클럽이 길어질수록 방향보다는 거리에 집중한다.”(p116)


만약 연습을 정말 많이 한다고 자부하지만 항상 엇비슷한 스코어에 머물고 있는 독자라면, 아래의 조언이 힘이 될 것이다.

“연습을 많이 하는데 항상 비슷한 스코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정확한 목표 설정과 다양한 라이별 운영 방식에 대해 알고 갈 필요가 있다. 목표와 방향을 정하고 치지 않으면 원하는 스코어가 안 나왔을 때 단지 그날의 기분만 상할 뿐, 앞으로 발전할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목표 설정을 정한 뒤에 실수하게 된다면, 어느 부분에서 잘못했는지를 스스로 인지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실수를 파악했다면 볼을 목표 지점으로 보내는 상상을 꼭 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배우는 것이 있고 자신의 골프가 발전될 수 있다.”(p174)



위에 거론한 내용 외에도 저자 나병관 프로만의 다양한 노하우가 책 전면에 공개되어 있다!

[15 드라이버 영업비밀 대공개]

[17 초보 때도 바닥에 있는 모든 볼을 다운 블로우로 쳐라]

[27 고질적인 슬라이스 해결]

[37 스윙 스피드를 높이려면]

[41 미사일처럼 솟아오르는 아이언 샷]

[45 드라이버 치는 방법]

[48 탈골되기 위한 연습 방법]

[51 걷어올리는 스윙 교정하기]

[53 긴 클럽만 유독 안 맞는 잘못된 습관 고치기]

[54 오랜 구력에도 드라이버 비거리가 짧다면]

[56 퍼팅의 기본] ...



뿐만 아니라 아마추어나 프로라 하더라도, 간혹 놓치거나 지나치기도 하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도움팁을 알려 준다.

•숨겨진 과정(p116)

•작은 습관(p121)

•임팩트 후 손동작(p122)

•릴리스(p130)

•스윙 시 머리 움직임 차이(p134)

•잘못된 손목 사용(p139)

•미끄러지지 않는 그립 잡는 법(p142)

•숏게임, 거리별 꿀팁(p202)

•임팩트 타이밍(p244) 등


이렇듯 이 책 「나병관 프로의 탈골 스윙」의 표지를 여는 순간부터 185페이지까지 총 56가지 상황에 따른 공략방법이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이에 더하여 총 10편의 카테고리 서문에, 독자 골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격언’이 보인다.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스코틀랜드 명언 “그 사람의 됨됨이는 18홀이면 충분히 알 수 있다.”(p41)


“항상 생각하는 방식대로 직접 공략한다면 좋은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생각하는 능력을 키워라. 그래야 창의력이 발달하고 당신의 게임 능력이 향상된다.”(p59)


“실수도 기회라고 생각하라. 실수하지 않으면 성장하지 못한다. 오히려 실수를 피하려는 마음이 강하면 두려움이 생기고, 두려움이 커지면 새로운 도전이 망설여진다. 실수를 오히려 성공으로 가는 과정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 요소라고 받아들인다면 경기력은 몰라보게 달라질 수 있다."(p111)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락지자) -공자-

“안다고 하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한다고 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는 뜻으로, 골프도 알기만 한다고 잘 칠 수는 없다. 골프를 좋아하고 좋아하는 만큼 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즐겨야 한다. 어떤 경지에 이르는 과정은 매우 고통스럽다. 그러나 그 고통에 굴복하면 안 된다. 노력하면 반드시 성장할 수 있다. 힘든 과정을 즐길 수 있다면 실력 향상은 반드시 따라온다.”(p168)


“운으로 스코어가 잘 나오길 바라지 마라. 작은 선택이 모여 18홀이 완성된다. ... 이제부터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선택의 순간마다 스스로 냉정해지길 바란다.”(p210)


“스코어에 대한 걱정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걱정을 버려야 골프 자체를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동반자들과 담소도 나누고, 골프장 풍경도 바라보면서 골프를 즐겨보자. 그러면 마음도 편해지고 스스로 깜짝 놀랄 만한 훌륭한 스코어도 얻게 될 것이다.”(p235)



골퍼를 위한 격언도 있지만, 인생에 관한 좋은 내용들도 가득하다. 이런 글솜씨와 박병관 프로가 가지고 있는 깊은 생각들을 모아 “골프를 통해 얻은 깨달음” 정도의 주제로 에세이를 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책이 그 깨달음의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일까? 책 표지에 밝힌 슬로건이 다시금 눈에 들어왔다.


‘아마추어 골퍼와 프로 지망생을 위한 인생 레슨서’


분명 「나병관 프로의 탈골 스윙」을 읽게 되면, 릴렉스를 위시한 골프에 대한 감각이 살아날 것이고, 탈골 스윙을 통해 골프 실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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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관 프로의 탈골 스윙 - 아마추어 골퍼와 프로 지망생을 위한 인생 레슨서
나병관 지음 / 싸이프레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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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관 프로의 탈골 스윙」을 읽게 되면, 릴렉스를 위시한 골프에 대한 감각이 살아날 것이고, 탈골 스윙을 통해 골프 실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가 큰, ‘아마추어 골퍼와 프로 지망생을 위한 인생 레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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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도리와 말썽 많은 숲 1 - 의뢰가 있으시다고요? 초도리와 말썽 많은 숲 1
보린 지음, 밤코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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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대한 것은 숲토리에게 맡겨라!
무슨 의뢰든 척척~! 숲 해결사 초도리가 펼치는 친환경 모험 스토리.
다음엔 어떤 재미진 에피소드가 펼쳐질까?
1권에 이어 2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어린이 판타지 소설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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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도리와 말썽 많은 숲 1 - 의뢰가 있으시다고요? 초도리와 말썽 많은 숲 1
보린 지음, 밤코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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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도리와 말썽 많은 숲》을 처음 접했을 때, ‘어린이 그림책’으로만 보였다.

그런데 이 책을 ‘어린이 소설’이라고 하더라?


《초도리와 말썽 많은 숲》은 책 표지만 보았을 때는 여느 어린이 그림책들처럼, 어린이 독자에게 알맞을 단순한 이야기에 아기자기한 캐릭터 형태의 그림이 곁들여져 있는 그림책이려니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나의 이런 생각은 편견이었고, 왜 이 책을 ‘어린이 소설’이라 부르는지를 알게 되었다.


어린 숲토리들이 모여 사는 숲토리 골짝은 아이들뿐이다. ‘숲토리’는 ‘어떤 일을 하는 존재’이다.

“숲토리는 숲을 돌보는 일을 해. 이 숲 저 숲으로 흩어져 갖가지 식물을 키우지. 그러면 식물을 찾아 작은 동물이 모이고, 작은 동물을 찾아 큰 동물이 모여. 북적북적 근사한 숲이 되는 거야.”(p14)

이곳에서 숲토리들은 먹고, 자고, 열심히 놀면서 걱정 없이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런데 다 그런 건 아니야. 여기 걱정 많은 숲토리가 있어. ... 이름은 초도리. 머리꼭지가 초록색이라 초도리.”(p14)

주인공 초도리는 내일이면 벌써 아홉 살이 되고, 어른이 된다. 어른이 되는 숲토리는 이 골짝을 떠나 먼 숲으로 가서 일을 해야 한다.




초도리는 기대도 되었고, 걱정도 되었다.

‘어떤 숲에 가게 될까? 숲을 잘 돌볼 수 있을까?’(p14)


다음 날 초도리는 민들레 씨앗을 머리에 잔뜩 단 채 둥둥둥 떠올라 훌훌훌 날아갔다.(p17)

꼬박 열흘이 지났고, 마침내 초도리가 도착한 곳은 어둠침침한 숲이었다.(p20)

갑자기 나무 뒤에서 파란 눈 셋이 초도리를 노려보다 휙 사라졌다.(p22) 깜짝 놀란 초도리는 몸이 움츠러들었지만, 숲토리에게 숲은 더없이 안전한 곳이기에 초도리는 거처하게 될 숲토리 오두막을 찾아 나섰다. 마침내 찾아낸 빨간 버섯 굴뚝이 있는 숲토리 오두막!

초도리는 생각했다.

‘이렇게 멋진 오두막을 두고 이전 숲토리는 왜 떠난 걸까?’(p24)

초도리는 오두막 청소를 깨끗하게 하고 보따리를 풀고 새 문패를 달았다.(p28)




여기까지는 초도리가 숲에 오게 된 이야기이다.

이후부터는 ‘의뢰’라는 형식으로 매 에피소드가 펼쳐지고 새로운 등장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책 《초도리와 말썽 많은 숲》은 제1권이고, 총 3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콩깍지만 한 작은, 털이 샛노란, 그런데 힘이 센 다람쥐 ‘콩쥐’가 커다란 광대버섯을 번쩍 들고 왔다.

“이건 선물이에요. 새 굴뚝으로 쓰시라고 가져왔죠!”(p33)



그러면서 콩쥐는 초도리에게 ‘의뢰’를 하였다.

“우리 집 근처에는 참나무가 없어요. 그래서 도토리를 먹으려면 아주 멀리 가야 해요. 집 앞에 참나무가 있으면 좋겠어요.”(p35)


초도리는 어리둥절했다. 그런데 콩쥐는 “숲토리는 숲의 해결사”라면서 부탁을 하였다.

초도리는 숲토리가 해결사 노릇까지 하는 줄은 몰랐으나 도움을 주기로 하였고, 콩쥐와 함께 음하하 계곡으로 가서 거대한 졸참나무의 도토리를 살피며 고르는데, 달팽이 ‘몰랑코’가 나타나 도움을 준다. 냄새를 끝내주게 잘 맡는 능력을 지닌 몰랑코는 여러 도토리들 중에서 한 알을 골라주었다.

“아주 씩씩한 도토리야아. 고집은 세지만 마음씨가 무척 고우니 잘 사귀어 보려무나아.”(p48)




콩쥐 집 앞마당에 햇빛이 잘 들도록 초도리가 도구를 가지고 주변을 정리한 후 도토리를 심었다. 그때 나무 그늘에서 새파란 눈동자 세 개가 또 다시 나타났다가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의뢰를 손쉽게 해결한 초도리는 세눈박이에 대한 의심이 들었다.


초도리는 전에 살던 숲토리가 남겨 둔 씨앗 단지를 정리하다가, 단지들이 죄다 텅텅 비어있는 것을 발견하였다.(p58)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몰랑코가 초도리를 찾아왔다. 냄새를 잘 맡는 몰랑코는 알고 보니 더듬이가 8개나 되었다. 몰랑코가 초도리를 찾아온 이유는 ‘콩쥐와 졸참나무 둘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게 도와 달라.’는 의뢰를 하기 위해서였다.



뜻밖에 어제 심은 도토리가 하루 사이에 어린 나무로 훌쩍 자라 있었고, 나무에서 졸참나무잎들이 떨어져 나와 말을 하였다.

“우린 거꾸로보고바로보고 나뭇잎 병정이다!”(p69)

바로 그들과 콩쥐가 서로 밀치며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알고 보니 도토리를 빨리 먹고 싶어서 콩쥐가 나무에 열린 도토리를 다 따먹고, 이에 화가 난 나뭇잎 병정들이 ‘나무에서 물러나!’라면서 공격을 했던 것이다.

초도리는 신통한 약이 담긴 호리병 세 개 꾸러미를 꺼내어 이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하였는데, 다음 날 밤새 세찬 바람과 줄기차게 내린 비 때문에 생각지도 못하게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번 이야기에는 앞서 등장한 모든 등장인물이 등장하고, 사용해보지 못한 호리병 약을 활용하여 난관을 극복하게 된다. 특히 미지의 존재였던 세눈박이의 정체가 이번 편에서 드러난다.




《초도리와 말썽 많은 숲》을 ‘어린이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매 페이지마다 등장인물 캐릭터가 그려진 재미진 그림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앞서서 ‘어린이 소설’이라고 하였다. 막상 책의 이야기 흐름을 타고 읽다보면, 배경 묘사는 물론 등장인물들의 외모, 성격, 억양 등에서 각자의 캐릭터가 잘 묘사되어 있고 흥미진진한 이야기 요소들이 가득하다. 특히 각 에피소드 별로 이야기 내용이 각각 다르지만 《초도리와 말썽 많은 숲》의 주인공 및 등장인물들이 에피소드마다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초도리와 말썽 많은 숲》 전반에 걸쳐 흐르는 몇 가지 독자들을 궁금하게 하는 요소들이 존재한다.

마치 아오야마 고쇼(青山剛昌, Aoyama Gosho)가 그린 일본만화 《명탐정 코난》에서 검은 조직이 제조한 약물에 의해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고등학생 명탐정 쿠도 신이치가 모두의 안전을 위해 ‘에도가와 코난’이라는 가명을 사용하여 검은 조직의 실체를 파헤친다는 중심 이야기 아래 매 회 에피소드가 펼쳐지는 것과 같다.


이런 스타일의 구성을 ‘옴니버스 소설’이라고 하는데, 《초도리와 말썽 많은 숲》가 그렇다.


《초도리와 말썽 많은 숲》의 경우, 모든 숲토리들은 아홉 살이면 숲토리 일을 하기 위해 다른 숲으로 이동하게 되고 주인공 초도리도 그랬다. 정착하게 된 숲에서 ‘숲토리 초도리’라는 문패를 달고 숲토리로써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고 몇 가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내용이 제시되었다.




멋진 숲토리 오두막을 두고 이전 숲토리는 왜 떠났을까?(p24)


숲토리들은 숲에서 새로운 씨앗을 찾으면 씨앗 단지에 넣어 두고, 숲을 떠나기 전 씨앗 단지에 씨앗을 가득 채워 둬야 하는데, 전에 살던 숲토리가 남겨 둔 씨앗 단지들은 죄다 텅텅 비어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p58)


초도리는 이전 숲토리가 썼던 숲토리 수첩을 발견했는데, 수첩에는 “식물의 말에 귀를 기울여라.” 같은 말들만 적혀 있었다.(p59)


초도리는 보따리에서 숲 관찰 수첩을 꺼내 세눈박이를 그렸다. 세눈박이는 누구일까?(p55)




숲토리의 역할과 새로운 숲으로 온 초도리에 관한 도입 이야기, 그리고 새롭게 제시되는 궁금증들. 매 에피소드가 옴니버스 형태로 펼쳐지면서 새롭게 등장하는 인물들과 사건들.


과연 《초도리와 말썽 많은 숲》은 ‘소설’이다!

어린이를 주 독자로 하니, ‘어린이 소설’이 맞는 거다!

좀 더 세밀하게 분류하면, ‘어린이 판타지 소설’이 아닐까?


다만 어린이의 시선에서 글씨만 많으면 흥미나 집중력이 다소 떨어질 수도 있기에, 책 속에 삽입되어 있는 다양한 그림들은 어린이 독자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된다.


이 책은 또 다른 특징이 있다.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머리 혹은 가슴으로 그 어떤 것이 스며든다는 것이다.


걱정이 많지만 준비성이 있고, 다른 이를 도와주려는 착한 마음을 지닌 초도리.

모든 것이 처음이라 두렵긴 하지만 조금씩 천천히 익히고 배우며 적응하는 모습.

초도리에게 거대한 광대버섯을 선물하는 콩쥐처럼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마음.

콩쥐와 졸참나무잎 병정들 사이에 아웅다웅 다툼이 있었지만 양보하고 화해하는 모습.

밤새 내린 비와 거센 바람으로 엉망이 되어버린 숲을 보살피는 초도리와 몰랑코의 선행 등...


이번 《초도리와 말썽 많은 숲》은 제1권이기에, 분명 시리즈로 나아갈 것이다. 《초도리와 말썽 많은 숲》의 다음 권이 두구두구 기대된다.




참고로 어린이 독자를 위한 ‘별책부록’이 많다. 《초도리와 말썽 많은 숲》의 책 말미에 숨은그림찾기가 있다. 그리고 별도로 초도리 키링, 그림엽서, 컬러링북도 있다. 나도 이 책을 받고 포장을 뜯었을 때 이런 선물들이 동봉되어 있어서 깜짝 놀랐는데, 아이들이 이 책을 받는다면 어떤 극강의 반응을 보일까 상상만 해도 흐뭇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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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컷 쏙 과학사 - 한 컷마다 역사가 바뀐다 한 컷 쏙 시리즈
윤상석 지음, 박정섭 그림, 정인경 감수 / 풀빛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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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컷 쏙 과학사〉는 어린이들이 꼭 알아야 할 ‘세상을 뒤바꾼 결정적 장면‘을 다룬 과학 관련 교육 콘텐츠 단행본으로, 어린이 정서와 시각에서 과학 이야기의 진액을 한 컷 그림과 한 면 텍스트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된 가성비 좋은 착한 지식 함양서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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